농심, 막걸리 시장 진출 미뤄진 까닭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랬다?
[매일일보=김시은 기자] 농심의 막걸리 시장 진출이 미뤄지는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농심은 올 3월 정기주총에서 특정주류사업을 정관에 추가하면서 막걸리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반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얘기가 없다. 농심이 이러는 동안 롯데와 오리온 등은 이미 중소형막걸리업체를 인수해 막걸리 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때문에 막걸리 업계에서는 농심이 먼저 시장 진출을 선언했음에도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설왕설래다.
왜 그런 것일까. 일각에서는 ‘동종업계의 시행착오를 보고 진출 하려는 농심의 전략이 아니겠느냐’는 시각이다. 막걸리 시장의 성공 가능성을 다른 기업들을 통해 저울질하겠다는 농심의 노림수란 것. 이에 <매일일보>은 농심의 막걸리 시장이 진출이 늦춰지는 까닭을 알아봤다.
신사업 모두 막걸리와 연관? 농심측 “검토 중” 확대해석 경계
저울질은 이제 그만?
이제 관심은 다시 농심의 막걸리 사업진출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국순당의 실적은 막걸리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농심을 고무시키기에 충분하다. 확실한 수입을 올리는 업체가 생겨나면서 농심이 막걸리 사업에 진출할 것이라는 예측은 더욱 확실시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농심은 수개월째 ‘검토 중’이라는 같은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농심의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 통화에서 “막걸리사업을 제안 받은 것도 맞고 특정사업 정관에 막걸리를 포함시킨 것도 맞다. 하지만 그 시기도 구체적인 사안도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 좀 더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막걸리는 농심의 비밀병기?
무엇보다 시기상으로도 농심은 주력사업 외에 신성장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농심의 영업이익은 2005년 1503억원, 2006년 1491억원, 2007년 1138억원, 2008년 1012억원으로 계속해서 뒷걸음질쳐왔다. 지난해야 겨우 1050억원으로 전년대비 4% 소폭 상승했다. 농심이 여러모로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히든카드’ 내지는 ‘처음 뛰어드는 사업에 대한 두려움’이 녹아든 행보라는 것. 결국 농심이 막걸리 사업을 신 성장동력으로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이 가장 뚜렷한 시각이다. 여기에 농심은 사업다각화를 위해 물류서비스업, 특정주류 도매업, 해외농업개발사업, 관광궤도업을 사업정관에 추가했는데, 이모든 사업들이 ‘막걸리 사업’과 묘하게 맞물린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특히 막걸리 생산은 제주지역 주류업체가 맡고 농심은 막걸리 전국 유통을 맡는 형식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광궤도업의 경우 농심관계자의 말대로 ‘레저사업’을 의미하며 여관, 호텔 등의 관광사업과 주류사업을 같이하면 여러모로 시너지 효과도 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시너지 효과는 이상윤 농심홀딩스 부회장이 올해 농심의 대표이사로 복귀 후 첫 사업계획으로도 적절하다. 이 부회장은 40년간 농심에서 근무한 농심맨으로 ‘신라면’을 1위 브랜드로 키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농심의 이번 신사업 추가는 실적 및 주가 부진에 시달려 온 농심에게 그 어느 때보다 향후 ‘모멘텀’으로 작용하는 사업 방향을 보여주는 ‘풍향계’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하지만 농심의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 통화에서 “정관의 목적은 임원들이 의견교환을 하고 계획을 세워 동의를 얻는 것”이라며 “사업계획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말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