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막걸리 시장 진출 미뤄진 까닭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랬다?

2011-08-29     김시은 기자

[매일일보=김시은 기자] 농심의 막걸리 시장 진출이 미뤄지는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농심은 올 3월 정기주총에서 특정주류사업을 정관에 추가하면서 막걸리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반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얘기가 없다. 농심이 이러는 동안 롯데와 오리온 등은 이미 중소형막걸리업체를 인수해 막걸리 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때문에 막걸리 업계에서는 농심이 먼저 시장 진출을 선언했음에도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설왕설래다.   

왜 그런 것일까. 일각에서는 ‘동종업계의 시행착오를 보고 진출 하려는 농심의 전략이 아니겠느냐’는 시각이다. 막걸리 시장의 성공 가능성을 다른 기업들을 통해 저울질하겠다는 농심의 노림수란 것. 이에 <매일일보>은 농심의 막걸리 시장이 진출이 늦춰지는 까닭을 알아봤다.

지치지도 않는 농심의 저울질, 동종업계 시행착오보고 진출?
신사업 모두 막걸리와 연관? 농심측 “검토 중” 확대해석 경계

농심의 막걸리 시장 진출설이 나온 건 이미 오래 전부터다. 라면과 스낵 위주의 사업만으로는 어렵다고 판단한 농심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다녔다. 그리고 지난해 말 북제주군 교래리 주민들이 마을 수익사업의 일환으로 막걸리 사업을 해보겠다며 농심 측에 사업 제안을 해왔고, 농심 또한 급성장하고 있는 막걸리 시장이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 이를 받아들였다. 이리하여 농심은 올 3월 정기주총에서 사업 정관에 특정주류를 추가함으로써 막걸리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당시 업계에서는 농심이 유통 판매만 할 것인지, 아니면 제조까지 할 것인지 궁금해 했다. 이에 대해 농심은 정관에 추가하기는 했지만, 아직 검토 단계이므로 시장 진출을 할 것인지 이에 대해서는 운운할 단계가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농심의 막걸리 시장 진출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당시 업계에서는 농심이 몇몇 지방 중소형막걸리업체를 인수하려 한다는 소문까지 나돌았기 때문이다.

저울질은 이제 그만?

이로부터 6개월이 흘렀다. 그러는 동안 오리온은 자회사인 미디어플렉스(영화배급)가 지난 6월 참살이탁주 지분 60%를 50억원에 인수하면서 막걸리 시장에 뛰어들었다.

대기업들 중 가장 먼저 막걸리 시장에 관심을 기울인 CJ제일제당은 충북 제천, 전북 전주, 경남창녕의 대표 지역막걸리를 전국에 냉장유통 하기로 했다. 지역 막걸리가 전국에 유통된 것은 이번이 처음. CJ는 지난 22일 지역 막걸리의 전국 냉장유통을 기념해 서울 대형마트에서 막걸리 시음행사를 진행했다. 이 외에도 롯데주류는 국내 막걸리 시장 1위 서울탁주와 손을 잡고 막걸리 일본 수출에 나섰다. 롯데주류와 서울장수주식회사는 지난 5월 신축된 충북 진천공장에서 일본 수출용 제품을 생산해 오는 9월 말에서 10월 초쯤 본격적인 일본수출에 나설 예정이다.현재까지 일본 내 막걸리는 지난 해 약 800만병이 판매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데, 롯데주류의 가세와 이미 수출을 시작한 진로, 국순당 등의 본격적인 활동으로 올해는 전년 대비 2배 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진로 막걸리는 간산이 지방을 거쳐 올 3월부터 도쿄를 비롯한 일본 전국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진로가 당초 예상한 목표는 올 연말까지 10만 상자였으나, 이미 4월에 11만 4000상자를 팔아 치울 정도로 판매가 급성장했다. 올 상반기에만 이미 20만 상자를 넘어섰다.  실제로 막걸리의 인기에 힘입어 시장을 선점한 기업들은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막걸리 유통기간을 연장해 획기적으로 사업을 확장한 국순당은 올 2분기 매출액이 260억8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3.3%나 늘었고 영업이익은 70억6000만원으로 1622.5%나 급증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제 관심은 다시 농심의 막걸리 사업진출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국순당의 실적은 막걸리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농심을 고무시키기에 충분하다. 확실한 수입을 올리는 업체가 생겨나면서 농심이 막걸리 사업에 진출할 것이라는 예측은 더욱 확실시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농심은 수개월째 ‘검토 중’이라는 같은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농심의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 통화에서 “막걸리사업을 제안 받은 것도 맞고 특정사업 정관에 막걸리를 포함시킨 것도 맞다. 하지만 그 시기도 구체적인 사안도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 좀 더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심지어 그는 막걸리 사업을 할지 안할지 조차 ‘검토 중’이라는 답변을해 극도로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올 초부터 끊임없이 제기된 농심의 막걸리 사업 진출이 수개월째 ‘검토 중’이라는 말로 대체되고 있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동종업계의 시행착오를 보고 진출 하겠다는 심보가 아니겠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 농심이 막걸리 시장의 성공 가능성을 다른 업체를 통해 저울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막걸리는 농심의 비밀병기? 

무엇보다 시기상으로도 농심은 주력사업 외에 신성장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농심의 영업이익은 2005년 1503억원, 2006년 1491억원, 2007년 1138억원, 2008년 1012억원으로 계속해서 뒷걸음질쳐왔다. 지난해야 겨우 1050억원으로 전년대비 4% 소폭 상승했다.    농심이 여러모로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히든카드’ 내지는 ‘처음 뛰어드는 사업에 대한 두려움’이 녹아든 행보라는 것. 결국 농심이 막걸리 사업을 신 성장동력으로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이 가장 뚜렷한 시각이다.    여기에 농심은 사업다각화를 위해 물류서비스업, 특정주류 도매업, 해외농업개발사업, 관광궤도업을 사업정관에 추가했는데, 이모든 사업들이 ‘막걸리 사업’과 묘하게 맞물린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특히 막걸리 생산은 제주지역 주류업체가 맡고 농심은 막걸리 전국 유통을 맡는 형식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광궤도업의 경우 농심관계자의 말대로 ‘레저사업’을 의미하며 여관, 호텔 등의 관광사업과 주류사업을 같이하면 여러모로 시너지 효과도 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시너지 효과는 이상윤 농심홀딩스 부회장이 올해 농심의 대표이사로 복귀 후 첫 사업계획으로도 적절하다. 이 부회장은 40년간 농심에서 근무한 농심맨으로 ‘신라면’을 1위 브랜드로 키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농심의 이번 신사업 추가는 실적 및 주가 부진에 시달려 온 농심에게 그 어느 때보다 향후 ‘모멘텀’으로 작용하는 사업 방향을 보여주는 ‘풍향계’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농심의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 통화에서 “정관의 목적은 임원들이 의견교환을 하고 계획을 세워 동의를 얻는 것”이라며 “사업계획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말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