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사업다각화’ 명암

수익성 확보 차원 vs 제약사 본질 상실
관계없는 분야 확장 전문성 부실 우려도

2018-04-03     홍승우 기자
[매일일보 홍승우 기자] 제약사들이 수익성 확보차원에서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며 제약사 본질을 상실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약사들이 신약 연구개발(R&D) 중심의 운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자 사업다각화를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있다.제약사 측은 당장 성과가 가시화 되지 않는 R&D에만 몰두하다 보면 회사 경영 자체에 어려움을 가지고 올 수 있기 때문에 사업 다각화를 통한 수익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설명한다.광동제약[009290]의 경우 음료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대표적인 제약사다. 광동제약은 전체 매출액에 삼다수, 비타500, 옥수수수염차 등 식음료 제품 매출이 커다란 비중을 차지한다.지난해 식음료 제품군(유통·생수영업)에서 3274억9700만원 매출을 달성하면서 개별 기준 매출액 6363억3180만원 중 51.5%를 차지했다. 식음료 부문이 광동제약의 ‘제약사 1조 클럽’ 입성에 큰 힘을 실은 것이다.이는 그동안 최성원 대표이사의 사업다각화 전략을 통한 외형성장 일환으로 볼 수 있다.다만 최 대표는 올해 경영슬로건 ‘혁신’을 목표로 광동제약을 제약업이 중심이 된 제약사로서의 입지 기반을 다지고 있는 중이다.더불어 동화약품[000020]·JW중외제약[001060]·일동제약[249420]도 음료사업에 진출한 상태다.동화약품은 지난해 11월 라임 후르츠 칵테일 맛의 탄산음료 ‘지파크(G.PARK)을 출시했다. DJ로도 활동하고 있는 개그맨 박명수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EDM(Electronic Dance Music)을 즐기는 젊은 세대를 공략했다.JW중외제약은 숙취해소제 ‘헛겔’을, 일동제약은 비타민음료 ‘아로골드D’, ‘아로골드D플러스’와 함께 프로바이오틱스발효음료 ‘그녀는프로다’ 등을 선보였다.또 제약사들이 제약업 외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 시장은 화장품, 의료기기 분야다.동국제약[086450]의 경우 지난해부터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어 올해 화장품 관련 매출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하태기 SK증권 연구원은 “동국제약의 화장품 사업이 안착하고 있다”며 “화장품 관련 매출이 10% 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불어 동국제약은 의료용 컴퓨터 단층촬영기(CT)를 통해 의료기기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동아에스티[170900]는 광학렌즈 전문기업 해성옵티스와 의료용 내시경 개발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대웅제약 역시 올해 안에 정형외과 의료기기 3D프린팅 의료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제약사들의 움직임은 자칫 제약사의 본질을 잊은 ‘주객전도’인 상황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또 제약업과 관계없는 분야에 진출하는 만큼 전문성이 부실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비쳤다.실제로 제약사들이 사업다각화라는 명분으로 진출하고 있는 분야가 제약업과는 전혀 상관없는 경우가 있다.일동제약은 독일 생활용품 브랜드 바이레다 로봇청소기 ‘바이로비 슬림’을 시작으로 로봇청소기·청소용품 시장에 진출했다. 동성제약[002210]의 경우에는 생리대 시장에, JW중외제약은 그룹 내 계열사 JW산업을 통해 자동차용품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사업다각화를 통해서라도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제약사들의 고민은 오래 전부터 계속된 문제”라며 “수익성을 확보하지 않고 신약 R&D에만 매달린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