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식 호남석화 사장 "유화업계 포스코 되겠다"

2011-08-30     양은희 기자

[매일일보] 호남석유화학의 M&A 행보가 거침이 없다. 

지난달 말레이시아 소재 석유화학 회사인 타이탄(Titan Chemicals) 인수로 덩치를 키우더니, 이번에는 탄소복합재 전문기업인 데크항공 인수를 통해 기능성소재 사업부문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기존 석유화학 부문에서 규모의 경제를, 기능성소재에서는 포트폴리오를 다양화 해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여기에는 2018년까지 '아시아 최고 화학기업', '글로벌 화학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비전 아래 호남석유화학을 이끌고 있는 정범식 사장이 있다.

내성적이고 온화한 성품과 달리, 철저한 사전 준비와 저돌적인 자세로 국내외 M&A 시장에서 먹을거리를 찾고 있다.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M&A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키워 석유화학업계의 포스코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던 정 사장은 불과 2개월 후 1조5000억 규모의 말레이시아 최대 석화 업체 인수를 발표했다.

올해 말에서 내년 초로 예상되는 타이탄 인수가 완료되면 호남석화는 에틸렌 생산기준 247만톤, PE(폴리에틸렌) 180만톤, PP(폴리프로필렌) 138만톤으로 아시아 톱클래스 석유화학기업으로 도약한다.

신년사에서 밝힌 '아시아 최고 화학기업'이란 비전 달성에 한걸음 다가선 것이다.

정 사장은 이처럼 기존의 케미컬 사업은 덩치를 키워 규모의 경제를 이루어내고, 고부가가치 성장이 예상되는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차세대 신소재) 사업, 메가트렌드(에너지 저장산업, 그린사업 및 생명과학사업) 신사업 등에도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정 사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데크항공 인수 검토에 나섰다.

30일 호남석화가 인수한 데크항공은 국내 카본 복합재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호남석화는 향후 이 회사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자동차브레이크, 풍력 블레이드, 항공기체 구조 사업 등 탄소복합재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세계 탄소복합재 시장은 향후 5년 이내에 매출 2000억원 이상 달성이 가능한 고부가가치 시장이다.

카본 복합재 등 고기능성 소재 사업은 기존 석유화학업계가 신성장동력으로 내걸었던 정보전자소재와는 또 다른 색다른 분야다. 호남석화를 정통 석유화학회사로 분류했던 시장에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지난해 6월 인수한 장섬유복합재 생산회사인 삼박엘에프티, 2008년 인수한 친환경 발포PP생산회사인 하오기술, 여기에 데크항공 인수로 탄소복합재 기술까지 보유하게 된 호남석화는 고기능성 소재의 토털 솔루션업체로 우뚝 서게 됐다.

정 사장이 밝힌 회사가 보유한 M&A 조달 규모는 약 1조(10억 달러). 타이탄 인수에만 1조5000억 원이 소요된다.

하지만 정 사장은 아직 배가 고프다. 연내에 3~4개의 M&A를 성사시킨다는 계획이다. 호남석화 관계자는 "자금력 때문에 타이탄 같은 대규모 회사를 인수하기는 당분간 어렵겠지만, 그보다 작은 소규모 회사의 M&A는 계속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