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남북정상회담 추진…대선 후폭풍 예상
한나라 “정략적 음모 중단”, 한나라 대선후보 수세 몰릴 가능성
개헌론, 6월항쟁 20주년 이벤트, 남북정상회담 카드 순으로 여권은 재집권을 꿈꾸고 있나?
통일부가 올해 ‘남북 최고 당국자 수준의 접촉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이 13일 확인됐다. 이는 대선이 치러지는 금년 중에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로 해석돼 정치적 논란이 예상된다.
만약 통일부의 바람대로 올해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대선은 기존의 여야 및 지역대결이 아닌, ‘평화세력 대 대결세력’의 구도로 뒤바뀔 가능성이 커, 이른바 ‘정상회담 후폭풍’이 대선 정국을 뒤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연합뉴스> 및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통일부는 지난해 12월 작성한 ‘2006 남북관계 평가 및 2007 대북정책 방향’ 문건에서 “북핵 상황이 장기 정체될 때에는 돌파구 마련을 위해 고위급 특사 파견 등 남북 최고 당국자 수준의 접촉을 추진한다”고 명시했다. 이 문건은 통일부가 국무조정실을 거쳐 노무현 대통령에게 제출하는 대북정책 보고서다.
통일부는 이와 함께 ▲방북자의 평양 시내 참관 지역 제한 조치 철폐 여부를 북측과 협의한다 ▲남북 장관급 회담을 조기에 개최해 대화 채널을 복원한다 ▲9ㆍ19 공동성명에 규정된 한반도 평화체제포럼을 조기에 구성한다 ▲장성급 군사회담을 상설 군사협의체로 발전시키는 방안 등을 보고서에 명시했다.
열린우리당은 아직까지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정상회담이 개최될 경우 여권은 국정 실패 논란을 일거에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 묻고, 여권 지지자들을 묶는 효과까지 덤으로 누리게 될 것으로 보여 ‘환영’의 뜻을 피력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조심스런 분위기. 대선에 정상회담을 활용하려 했다는 정치권의 의혹이 불거질 경우, 여당은 오히려 치명타를 입게 될 수 있다.
한나라당은 즉각 “대선을 겨냥한 정략적 음모”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박영규 수석 부대변인은 13일 논평을 통해 “개헌안에 이은 제2의 빅카드로 거론되던 남북정상회담이 서서히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며 “남북정상회담 카드는 평화체제 정착과 민족통일이라는 순수한 의도가 아니라 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술수”라고 주장했다.
박 수석 부대변인은 “남북정상회담은 높은 수준의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최정상급의 정치적 사안인데 국민들의 지지도가 바닥에 추락해 국정 추진동력을 급격하게 상실한 노무현 정권이 추진하기에는 너무도 크고 무거운 사안”이라고 지적하며 “남북정상회담 추진은 생각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이처람 반발하고 나선데는 그동안 포용정책의 실패를 강조해왔던터라 한나라당 대선후보들이 갑자기 수세에 몰릴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정형근 최고위원은 지난해 11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남북정상회담 합의설이 임박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을 시작으로,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에 대해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해 왔다.
논란이 확산되자, 통일부 양창석 대변인은 “이 보고서는 2006년 남북관계를 평가하고 2007년을 전망한 내부 실무참고자료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최근 “남북정상회담은 살아 있는 현안” “정상회담을 정례화해야 한다”고 언급한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 공개된 보고서는 정부가 남북정상회담 계획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게 하고 있다.
한편 남북정상회담 추진과 관련된 정치권의 시끄런 논란은 지난 2004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으며 그럴 때마다 청와대측은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있다” “언론의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