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역세권사업은 폭탄 돌리기(?)...어떻게 되나
2011-08-31 허영주 기자
사업성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데다가 지급보증 부담까지 안아야 하는 상황에서 새 CI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임에 따라 사업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31일 삼성물산은 코레일과 재무적투자자(FI)들의 요구대로 지분양도를 결정했다. 삼성물산은 사업을 실질적으로 추진해 오던 자산관리위탁회사(AMC)의 경영권을 갖고 있었다.
이날 삼성물산은 "용산역세권개발 구조개편과 관련된 코레일 및 롯데관광개발 등 드림허브 대주주사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했다"며 "용산역세권개발 보유 주식 45.1%를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에 양도하고 삼성물산 추천이사 사임, 파견 인원 철수 등의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코레일은 외부 건설투자자(CI)들의 참여를 유도해 '새 판'을 짜겠다는 입장이다. 코레일은 9500억원 규모의 건설사 지급보증으로 자금을 조달해 사업을 정상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처럼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은 삼성물산의 '철수'선언과 코레일의 '새판짜기'로 새국면을 맞았지만, 사업이 원활히 진행되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성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 CI 영입하고, 기존 CI를 설득하는 등의 문제를 모두 풀어야 한다.
일단 이어지는 부동산 침체가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어 어려움이 예상된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경영권 반납 이유에 대해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부동산 경기침체로 자금조달이 극도로 어려워진 상황에서 건설투자자만의 지급보증을 요구하는 대주주사의 주장을 수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성 자체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무리한 지급보증을 하기보다는 발을 빼는게 실익이라는 계산을 했다는 이야기다.
지급보증 부담까지 안아야 하는 상황에서 새 CI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다. 일단 코레일은 새 CI 영입에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4조5000억원 규모의 랜드마크 빌딩을 매입해 유동성 확보에 기여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얼마든지 새 투자자를 찾을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코레일의 '희망'처럼 외부 CI 영입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높다.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으로 지급보증이 고스란히 부채로 잡힐 수는 상황에서 새 CI의 '결심'을 이끌어 내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CI들의 지급보증 동의 여부도 미지수다. 코레일은 삼성물산이 사업에서 물러나면 그동안 지급보증에 반대해 오던 나머지 16개 건설투자자들의 태도도 변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CI들은 여전히 부동산개발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건설사에게만 지급보증을 요구하는 것은 불합리한 처사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중이다. 지급보증을 놓고 코레일과 CI들의 줄다리기가 여전히 이어질수도 있다.
이와 관련 건설업계 관계자는 "용산역세권 사업에 대해 '폭탄 돌리기'라는 표현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좋다고 뛰어들 건설사가 어디 있겠냐"며 "원활하게 사업이 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