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무역수지 20.7억 흑자...하반기 악화 전망

2010-09-01     박정자 기자
[매일일보] 하반기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8월 무역수지는 7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했지만 규모는 전월의 절반에도 못 미칠 만큼 큰 폭으로 급감했다.

1일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2010년 8월 수출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수출은 전년동월 대비 29.6% 증가한 375억2900만달러, 수입은 전년동월 대비 29.3% 증가한 354억5200만달러, 무역수지는 20억77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흑자규모 왜 급감했나

지경부는 8월초에 집중된 하계휴가 등 계절적 요인으로 수출이 전월보다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7월 총수출액은 409억5000만달러인데 비해 8월 수출액은 375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7월과 8월 수입은 각각 354억4000만달러, 354억5000만달러로 전월과 유사한 수준이다. 결국 8월 무역수지는 수출이 큰 폭으로 급감하면서 전월(55억달러)보다 크게 감소한 20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그중 8월 수출품목 가운데 두 자릿수의 감소율을 기록한 선박의 수출액은 전월(7월)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7월에는 전년동월 대비 34.8% 증가한 44억5300만달러를 기록한데 비해 8월에는 10.8% 감소한 23억8500만달러에 그쳤다. 이는 선박인도가 다소 연기되며 수출증가세 하락한 것에 기인한다.

무선통신기기도 여전히 부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실정이다. 8월 수출액은 19억500만다러로 전월(21억1600만달러)보다 줄었다. 이는 무선통신기기 부품이 무선통신기기 수출의 약 34%를 차지하고 있으나, 최근 생산거점의 안정화 및 부품 현지화 전략에 따라 부품수출의 감소세가 심화된 것이라는 지경부의 분석이다.

그밖에 컴퓨터 품목 역시 PC 수출의 약 20% 정도를 차지하는 모니터의 수출부진과 중국, EU 등에서의 부진으로 전년동월 대비 10.8% 감소한 5억6800만달러를 수출했다. 이는 한 자릿수(3.8%) 감소율을 기록한 전월(6억7400만달러)보다 더욱 악화된 것이다.

또 자동차도 8월 수출액은 21억8700만달러로 전월(31억8000만달러)에 못 미쳤다. 일반기계에서도 수출이 32억6500만달러(7월)에서 27억2900만달러(8월)로 대폭 감소했다.

지경부는 전월대비 액정디바이스·석유제품은 수출이 증가했으나 선박·자동차 등이 8월초 집중된 하계휴가, 인도 스케줄 등 일시적 요인으로 수출이 감소하며 흑자폭도 감소한 것으로 평가했다.

김경식 지경부 무역투자실장은 수출이 큰폭으로 급감한 원인에 대해 "8월에 휴가가 집중된 계절적인 요인 때문"이라며 "9월에는 추세적으로 올라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지난해에는 추석이 10월에 있었는데 올해는 9월에 있기 때문에 작년만큼 흑자가 확대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하반기 수출시장 먹구름 끼나

지경부는 올해 전체 무역수지를 320억달러 안팎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전체 수출은 전년대비 26% 증가한 4580억달러, 수입은 32% 증가한 4260억달러로 예상했다.

이는 연초만해도 더블딥, 출구전략 등 경기회복을 위협하는 대외변수를 감안해 흑자규모를 200억달러로 제시했던 소극적인 전망에서 긍정적인 자세로 전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하반기 무역수지 흑자폭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로 총 수출액은 하반기 접어들면서 419억5000만달러(6월)→409억5000만달러(7월)→375억3000만달러(8월)로 점점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일평균수출액도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6월 18억2000만달러에서 7월과 8월에는 각각 16억7000만달러, 15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수출증가율 역시 5월 40.1%를 기록한 이후 6월에 30.2%를 기록한 뒤 7월과 8월에는 각각 28.3%, 29.6%로 30% 밑으로 떨어졌다.

하반기에는 미국과 중국의 성장세 둔화, 남유럽 위기 우려 등 불안요인이 하반기에도 지속적으로 상존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IMF는 올해 세계경장성장률을 평균 4.6%로 전망한 가운데 중국(11,0%)을 제외하면 미국(3.3%), EU(1.0%)성장률은 평균치에 못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OECD 역시 세계경장성장률을 4.6%로 제시한 가운데 미국(3.2%), EU(1.2%) 성장률은 낮을 것으로 평가했다.

이런 여건을 감안해 지경부는 하반기 주력 수출품목 가운데 반도체(255억달러), 석유제품(164억달러), 자동차(185억달러), 액정디바이스(162억달러), 무선통신기기(143억2500만달러), 가전(73억700만달러), 자동차부품(97억달러)은 상반기보다 수출금액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섬유(67억8500만달러), 일반기계(170억4000만달러), 철강(133억달러), 컴퓨터(46억1000만달러), 석유화학(172억달러)은 유사한 수준, 선박류(185억달러)는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선박은 선박금융 침체에 따른 인도연기, 중소조선사 구조조정으로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반기계 역시 중국의 기계장비 국산화 노력 확대로 인해 수출이 제자리걸음에 머물고, 글로벌 공급과잉과 출단가 하락추세인 철강도 수출이 상승세를 받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김광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평균수출액이 지난 5월을 고점으로 3개월 연속 둔화되며 20%대로 낮아진 것은 수출모멘텀의 둔화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미국, 중국의 경기부양효과 약화, 유럽 각국의 재정긴축 정책 등으로 주요국 경기둔화가 예상되는 만큼 하반기 수출회복세는 상반기에 비해 약화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