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현직 판사 ‘석궁’ 피습…생명 이상 無

2007-01-16     매일일보
[매일일보제휴사=뉴시스] 현직 고법 부장판사가 판결에 불만을 품은 전직 교수로 부터 피습을 당해 응급실로 실려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15일 오후 6시33분께 서울고법 민사2부 박모 부장판사(54)가 서울 송파구 잠실동 W아파트 자신의 집앞에서 모 사립대학교 전직 김모 교수(50)가 쏜 석궁 화살에 배를 맞아 인근 서울의료원으로 이송돼 봉합 수술을 받았다. 박 부장판사는 좌복부에 깊이 1.5~1.8㎝, 직경 1㎝ 상해를 입었으나 다행히 장기를 다치지 않아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며 현재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치료중이다. 김씨는 사건 직후 박 부장판사의 운전기사 문모씨와 경비원에게 붙잡힌 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돼 현재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계획된 피습 -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6개월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서 구입한 석궁을 가지고 박 부장판사 집 인근서 박 판사를 기다렸다. 박 판사가 차량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로 향하던 중 김씨는 박판사를 부른 뒤 다가가 1.5m 거리에서 석궁 장전 후 2심 기각 이유를 따지며 승강이를 벌였다. 이과정서 석궁이 발사돼 박 판사의 복부에 꽂혔다. 다행히 가까운 거리에서 발산된 화살은 탄력을 받지 않아 위력을 상실했으며 박 판사가 겨울 코드를 입고 있어 생명에는 지장을 주지 않았다. 사건 직후 박 판사의 비명 소리를 듣고 달려온 경비원과 운전기사 문모씨가 화살을 빼려 하자 박 판사는 "(화살)빼지 말고 (김모씨) 잡아라"고 소리치자 김씨를 현장에 붙잡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인계했다. ◆박 판사 생명 이상 無 - 사건 직후 박 판사는 직접 서울의료원 응급실에 찾아가 "석궁에 맞은 것 같다"고 직접 의료진에 설명을 하며 봉합 수술을 받았다. 병원 관계자는 "화살이 다행히 복강을 뚫지 않아 장기 손상은 없었으며 환자의 의식 상태도 또렷했다"며 "본인이 병원을 옮기고 싶다고 해 서울대병원으로 재이송 됐다"고 밝혔다. 현재 박 부장 판사는 오후 9시20분께 서울대병원 12층에 입원해 안정을 취하고 있다. 박 부장 판사를 면회한 장윤기 법원행정처장은 "석궁이 비켜가 생명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며 안정을 취하면 괜찮아 질 것"이라며 "IMF 이후 형사 재판을 하는 기간 동안 협박을 하는 경우가 많았고 위협을 느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해 착잡하다"고 밝혔다. ◆김모 전직 교수 왜 이랬나 - 현직 고법 부장판사 테러를 감행한 김모(50) 전 서울 모대학 교수는 미국 M대학에서 1988년 박사 학위를 받은 뒤 1991년 3월 이 대학 이과대학 수학과 조교수로 신규임용됐다. 1993년 임기 3년으로 재임용 심사를 통과한 김씨는 1996년 2월까지 6년간 조교수로 근무하다 ‘수학문제에 오류가 있다’는 주장을 폈다가 그해 3월 '해교행위' 등을 이유로 재임용에서 탈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는 1995년 10월 학교의 결정에 불복, '부교수직 직위확인 소송'을 냈지만 "교수 임용은 학교법인의 자유재량"이라는 이유로 패소판결 받았고 2005년 3월 귀국, 재임용 탈락문제를 다시 법원에 제기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인 서울고법이 지난 12일 "보복 차원에서 재임용을 거부당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또다시 김씨에 대해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김씨는 10여년간 펼친 자신의 정당한 법적 절차에 회의를 느껴 극단적 행동까지 보인 것으로 보인다. 체포 당시 김씨는 "국민의 이름으로 썩어 판사를 심판하려 했다"고 스스로 범행 사실을 시인했으며 경찰서에서도 "합법적으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했는데 법을 무시하는 판사들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직접 따지러 갔다. 바라는 것은 법을 무시하는 판사들, 사법부가 얼마나 썩었는지..."라며 법원 판결에 불신과 불만을 드러냈다. ◆상해냐 살인미수냐 - 현재 이사건을 수사중이 서울송파경찰서는 박부장 판사가 입원해 있는 서울대병원에 강력팀 형사를 보내 피해자 조사를 벌였으며 김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 및 상황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를 통해 김씨에 대해 상해혐의로 영장을 신청할지 살인미수 혐의로 신청할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경찰은 김씨에 대해 최대한 무겁게 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혀 석궁을 고의로 발한 정황이 확인될 경우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도 이 사건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대검찰청은 15일 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판결에 불만을 품은 소송 당사자로부터 습격을 당한 사건과 관련, 해당 기관에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강찬우 대검 공보관은 이날 "정상명 총장이 오늘 저녁 서울동부지검장에게 전화를 걸어 범행 동기와 사건 발생 경위 등 사건 전말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강 공보관은 또 "정 총장은 법관의 재판 업무와 관련해 발생한 초유의 사태의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며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법원도 이날 대법원은 이날 장윤기 법원행정처장 주재로 13명의 법원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비상확대간부회의를 열고 사태 수습과 재발 방지에 나섰다. 대법원은 "선진 외국의 사례를 볼 때, 법치주의의 근간인 법원과 법관에 대한 보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대법원도 최근 법원경비관리대의 출범, 스크린도어의 설치를 통한 재판부 접근 차단 등의 노력을 기울여 오다가 이번 사태를 당해 그와 같은 조치의 시급성을 재인식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