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고건 ‘중도하차’ 진짜 이유는?

2008-01-16     매일일보
[매일일보제휴사=뉴시스] 고건 전 총리가 16일 대선 불출마와 사실상 정계 은퇴를 선언함에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고 전 총리가 밝힌 이유는 2가지다. 고 전 총리는 미리 준비해둔 보도자료를 통해 "그동안의 활동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송구스럽다"며 "기존 정당의 벽이 높아 현실정치의 한계를 느꼈다"는 대목도 포함시켰다. 한때 30%대를 훌쩍 넘어서면서 여론 지지율 1위를 차지했던 고 전 총리 입장에선 10% 안팎의 낮은 지지율과 하강 곡선을 그리는 여론의 추이에 상당히 곤혹스러워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 전 총리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활동을 하면서 출마 여부를 적절한 시기에 알려드리기로 약속했다"면서 "제 마음속으로 신년 초에는 알려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해왔다"고 밝혔다. 이미 오래 전부터 올해 초를 기점으로 일정정도의 새로운 흐름이 잡히지 않으면 깨끗이 물러나기로 마음을 다잡았던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고 전 총리는 "정치일정이 더 진행되기 전에 알려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보수와 진보의 양극단을 제외한 중도.개혁.실용세력들의 대통합이라는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워 분위기를 띄웠지만, 지난 연말 자신이 제안한 '원탁회의' 추진이 여권의 미지근한 반응으로 무산되면서 이미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통합을 하자면서 실제 '카운터 파트'인 자신의 러브콜에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전폭적인 참여를 미뤄왔다는 점에서 실망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고 전 총리의 입에서 "국회의원들이란 참..."이라는 멘트가 나온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나온 실망감의 표현으로 읽힌다. 게다가 중도세력의 통합, 특히 현실태로서 통합신당으로 나아가는 추세가 상당기간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도 고 전 총리의 결심을 앞당기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통합신당의 자양분인 열린우리당이 당내 일각에서 주장하는 중도.실용통합 노선이 지난 연말 의원워크숍을 거치면서 '평화개혁세력 통합'으로 그 정체성이 달라졌다는 점을 관측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권의 통합신당 시간계획표를 볼 때 2월 전당대회를 통해 한차례 격론을 벌여야 하고, 탈없이 잘 마무리된다고 해도 통합수임기구 구성 등 상당기간 시간이 지연된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열린우리당의 '빅뱅'으로부터 해체와 재구성의 길을 걸어야 하는데 여당의 움직임 자체도 원심력보다 구심력이 작용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히고 있다고 읽은 것이다. 고 전 총리는 또 "우리나라 선거정치사에 있어서 제 3후보나 선거용 정당 설립의 전철을 결과적으로 초래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고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한 독자 신당을 통해 향후 통합신당의 기틀을 다지는 중장기적인 다단계 정계개편에 대한 피로감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의 움직임에 대해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자세가 아니라는 판단 속에 결국 각개약진해서 합종연횡하자는 식의 '시그날'로 이해했을 공산이 크다. 고 전 총리는 여러차례에 걸쳐 "여권의 오픈프라이머리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용만 당하고 '팽'당하는 토사구팽의 위치에 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전달했음에도 여전히 자신을 사석작전의 대상으로만 사고한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 고 전 총리가 말한 현실 정치의 '벽'이란 이같은 '약육강식'의 냉엄한 생존전략에 대한 실망감의 다른 표현일 수도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과의 '실패한 인사' 논란속에서 상당한 '내상'을 입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당내에서 누구도 고 전 총리측을 엄호해주거나 보호해주지 않았으며 오히려 팔짱만 끼고 관망했다는 데에 대해 상당한 실망감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참모들은 15일 저녁부터 여러가지 상황에 대해 건의를 올렸고 시간을 두고 판단하자고 막판 설득작업을 벌였으나, 고 전 총리는 현재 상황을 돌파하기엔 너무나 갈 길이 멀다고 최종 판단한 것이다. 아무튼 고 전 총리의 '중도하차'로 인해 여권내 정계개편은 더욱 더 복잡한 양상을 띄면서 상당기간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