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세미테크가 증시에 남긴 교훈 잊지 말아야

우회상장 문턱 높혀 개미들 피해 재발 없도록 제고 개선해야

2010-09-03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네오세미테크가 우회상장 선진화 방안을 남긴 채 끝내 상장폐지됐다.

네오세미테크 주가는 지난 1일 110원에서 정리매매 마지막 날인 지난 2일 150원으로 36.36% 올랐다.

소액주주들의 매수세가 주가를 끌어올렸다. 회사 회생을 기대한 소액주주들이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 네오세미테크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 지난달 24일 인천지방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소액주주들은 재상장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오세미테크 시가총액은 거래가 정지된 지난 3월 24일 4083억원에서 정리매매 최종일 72억원까지 폭락했다. 시총 순위는 코스닥시장 내 26위에서 988위로 추락했다. 같은 기간 주가는 8500원에서 150원으로 급락했다.

결국 네오세미테크는 상장 후 약 11개월 만인 3일 공식 상장폐지됐다.

네오세미테크는 코스닥 상장사 모노솔라와 합병함으로써 우회상장에 성공했다.

우회상장이 문제였다. 우회상장이란 비상장 기업이 합병·주식교환·제3자 배정 유상증자·영업양수·현물출자 등을 통해 상장기업 경영권을 인수해 사실상 상장 효과를 누리는 것이다.

우회상장 과정에서 네오세미테크는 금융당국으로부터 거의 제재를 받지 않았다. 현재 우회상장 기업들은 신규 상장기준 가운데 재무요건 등 일부 조건만 충족하면 쉽게 상장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오명환 네오세미테크 전 대표이사가 7년에 걸쳐 저지른 대규모 분식회계가 묻혀버렸다. 인덕회계법인, 우리회계법인, 신정회계법인, 삼일회계법인 등 회계법인은 오 전 사장의 분식회계 행위를 들춰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오 전 사장은 뒤늦게 덜미를 잡혔다. 우회상장 5개월 후 네오세미테크는 사업보고서에 대한 회계감사 결과 '의견 거절'을 받았다.

개선기간 3개월 후인 지난달 2일 네오세미테크는 또다시 '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수순을 밟았다. 상장폐지 과정에서 주주들은 1인당 평균 3000만원 이상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주주 7000여명이 눈물을 쏟은 정리매매 최종일, 자본시장연구원은 의미 있는 연구용역 결과를 내놓았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 여의동 한국거래소 11층에서 '우회상장 관리제도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고 거래소를 포함한 금융당국과 조율을 거쳐 ▲지정감사인 제도 도입 ▲비상장 기업 가치 평가 공정성 제고 ▲우회상장 규제대상 확대 ▲우회상장 실질심사 제도 도입 등을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김 연구위원은 "우회상장 전 비상장기업에 대한 부실 회계감사가 우회상장기업의 조기 퇴출로 이어져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지정감사인 제도'를 도입해 네오세미테크와 같은 우회상장기업 회계부실 사례를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정감사인 제도에 따르면 앞으로 우회상장기업은 반드시 지정감사인을 지정해야한다. 지정감사인은 우회상장 전 '합병 등 주요사항 보고서'를 제출할 때 감사보고서도 함께 제출해야한다.

김 연구위원은 "이제 우회상장에도 일반 상장기업과 같은 상장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우회상장의 개념이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