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라응찬 리더십…신상훈 사태 오리무중
해임안 이사회 상정 여부도 불확실, 노조와 재일동포 주주 “문제제기 절차·방법 옳지 않아”
2011-09-06 김경탁 기자
신한금융지주측은 6일 “이사회 개최 날짜와 해임안 상정 여부 등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며 곤혹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신한은행(행장 이백순)은 지난 2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전임 은행장인 ‘신상훈 지주회사 사장’ 및 신한은행 직원 등 7명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의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며, “피고소인 신분이 된 ‘신상훈 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직에서 해임하기 위한 이사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신 사장 해임을 위한 내부 여론조성 작업은 처음부터 난항에 부딪혔다.
업계에 따르면 이백순 행장은 보도자료를 내고 이튿날인 3일 일본 오사카를 찾아 재일동포 주주들에게 신 사장 해임 배경을 설명하려고 했지만 주주들의 거부로 아예 면담도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은행 창립에 관여한 데다 신한금융 전체 지분의 17%를 소유해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재일동포 주주들은 오히려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이사회에서 해임 여부를 의결해서는 안 된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신한은행 노조도 신 사장 사안에 대한 문제제기 절차 등을 납득할 수 없다며 이사회 개최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백순 행장은 4일 노조 간부들을 만나 사건의 배경을 설명했으나 노조 측은 “고소 절차와 방법이 잘못됐다”며 이사회를 개최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노조는 6일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사장을 각각 면담한 뒤 노조의 입장을 정리한 성명서를 발표할 방침인 가운데 이백순 행장은 6일 다시 도쿄를 찾아 이사회의 3분의 1(12명중 4명)을 차지하고 있는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을 상대로 설득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사외이사 중 라응찬 회장의 영향력 아래 있는 인사들이 더 많기 때문에 표대결에 들어갈 경우 해임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지만 이번 ‘신상훈 사태’로 라 회장의 리더십이 큰 손상을 입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한편 신한은행은 지난 2일자 보도자료에서 “최근 은행에 ‘신상훈 전 은행장’의 친인척관련 여신에 대한 민원이 접수되어 조사한 결과, 950억원에 이르는 대출 취급과정에서 배임 혐의가 있었고, 채무자에 대해서는 횡령 혐의가 있다”며, “고소장에는 또한 은행내 루머 확인 차원에서 밝혀진 또 다른 15억여원의 횡령 혐의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 보도자료에서 신한은행 측은 “신한금융그룹은 피고소인 신분이 된 ‘신상훈 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직에서 해임하기 위한 이사회를 개최할 계획”이라며, “비리 혐의에 연루된 ‘신상훈 사장’이 정상적으로 업무에 임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장직 공백에 따른 업무 누수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곧바로 이사회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6일 신한금융 관계자에 따르면 신 사장은 이날 정상출근해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