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 화제작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 5월 재공연

국가·전쟁 거대담론 속에서 죽음 앞둔 이들의 삶 그려내

2017-04-27     김종혁 기자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와 극단 골목길이 공동 제작해 지난해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초연한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작/연출 박근형)가 오는 5월 13일 부터 6월 4일 까지 남산예술센터 무대에서 다시 한 번 관객과 만난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현안에서 비롯한 가장 쟁점적인 작품이자 예술검열 논란의 도화선이 된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는 2016년 3월 남산예술센터 무대에서 그 실체를 최초로 드러냈다.

이후 ‘권리장전2016_검열각하’, ‘광장극장 블랙텐트’, ‘촛불집회’ 등 예술계 전반에서의 다양한 활동과 노력으로 현장 예술인들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수면 위로 떠오른 2017년 지금,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가 같은 무대에 다시 오른다.

올해는 특히 박근형 연출가와 김재엽(연출가, 검열백서준비위원회 사무국장), 김미도(연극평론가, 검열백서준비위원회)가 이 작품과 검열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3주간 재공연의 포문을 열 예정이다.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는 초연 당시 국내외 관객과 전문가로부터 성원과 지지를 얻었으며, 주요 연극상을 수상했다.

개막 당일부터 전석 매진 기록을 세우며 객석점유율 116%를 달성했고, 연극계와 관객들의 추가 공연 요청에 힘입어 1회 특별공연을 추가했다. 또한, 연극계뿐만 아니라 문학, 영화 등 예술분야 전반의 전문가들이 호평을 남기기도 했다.

소설가 장정일은 “크고 작은 영웅이 유장하고 비장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전쟁서사는 관객이 몰입하기 좋은 주제지만 낭만화를 피할 수가 없는데, 작가는 각기 다른 시공간에서 일어나는 네 가지 사건을 교차 편집하는 것으로 이화 효과를 구축했다”라고, 문학평론가 고영직은 “네 개의 에피소드를 엮어 국가폭력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성찰한 작품, 근대국가는 희생의 시스템을 통해 작동한다.”라고 평했다.

국내에서의 성과에 힘을 얻은 이 작품은 ‘페스티벌/도쿄(Festival/Tokyo) 2016’에 공식 초청돼 지난 10월 27일부터 30일까지 도쿄 시내 아울스팟(OwlSpot) 극장에서 다시 막을 올렸다. 작품을 초청한 페스티벌/도쿄 예술감독 이치무라 사치오(市村 作知雄)는 세계 곳곳의 군인들의 죽음을 말하고 있는 이 작품에 대해서 “죽는 자는 말이 없다. 오직 산 자만이 말을 할 뿐이다. 하지만 죽은 자가 말을 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연극임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일본 연극평론가 니시도 고진(西堂行人)은 “더 이상 국가가 개인을 지켜주지 않는다는 명제를 표명하는 작품으로, 이는 한국,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다. 결국 국가가 얼마나 개인과 괴리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대 작품”이라고 말했다.

재공연 첫 날인 13일(토) 공연이 끝난 후 박근형(작가/연출가), 김재엽(연출가, 검열백서준비위원회 사무국장), 김미도(연극평론가, 검열백서준비위원회)가 ‘검열에 대해 말한다 -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문화예술계와 이 작품을 둘러싼 예술검열 논란에 대해 검열의 직접적 당사자로서 뜨거운 대담을 나눈다.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는 남산예술센터, 인터파크, 예스24공연, 옥션티켓, 대학로티켓닷컴, 클립서비스 예매사이트를 통해 예매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