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한 레스토랑’ 후터스 걸 한국 상륙, ‘때묻지 않은 도발?’
‘핫팬츠, 탱크톱입고 서빙’…신선함 VS 성 상품화 논란
2008-01-26 한종해 기자
미국의 ‘섹시’ 레스토랑으로 유명한 후터스가 지난 18일 서울 압구정동에서 국내 첫 오픈했다. 후터스는 최근 10여 년간 상표권 침해에 따른 소송을 15번이나 겪은 후의 한국 런칭으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매혹적으로 도발적인, 하지만 때 묻지 않은’이라는 슬로건을 내 걸고 한국에 오픈한 후터스는 미국식 패밀리 레스토랑과 스포츠 바를 접목한 외식업체로서 ‘후터스 걸’과 함께 세계적으로 사랑받아온 기업이다.
‘후터스 걸’은 오렌지색 핫팬츠와 가슴이 깊게 파인 탱크톱을 입고 손님들의 주문을 받거나 음식들을 서빙하는 후터스의 대표적인 마스코트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후터스가 ‘여성들의 성적 매력을 상품화했다’고 하여 국내 여성단체들로부터 집중 포화를 받고 있다.
후터스가 등장한 것은 지난 1983년 10월. 미국 플로리다 주 클리어워터에 후터스 본점이 문을 열면서부터다. 현재 미국 내에만 350개 지점이 있고 유럽과 미주, 아시아 등 전 세계적으로 총 5백여 개 가맹점이 성업 중이다. 아시아 지역에선 대만과 싱가포르, 중국에 이어 4번째로 한국에 문을 열었다.이번에 한국에 첫 선을 보인 후터스는 발생지가 미국 플로리다 주인 만큼 따뜻한 곳 특유의 여유로움과 자연스러움이 배어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맛있는 음식, 차가운 맥주, 아름다운 미녀가 있는 곳’ 이라는 콘셉트를 전 세계적으로 일관성 있게 유지하고 있다. 주 메뉴는 치킨 윙과 스테이크, 해산물 등이며 가벼운 주류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게 특징이다.‘후터스 걸’이 ‘후터스’를 살린다
후터스의 세계적인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바로 ‘후터스 걸’. 후터스 걸은 후터스에서 일하는 웨이트리스로, 지(知)와 미(美)를 겸비한, 오렌지색 핫팬츠와 깊게 파인 탱크톱의 복장을 한 젊은 여성들이다.‘후터스 걸’은 후터스에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경쾌한 댄스와 노래를 선사하거나 주문을 받고 음식들을 서빙한다. 후터스 본사가 지향하는 후터스 걸의 이미지는 ‘건강한 아름다움’으로, 미국 어느 미식축구팀의 치어리더나 잡지에 멋있게 등장하는 수영복 표지 모델 정도이다.이러한 이미지는 모두가 꿈꿀 수 있는 것으로 성을 상품화하는 저속한 이미지라기보다는 친근하고 대중적인 이미지라는 게 후터스 관계자의 설명이다. 미국 본사에서 후터스 걸은 단순한 웨이트리스의 차원을 뛰어넘어 지역사회 봉사활동과 홍보 판매촉진 활동에도 참여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 따라서 후터스 걸을 뽑는 심사기준도 매우 엄격해 지성과 미모를 동시에 지닌 ‘섹시하면서도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지향하고 있다.지난 18일 런칭한 한국 후터스 1호점에서도 후터스 걸을 뽑는데 정말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게 후문이다. 한국에서 여성 성(性)이 상품화되지 않도록 철저한 교육을 시키고 있다는 것. 이와 관련 한국에서 뽑는 후터스 걸들에게는 외국어 교육은 물론 서비스 교육, 성추행 예방교육 등을 입사 전에 철저히 시행하고 있다.‘후터스 걸’, 한국 여성들이라면 꼭 해보고 싶은 직업?
한국 후터스 이금혜 대표는 “한국 여성들이라면 한번쯤은 꼭 해보고 싶은 직업으로 후터스 걸을 포지셔닝 하겠다”며 “미국에서 후터스를 처음 방문했을 때, 그때 받았던 후터스 걸에 대한 느낌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후터스 걸은 단순한 매장업무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서 이미 아이콘화 되어있는 후터스 걸 이미지에 부합해야 하는 만큼 후터스만의 재밌고 편안한 분위기를 이끌어낼 수 있는 만능 엔터테이너로써의 활발한 매력 및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인재”라고 한다.실제로 한국 후터스 1호점인 압구정동 점에서 일하게 된 1기 후터스 걸들의 교육은 지난 3일 시작돼 오픈 3일전인 15일에 끝났다. 국내 타 업체의 교육과는 뭔가 달라도 달랐다. 테이블 접대 요령은 물론 춤과 노래, 대화와 몸가짐 등 교육내용이 입체적이었다. 교육의 가장 큰 원칙은 파티 무드. 교육생들은 교육이 끝날 때 까지 제자리에서도 어깨를 들썩거리고 입으로는 노래를 쉴새없이 흥얼거려야 했다고.여성단체, “돈만 벌면 된다는 것이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여종업원들이 수영복에 가까울 정도의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서빙하는 것은 여성의 성적 매력을 노골적으로 영업에 이용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 여성단체 등에서는 “레스토랑임에도 유흥업소에서나 볼 수 있는 밤 풍경이 펼쳐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여성단체연합 한 관계자는 “남녀노소가 찾는 패밀리 레스토랑이 유흥업소를 연상시키는 콘셉트로 여성을 상품화하는 선정적 마케팅을 이용하는 것은 사회ㆍ문화적 배경에 대한 고려 없이 돈만 벌면 된다는 자본주의적 논리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여성의 전화 연합 한 관계자는 “후터스는 저질 상업주의의 한 형태다. 가족 레스토랑을 표방하면서 그런 차림의 서비스가 식사에 도움을 주는지 궁금하다”며 “이는 남성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뿐이고, 왜곡된 성문화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이와 관련해 한국 후터스 박규호 부장은 “후터스가 ‘선정적이다’, ‘성의 상품화다’라는 표현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 이라고 반박했다. 섹시한 이미지의 콘셉트가 사용되고 업그레이드 된 신개념의 비어 레스토랑일 뿐이라는 것이다.외국의 경우 “엉덩이 만져도 된다고?”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돌아온 김모(28)씨의 말에 따르면 “외국 후터스의 경우 손님들이 식사 중간중간 후터스 걸의 엉덩이를 살짝 만지거나 성적인 농담을 건네는 등의 짓궂은 장면이 자주 연출된다”고 한다.시민들의 반응도 제각각이다. 지난 19일 압구정동의 후터스 1호점에 다녀왔다는 도모(22ㆍ대학생)씨는 “음침하고 퇴폐적인 분위기일 거라는 당초 예상과는 다르게 밝고 생기있었으나 여성들의 옷차림들은 오히려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거나 음식 등을 먹을 때 방해가 됐다”고 전해왔다. 또 “아직 한국 사회가 그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 그런 건지는 몰라도 왠지 모르는 어색함에 가게를 빨리 나왔다”고 말했다.그러나 또 다른 시민 박모(29ㆍ회사원)씨는 “후터스 걸 덕분에 일과 상사에게 받은 스트레스가 한 방에 해소됐다. 애초에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후터스 걸의 복장이 그렇게 야한편도 아니었고 섹시바나 비키니바에서 이루어지는 선정적인 이벤트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성 상품화 우려는 기우일 뿐” 이라고 일축했다.성 상품화 오해, 후터스 ‘짝퉁’ 때문?
한편 일각에서는 후터스가 여성단체의 집중공격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 “한국사회에 이미 만연해 있는 후터스 ‘짝퉁’ 비키니바나 섹시바, 그리고 비어걸 들이 있는 호프집 등 때문이다”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섹시바와 비키니바 업소들은 대외적으로는 손님과 여성 종업원과의 접촉을 허용치 않고 옆자리에 앉힐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퇴폐를 조장하거나 선정적인 면을 부각시켜 직장인들 사이에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실례로 강남의 한 비키니바의 경우 매일 밤 10시쯤 쇼 타임을 갖고 한명의 댄서가 등장해 홀 가운데에 있는 파이프를 붙잡고 스트립쇼를 펼친다. 서울 교대 근처에 있는 한 섹시바는 밤 11시만 되면 바텐더 여성이 중요한 부위의 속옷을 벗어 손목에 끼고 돌리는 서비스를 한다. 바닥이 거울처럼 반질반질해 고객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호프집들도 건전한(?) 외식 문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비어 걸들을 동원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곳이 현직 모델들이 주축을 이룬 ‘제인걸스’다. 서울 압구정동에 있는 제인걸스는 외식업에 종사하는 현직 모델, 일명 ‘에스코트 모델’과 대중이 만나는 접점을 강조한다. 본연의 모델 일을 하면서 저녁시간에만 근무하는 제인걸스의 에스코트 모델은 경쟁률이 150대 1에 이른다는 소문도 있다.여의도에 오픈한 한 호프집은 패밀리 생맥주집을 내세운다. 비어 걸의 옷차림은 미니스커트에 가슴이 파인 야한 상의다. 40여명의 비어 걸들은 매시간 섹시 댄스를 보여주고 테이블에서는 마술 등의 이벤트를 펼친다.이 같은 섹시바ㆍ비키니바ㆍ비어걸들이 있는 호프집 등에 대해 주 고객인 남성들은 다양한 반응을 나타낸다. 회사원 A(33)씨는 “여성들이 예쁜 척만 하고 있으니 좀 불편함을 느꼈다”고 밝힌다. 또 다른 회사원 B(32)씨는 “노래방에 가더라도 도우미를 볼 수 있는데 굳이 남의 눈초리를 받으면서 그런데 갈 필요가 있을까”라고 반문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