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오이 팬픽’ 청소년을 좀 먹는다

수위 높음에도 불구, 아무런 제제조치 없어

2008-01-26     한종해 기자
남자 연예인을 동성애자로 그린 ‘야오이 팬픽(인기 남자 연예인을 동성애자로 그린 일본 문학 작품)’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원래 야오이 팬픽이란 남자들 사이의 동성애를 유명연예인들에게 접목시켜 팬들이 직접 쓰는 소설로, 스타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팬 확보 차원에서 순기능을 한다. 하지만 동시에, ‘야설(야한소설)’등을 소재로 한 팬픽이 미성년자에게 제재 없이 공급된다는 점에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팬픽은 god, 신화, 동방신기, SS501, 슈퍼주니어 등 주로 남자그룹의 멤버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들이 다수이며 현재 팬들 사이에서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는 인터넷 등 통신의 발달과 팬들의 조직화를 통해 수많은 작품이 여과 없이 양산되고 급속도로 퍼지며 청소년들 사이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갖게 되었다.하지만 팬픽을 통해 스타를 자신의 취향대로 꾸미겠다는 욕구가 강해짐에 따라 수준이 낮아지고 수위는 높아져 청소년들의 성 정체성에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실례로 모 남성그룹의 팬픽 중 ‘사랑의 동물병원’은 스타 A가 동물병원에서 일하게 되고 수의사인 스타 B와 사랑에 빠진다는 동성애 이야기. 이밖에 책으로도 제본된 히트작 ‘가시연’은 스타 C와 스타 D를 은밀한 사랑 구도로 그렸으며 농도 짙은 성적 표현으로 수위가 꽤 높다.  인터넷에 ‘팬픽’이라는 말로 검색해보면 셀 수도 없이 많은 사이트가 나온다. 어떤 곳도 미성년자 접근을 제한하는 사이트는 없다. 팬픽사이트에는 위에서 소개한 모 남성그룹 관련 팬픽 외에도 매우 많은 팬픽이 올라와있는데, “당장에라도 날 눕히고 X처럼 X고 싶잖아”, “나한테 X고 싶지? 우리 호텔갈까?”, “한번만 XX주면 안돼?”등 성인들이 봐도 심하다 싶을 정도의 표현들이 써있다.각각의 글에 달린 댓글에는 “저랑 한번 하실 분 구합니다. 01X-XXX-XXXX 연락주세요”, “요즘 학교랑 학원에서 이거 보느라 공부도 못해요. 정말 다음편이 기다려지네요”, “이제는 제 동생까지 이 소설에 빠져버렸답니다” 등 청소년이 팬픽에 무분별하게 노출돼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글들이 올라와있었다.‘가시연’ 때문에 모 남성그룹의 팬이 됐다는 한 네티즌은 “많은 사람들이 ‘가시연’의 수위에 대해 걱정하지만 진정한 매력은 높은 수위와 엄청난 퀼리티의 소장본이 아니라 선정적인 장면 속에서 저자의 문체, 등장인물의 심리묘사”라고 주장한다.이와 관련 소아청소년상담센터의 한 관계자는 “성적 판타지가 많은 미성년자들이 성적인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런 소설을 접할 경우 가치관 형성, 도덕성 발달에 저해요인이 된다. 또 성적 자극을 강하게 받을 경우 성장은 물론 집중력 저하, 학습장애가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수위가 높은 팬픽들에 대한 제제와 같은 규정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성 범죄자를 양산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또 청소년단체의 한 관계자는 “미성년자의 경우 작가의 사상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기반을 갖추지 못한 채 음란하고 비현실적인 소설 속에 갇혀 세상을 직시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며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