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소극장 '산울림' 극단 '기일게' 공동 기획 연극 ‘컬렉티드 스토리즈’

두 여자의 불꽃 튀는 진짜 이야기
섬세한 심리표현과 빈틈없는 이야기 구조, 시대를 초월해 완성도 높은 인간의내면 담아

2018-05-13     김종혁 기자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연극 컬렉티드 스토리즈(The Collected Stories)는 1996년 초연 이후 미국 뿐 아니라 영국 웨스트앤드 등 영미권 국가에서 빈번히 공연되고 있는 작품이자 퓰리처상을 수상한 바 있는 미국 중견 작가 도널드 말규리스(Donald Margulies)의 대표작으로 여배우 두 명이 이끌어 가는 밀도 높은 작품이다.1990년대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쓰인 작품이지만, 섬세한 심리표현과 빈틈없는 이야기의 구조, 무엇보다 시대를 초월해 공감할 수 있는 세대 간의 이야기, 세월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공감을 불러오고 있다.

가장 빛났던 순간을 간직하고 싶은 사람,
가장 빛나는 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

유명 단편소설 작가 루스 스타이너.
그녀의 팬에서 제자로, 동료로 그리고 친구로 성장하고
마침내 라이벌로 변하는 리사 모리슨.

스토리는 두 여자의 이야기이지만, 사실은 모든 인간의 “관계”에 관한 것이다. 사제 간, 모녀 간 더 나아가 친구 사이의 애증에 관한 이야기로 발전하며, 각각의 위치에 따른 ‘입장‘이 있지만 결국 그것은 내 기준의 변(辨)일 뿐이다. 결국 시간은 흐르고 인생은 반복되며 나 또한 상대방의 자리에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가장 빛났던 순간을 지키고 싶은 사람과 그 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 동상이몽 하는 이 둘은 대립하게 되고 결국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의 폭발과 더불어 드러내지 않았던 혹은 드러낼 수 없었던 적나라한 민낯을 서로에게 보이기에 이른다.작품은 사람 사이에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우리가 그로부터 정말 얻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라는 끝이 긴,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줄거리] 대학 교수인 ‘루스’는 유명 단편 소설작가로, 까탈스러운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가르치는 일을 즐기는 50대 독신여성이다. 그녀는 수업의 일환으로 ‘리사’를 불러 개인지도 시간을 갖는데 그녀가 쓴 글에 흥미를 느낀다. ‘리사’는 평소 열렬히 동경하던 작가 ‘루스’와의 만남에 흥분을 감출 수가 없다. 그 시간 이후 그녀는 ‘루스’의 조교가 되겠다고 지원하고 둘은 점점 가까워진다.‘리사’는 ‘루스’의 지도를 통해 작가로 성장해 가고 이들은 창작에서만이 아니라 인생의 사제지간이 되어간다. 그러던 중 ‘루스’는 ‘리사’가 자신에게 알리지 않은 채 출판사에 보낸 단편이 곧 출간될 거라는 소식을 뒤늦게 전해 듣고 그녀의 첫 성공을 축하해 주면서도 기분이 상해 결국 약간의 말다툼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젊은 시절의 사랑 이야기를 ‘리사’에게 털어놓기에 이른다. 이제 ‘리사’는 등단작가가 되고, ‘루스’와 ‘리사’의 관계는 친구이자 동료에 가깝다.
 4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리사’는 첫 장편소설의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투병 중인 ‘루스’는 그 시간 동안 칩거하고 있다.

기념회를 마치고 ‘리사’는 ‘루스’를 찾아 가지만 그녀는 차갑기만 하다. 이들의 불편한 관계가 그 소설의 내용에 근거함이 드러나고, 이에 대한 ‘루스’의 반응은 ‘리사’가 예상했던 것과는 거리가 멀다. ‘루스’는 그 동안의 애정만큼이나 격렬한 배신감과 증오를 쏟아내고 두 사람은 더 이상 함께 할 수가 없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