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광로 사고로 청년 '동상' 설립 두고 누리꾼 설전, "당연히 설립해야" vs "감상적 군중심리"

2010-09-11     유승언 기자
 
[매일일보] 당진군의 한 철강공장에서 작업중 용광로에 빠져 숨진 20대 청년을 위한 추모동상 설립 여부를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서 설전이 오가고 있다. 지난 7일 오전 2시경 충남 당진군 한 철강공장에서 작업 중이던 직원 김모(29) 씨가 5m 높이의 전기 용광로 위에서 고철을 녹이는 작업을 하다가 실족해 용광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1600도에 이르는 고열의 쇳물에 떨어진 김씨는 그대로 사그라져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하는 듯 했으나 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자 회사와 관계기관까지 발벗고 나서 유골의 일부를 회수, 지난 10일 장례식을 거행했다.이에 누리꾼들은 20대의 젊은 나이에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고인을 향한 애도의 뜻을 보내고 있으나 '추모동상' 설립 여부를 두고서는 이견을 보이며 설전을 벌이고 있다.'추모동상' 설립을 주장하는 쪽은 당초 이번 사고를 온라인상에 널리 알린 계기가 된 alfalfdlfkl라는 아이디의 누리꾼의 추모시와 관계가 있다.이 누리꾼이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며 쓴 시 '그 쇳물 쓰지마라'의 내용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청년의 넋과 한이 담긴 쇳물을 아무데도 쓰지말고, 다만 맘씨 좋은 조각가를 불러 살아있을적 얼굴을 빚으라는 내용이다.그 이유에 대해서는 시의 마지막 행을 통해 "가끔 엄마 찾아와 내새끼 얼굴 한번 만져 보자. 하게."라고 덧붙여 누리꾼들의 가슴을 뜨겁게 울렸다.이에 누리꾼들은 3D업종의 위험천만한 작업환경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며 추모동상 설립을 지지하며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또한 유명 조각가 조모씨는 본인이 직접 추모동상을 제작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그러나 추모동상 설립을 반대하는 누리꾼들의 의견도 나름대로의 설득력을 갖는다.이들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안타까운 사고인 것은 맞으나 고인 외에도 안타까운 사고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도 많은 현실에서 굳이 이번 사고에만 동상을 제작하는 것은 휴머니즘에 젖은 군중심리라는 것이다.그러면서 이들은 최근의 CNG버스폭발 사고를 예로 들며 "불의의 사고로 큰 부상을 입은 20대 여성을 위해서도 동상을 만들어야 하느냐"며 조금은 이성적으로 판단하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한편, 지난 10일 일부 언론들은 장례식 현장 관계자의 말을 빌어 동상제작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을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