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웃음소리 듣기 싫었다”…‘강도강간’ 14년 복역 마친 후 또 살인
2011-09-12 이서현 기자
[매일일보] 한 가정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듣기싫어 살인을 저지른, 신정동 ‘묻지마 살인사건’ 피의자가 사건발생 36일만인 11일 경찰에 붙잡혔다.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양천경찰서는 12일 “탐문수사 중 어제 오후 신월동 길거리에서 범행당시 입었던 검정색 상의와 운동화를 착용하고 있던 피의자 윤모씨(33)를 검거했다”고 밝혔다.경찰은 윤씨를 상대로 행적 등을 추궁한 끝에 범행을 모두 자백받아 긴급체포했다. 또 윤씨의 거주지를 수색해 범행에 사용한 흉기와 의류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증거도 확보했다.경찰에 따르면 일용직 노동자인 윤씨는 사건당일인 지난달 7일 일거리가 없자 오전 6시께부터 12시간여 동안 양천구 일대를 배회하면서 막걸리 1병을 마신 뒤 다가구주택 옥탑방에 올라가 범행을 했다.윤씨는 집에서 자녀들과 함께 TV를 보고있던 장모씨(42·여)의 머리를 미리 준비한 둔기로 내리쳐 부상을 입혔으며 비명소리를 듣고 나온 남편 임모씨(42)의 양쪽 옆구리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뒤 도주했다.윤씨는 조사에서 “인근 놀이터에서 술을 마시던 중 맞은편 다가구주택 옥탑방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며 “나는 세상을 어렵게 살고 방황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행복하게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범행 이유를 밝혔다고 경찰은 전했다.윤씨는 특히 강도강간 등으로 14년간 복역을 마친 뒤 지난 5월7일 출소했으며 이후 공사현장 등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근무해 왔던 것으로 조사됐다.경찰 관계자는 “윤씨가 일이 없어 돌아다니면서 술을 마시던 중 한 가정에서 웃음소리가 들리자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던 것 같다”며 “순간 격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분석했다.경찰은 윤씨를 상대로 조사를 벌인 뒤 이날 오후 살인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이와함께 윤씨는 이날 기자들에게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죄송하다”며 “목숨을 바쳐서라도 죄값을 받겠다”고 심경을 밝혔다.노란색 반팔 티셔츠 차림에 수갑을 찬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윤씨는 고개를 숙인 채 “전과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좋지 않고) 취직도 잘 안돼 살아가는 것이 힘들었다”며 “피해자들이 행복한 것 같아 (나와) 비교돼 순간적으로 잘못을 저질렀다”고 범행 동기를 털어놨다. 이어 범행 대상에 대해 “술에 취해 잘 모르겠다. 무작정 골랐다”며 “죽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윤씨는 지난달 7일 오후 6시5분께 서울 양천구 신정동 모 다가구주택 옥탑방에 침입, 흉기를 휘둘러 임씨를 숨지게 하고 장씨를 다치게 한 뒤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