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파산 후 2년…'트라우마'는 남아있다
2011-09-13 이황윤 기자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리먼브러더스 파산을 가리켜 "30년 이상 분수 넘는 소비를 해온 미국 경제시스템에 대한 징벌"이라고 표현했다. 미국 가계는 부동산담보대출 등 금융기관의 지원을 바탕으로 레버리지(차입을 통한 수익 증대)를 축적했다. 과도한 레버리지는 가계 부실을 키웠다.
결국 가계 부실로 인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는 리먼브러더스를 파산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미국, 나아가 세계 금융시스템 전체를 뒤흔들었다. 이후 미국 정부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상당한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해야했고 가계는 부채를 축소하는 데 매진해야했다. 이 과정에서 단순한 경기후퇴와는 차원이 다른 심각한 경기침체가 나타났다.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는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미국 및 세계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경기순환 상 하강요인이 가장 우려할만하다. 미국 경기는 리먼 파산 이후 급락했지만 지난해 초부터 순환적 상승 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위기 후 1년이 지난 시점부터 생산·재고·심리지표 등이 순환적 하강 추세를 나타냈다. 더블딥 우려는 잊을만하면 다시 나타나 금융시장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
정책효과가 소멸되고 있는 점도 걱정거리다.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던 미국 정부는 국채매입중단(지난해 10월말), 주택저당증권 매입중단(지난 3월말), 부동산 세제종료(지난 4월)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했다.
미국 가계부채 잔액도 현재 약 13조5000억 달러로 1980년(1조3000억 달러)의 10배, 2000년(7조 달러)의 2배에 이른다.
그러나 상황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가계부채 문제가 점차 해결되고 있다. 신용카드 연체율은 과거 평균 수준에 거의 근접할 정도로 낮아졌다. 소비자신용증가율도 1980년 이후 역사적 저점까지 하락했다. 특히 최근에는 소비자신용이 하락세를 멈춘 가운데 바닥을 다지는 모습까지 포착되고 있다. 이는 가계 신용경색이 점차 마무리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미국 주택시장도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주택가격이 저점을 형성하고 있다고 본다.
김세중 팀장은 "주택가격의 하락세가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향후 3~5%수준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는 주택가격(케이스-쉴러 20기준) 하락세가 고점(2006년 7월) 대비 약 33~35% 하락한 수준에서 마무리된다는 뜻이다. 김 팀장은 "올해 4분기 중에 미국 주택지표 개선세가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소비침체 부담을 완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정부도 최근 '2차 경기부양책'이라는 회심의 카드를 내놨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준비한 2차 경기부양책의 규모는 3500억 달러(약 410조원)에 이른다.
지난해 초 발표된 8000억 달러(약 937조원) 규모 1차 경기부양책이 세제 감면 등 소비 회복에 중점을 뒀다면 2차 경기부양책은 민간기업 투자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차 경기부양책의 세부내용은 설비투자 세제혜택, 사회간접자본 투자 확대, 연구개발비 세액공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차 경기부양책만으로 미국 경기를 다시 정상화시키는 것은 역부족이겠지만 일차적으로 미국 경기의 더블딥 위험을 해소하는 데는 크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휴사=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