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 없는 규제개혁, 이제 그만”
[MI특별기획 - 기업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②]
2018-05-22 이한듬 기자
우리나라 정부규제환경, 138개국 중 105위 ‘하위권’
미국·일본·영국 등 해외 선진국 개혁사례 본받아야
[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해외 선진국들이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지속적인 규제개혁을 추진 중인 반면, 우리나라는 시대를 역행하고 있어 세계적 흐름에 걸맞는 정부규제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2일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하는 연도별 규제경쟁력 순위에 따르면 한국의 정부규제환경은 138개국 중 105위로 미국(29위), 일본(54위), 독일(18위)에 비해 한참 뒤쳐져있다.OECD가 평가한 외국인 투자규제도 OECD 35개국 중 30위로 투자를 유치하기 어려운 환경이다.이처럼 우리나라의 규제경쟁력이 뒤쳐지는 이유는 정부의 규제개혁안이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데다, 지속성·연속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재계는 지적한다.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2014년 7월부터 규제비용총량제를 시범 운영하는 등 제도적인 규제개혁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지속적인 운영과 충분한 성과를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정부가 규제비용총량제의 도입을 위해 2016년 7월 총리훈령인 ‘국민부담 경감을 위한 행정규제 업무처리 지침’을 공표했지만, 법률을 통해 도입되는 방식에 비해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상당수 규제가 규제비용총량제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돼 있다.이런 가운데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대표적인 재벌 저격수로 꼽히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와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과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각각 발탁하면서, 재벌개혁을 비롯한 경제민주화 움직임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재계는 그나마 미진하던 규제개혁 움직임마저 철회되고, 상법개정안을 비롯해 기업의 자율성을 강제하는 규제적 입법이 늘어나지는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재계 단체들은 해외 선진국 사례를 예로 들면서 새 정부에서 파격적인 규제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대한상공회의소가 이달 초 발표한 ‘주요국 리쇼어링 동향과 정책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우리기업의 해외 현지일자리가 53만개에서 163만개까지 늘어난데 비해, 외투기업의 국내 일자리 규모는 같은기간 20만개에서 27만개로 늘었다.들어온 일자리 대비 나간 일자리는 10여년간 약 2.5배 수준(2005년)에서 6배(2015년)까지 늘어난 셈이다.반면 최근 미국, 일본, 독일 등 경쟁국들은 규제개혁과 강력한 지원책을 쏟아내며 국외로 생산기지를 옮긴 자국 기업이 다시 돌아오는 ‘리쇼어링’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규제 1개를 만들 때 2개를 없애는‘원 인, 투 아웃’제도를 도입했으며, 최근 현행 35%인 법인세를 15%까지 인하하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하기도 했다.일본 역시 국가전략특구를 통한 규제개혁과 법인세 감면 등을 통해 생산라인을 국내로 불러들이고 있고, 독일은 인더스트리 4.0 전략(미래형 연구개발 보조금 지급 등)을 추진 중이다.이에 대해 대한상의는 “규제를 풀어 기업에게 투자와 성장의 길을 열어주고, 여기서 창출되는 경제적 가치를 복지 재원으로 활용하는 지속가능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규제개혁특별법 통과를 희망했다.규제개혁의 패러다임을 바꿔야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우리나라 규제시스템은 포지티브 방식, 사전적 규제 등을 중심으로 하고 있어 사회 변화와 기술발전에 유연한 대처가 곤란하다”며 “포지티브 방식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개편하고 사전적 규제를 사후적 규제로 변경하는 등 규제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4차 산업혁명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유환익 한경연 정책본부장은 “규제개혁은 대규모 재정지출 없이도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유도해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만큼, 각국은 규제개혁을 핵심 정책과제로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해외사례를 벤치마킹하여 국민과 기업의 견해를 적극 반영하는 규제개혁, 중단 없는 규제개혁 시스템을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