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 사망 직원 유족상대 소송 패소
비자금 혐의 회장 보호 위해 도피 중 사망한 직원 유족에 소송…재판부 “횡령 증거 없다”
2011-09-14 김경탁 기자
사망한 직원은 회장을 위해 미국으로 도피까지 했지만 결국 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는 등 또 다른 곤욕을 치러야했다.
1999년 현대산업개발 재정팀장으로 일하던 고(故) 서모씨는 정몽규 회장의 지시를 받고 정 회장 소유의 고려산업개발 신주인수권을 처분해 부외자금을 마련하는 작업을 담당했다. 서씨는 같은해 4월 모 증권사 직원 장모씨로부터 중간에서 매각대금을 현금화, 부외자금을 조성하는데 도움을 줄 진모씨를 소개받았다.
다음달 서씨와 진씨는 진씨가 경영하던 모 캐피탈이 현대산업개발로부터 고려산업개발 신주인수권 550만개를 구입하는 것으로 가장, 경비 명목으로 대금의 10%를 받기로 양사 대표이사 명의의 신주인수권 매매계약서를 작성했다.
서씨는 매각대금 632억5000만원 중 약정한 사례금(10%)을 제외한 569억2500만원을 전달받은 뒤, 액면금 1억원짜리 증권금융채권 30장(시가 35억원)을 구입해 이를 정 회장에게 전달했다.
이와 관련 현대산업개발측은 서씨가 모 캐피탈 측으로부터 돌려받은 569억2500만원 가운데 시가 35억원 규모의 증권금융채권을 제외한 539억2500만원을 횡령했다고 주장하면서 서씨가 지난 3월 사망함에 따라 유족들이 채무를 상속했다며 이 가운데 부당이득금 6억원을 반환하라고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2부(부장판사 이종언)는 현대산업개발이 고 서모씨의 유족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반환소송을 14일 기각했다.
재판부는 "서씨가 단독으로 처분대금을 횡령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기각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정몽규 회장은 2006년 비자금 56억원을 조성한 혐의(배임)로 불구속 기소돼 징역 5년을 구형받았지만 비자금 3억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횡령)만 인정돼 벌금 300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