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民心)은 곧 천심(天心)이다
2008-01-30 매일일보
한국 현대 정치에서 변하지 않는 한 가지 진리가 있다. 민심을 거스르는 정치세력은 반드시 그 대가를 톡톡히 치룬다는 것이다. 6월 항쟁을 불러 일으켰던 4.13 호헌 선언은 민심이 ‘분노의 바다’를 이루게 만들어 결국 87년 체제를 여는 계기를 만들었다. 국민이 쟁취한 직선제에서 양김이 국민 절대 다수의 단일화 요구에도 불구하고 분열함으로써 결국 대선 패배와 지역주의 정치구도를 심화시켰다. 96년 겨울 새벽 노동법 날치기 파동은 김영삼 정부의 집권 말기를 혼란으로 밀어 넣었다. 김대중 대통령 때는 의약분업 밀어붙이기로 국민의 정부 지지율이 반토막 났다. 노무현 대통령 때는 다수당이던 한나라당이 민심을 거스르고 탄핵을 시도했다 엄청난 역풍을 맞았다. 민주화가 진전될수록 민심은 천심이 된다. 다수 국민이 원하는 일과 다수 국민이 원하지 않는 일이 있다. 물론 다수 국민이 원하는 일이 꼭 진리는 아니다. 자칫 다수 국민의 환심만 사려고 하는 경우에는 포퓰리즘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 다수 국민이 원하는 일을 하면서 포퓰리즘에 빠지지 않으려면 바른 정책을 생산하는 정치지도자와 정치세력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하고, 그만큼 국민을 잘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꼭 명심해야 할 진리가 하나 있다. 아무리 옳은 일이라도 다수 국민이 원하지 않는 이상 ‘마이 웨이’를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직 아니라면 일을 저지르기 전에 계속 설득하거나 기다려야 한다. 이것이 현대 민주정치에서 중요한 포인트이다. 오늘날과 같이 정보가 개방적으로 소통되고, 각종 매체가 크고 작은 여론을 끊임없이 형성하는 시대에는 더욱 더 국민 다수의 여론을 존중해야 하고, 그것을 항용 정치 행동의 지표로 삼아야 한다. 그래서 “여론조사가 (행정 사법 입법 언론에 이어) 5부”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가. 여론조사를 무시하는 정치지도자와 정당이 성공할 확률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수준일 것이다.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제안도 이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70%의 국민이 개헌 문제를 다음 정권에 넘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4년제 중임안이 옳으냐 그르냐는 그 다음 문제라는 것이다. 얼마나 현명한가. 서울대학교 논술문제처럼 어려운 권력 구조 문제를 OX 문제로 답하라는 정권의 우문에 대해 국민들은 현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선의에 의한 것이든 어떤 정략에 의한 것이든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시도는 제도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성공할 수 없다. 앵글을 한나라당으로 돌려보면 거기에도 걱정스런 대목이 눈에 뛴다. 지금 다수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대해 원하는 것과 다수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대부분의 국민들은 다음 5년이 민족과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5년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위기를 극복할 국가경영세력’을 보고 싶은 것이다. 이 속에서 원하지 않는 것은 한나라당의 분열이다. 양김의 분열, 이회창과 이인제의 분열, JP와 정몽준의 이탈이 가져왔던 재앙적 결과를 익히 아는 국민들이기 때문에 이번만은 분열하지 말고 힘을 합치라고 소리치고 있는 것이다.한나라당의 유력 후보들과 그 캠프는 칼을 상대의 심장을 향해 겨누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해 겨누어야 한다.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자신의 장점으로 승부해야 한다.국민들은 또 한나라당 경선이 ‘나쁜 경선’이 된다고 생각하는 순간 눈길을 돌릴 수 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좋은 경선’을 위해 우리 모두가 초심을 다잡아야 할 때다. ‘민심의 바다’ 위에 우리를 던져야 한다. ※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 박형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