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에선 ‘사무용 의자 구매'도 긴급 사항?

국회 정무위 정옥임 의원, 수의계약 남발 지적…거래소 “그정도 가지고 방만경영이라면 억울하죠~”

2011-09-15     김경탁 기자

[매일일보] ‘신의 직장’으로 각광받는 공기업을 넘어서 ‘신이 숨겨둔 직장’ 혹은 ‘신도 다니고 싶은 직장’으로까지 불리는 한국거래소(KRX)의 방만경영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한나라당 정옥임 의원실이 최근 한국거래소 측에서 제출받은 ‘2007년 이후 수의계약 현황’ 자료에 따르면 거래소가 2007년 1월부터 2010녀 6월까지 체결한 수의계약은 총 830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거래소에 비해 직원수가 3분의 2정도 되는 예탁결제원과 비교하면 같은 기간 건수로 20배가 넘는다. 

정옥임 의원실 양성준 보좌관은 15일 “한국거래소가 국회 정무위 감사 대상기관들 중에서 너무 심한 편이라서 문제를 지적하게 됐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수의계약 항목을 살펴보면 명함이나 홍보기념품, 메모지, 복사용지, 먹는샘물 등 소모품 구매에서 사진촬영, 생활도우미, 디자인, 비서, 인쇄 등 서비스 용역계약까지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있다. 

이와 관련 정의원실 관계자는 “수의계약 내용이 너무 방대하고, 거의 모든 물품과 용역서비스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과연 거래소의 외부거래 중에 경쟁입찰방식 계약이 있기는 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이번 국감에서 크게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여년전 민영화되었던 한국거래소는 이명박정부 출범 이전부터 방만경영을 지적받아오다가 지난해 1월 공공기관으로 지정받으면서 국회 국정감사 대상에 편입된 바 있다.

체육대회 못 연 2008년에도 단체복 몰래(?) 구입

한국거래소의 수의계약 내용 중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매년 체육대회 때마다 맞춘 단체복 관련 항목이다.

2007년 4월 체육대회에는 한 벌 당 10만원 내외인 남녀 운동복과 3만원대인 티셔츠, 15만원대인 남녀 자켓은 물론 켤레당 8만원이 넘는 남녀 운동화까지 맞춰서 나눠주면서 옷값으로만 2억원이 넘는 돈을 썼고, 체육용품 값 등을 합치면 3억6천만원에 달하는 돈을 썼다.

이명박정부 출범과 함께 골프접대비로 과다한 경비를 지출했다는 이유로 임직원들이 금융위원회 징계를 받았던 2008년에는 봄 체육대회를 열지 않은 대신 그해 9월에 ‘단체복’ 명목으로 3억2973만원 어치를 사용했다.

이어서 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된 2009년에는 정부당국의 눈치를 봤는지 체육대회 단체복으로 3100만원 어치 티셔츠를 구매해 나눠준 것으로 갈음했지만, 다시 올해 올해 3월 체육대회에서는 트레이닝복과 티셔츠, 모자, 운동화, 가방, 양말 등 단체복 일체를 A모사에서 3억1854만8천원 어치(38만8천원×821명)를 구입해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자료에 따르면 거래소는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1년 반 동안에만 5천만원 이상의 수의계약을 총 61건 489억2900만원 어치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현행 법률에서는 단가 5천만원 이상의 계약건에 대해서는 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거래소 계약규정’에서 공개적인 경쟁입찰에 부치기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예외적으로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기는 하지만 이 ‘예외’가 인정되는 ‘천재지변, 긴급한 행사’에 본사 사무용 의자나 대형버스, 명절기념품 구매 등이 포함되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한편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이번 논란에 대해 “거래소가 특정 업체를 위해 수의계약을 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체육복 값을 1인당 30만원 좀 넘게 썼다고 해서 방만경영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신도 다니고 싶은 직장’ 의 직원 다운 답변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