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보트 쥔 국민의당, ‘협치의 묘’ 발휘할 수 있을까

이낙연 인준서 호남민심-강한야당 사이 ‘딜레마’…내부 고충도

2017-05-30     조아라 기자

[매일일보 조아라 기자] 양당구조의 국회지형에서 다당제를 탄생시키며 ‘협치의 묘’를 보여줄 것 같았던 국민의당이 호남민심과 강한야당 사이에서 고심에 빠졌다.

국민의당은 전날(29일)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 채택을 두고 오전과 오후의 입장이 극명하게 바뀌면서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앞서 이날 당 지도부는 이 후보자의 위장전입 문제가 문재인 대통령의 ‘고위공직자 5대 배제 원칙’에 어긋난다면서 각을 단단히 세웠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오전 비대위회의에서 “문제 해결은 원인 제공자가 해야 한다. 총리인준 지연·거부는 문 대통령이 야기한 자승자박”이라며 “총리 문제에 대한 문 대통령의 결자해지를 촉구한다”고 문 대통령을 압박했다.

김동철 원내대표 역시 “정부여당 일각에서 호남 총리니까 국민의당이 반대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는 공당인 국민의당을 폄하하고 무시하는 지극히 모욕적인 발상”이라면서 문 대통령의 인선에 문제를 지적했다.

하지만 이어진 오후 의총에서까지 갑론을박이 벌어지며 당내 의견을 좁히지 못하자 결국 결정을 지도부에 위임했고, 지도부는 문 대통령의 인사원칙을 포기한 것에 대한 책임있는 입장표명을 전제로 “대승적 차원에서 협조하겠다”며 오전과는 정반대의 입장을 내놨다.

이같은 국민의당의 행보는 집권여당인 민주당과 뿌리를 같이하는 야당이라는 신분에 따른 딜레마로 보인다. 국민의당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문재인 정부에 힘을 실어준 만큼 정부여당에 단단한 날을 세웠다간 자칫 민심을 배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한편, 야당으로서의 선명성으로 차별화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명길 원내대변인은 30일 “정당이라는 게 지지자들의 원하는 바를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고 지지율을 먹고 사는 것인데 사실은 국민의당을 지지하는 지지자들의 의사에 반하여 지지하지 않겠다고 하는 사람들의 뜻을 따른다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결정”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당 지도부는 이날 문 대통령의 입장발표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인사검증 뿐 아니라 정부정책에 대해서도 날을 세우며 다시 선명성 강조로 선회하는 모습이다.

김유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입장표명과 관련 “원칙과 공약은 사실상 무너진 것인데 공약후퇴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또 “국민의당은 대승적 차원에서 총리를 인준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러한 결단이 장관후보자들의 흠결까지 눈감는 면죄부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또 김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국정과제 1호로 삼고있는 일자리 추경과 관련해서 “대선기간 뿐 아니라 지금도 많은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의 공무원 수 늘리기 처방에 대해서 우려와 걱정을 표하고 있다”며 꼼꼼한 검증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