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증권 “회장 계좌 존재도 몰랐다”는 주장에 증권가 헛웃음

2011-09-16     김경탁 기자

[매일일보] 정말 몰랐을까?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소유의 5억원 상당 차명계좌가 검찰 압수수색에서 발견됐지만 한화 측 관계자들은 계좌의 존재 여부는 물론 해당 계좌의 거래 내역에 대해서도 전혀 모른다고 밝혀 진위여부가 궁금증을 낳고 있다.

한화그룹이 한화증권 차명계좌를 이용해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는 서울서부지검은 16일 한화그룹 장교동 본사와 여의도 한화증권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비자금 수사의 실마리를 찾아냈다.

검찰은 확보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장부 등에서 2004년 해지된 김승연 회장의 차명계좌(5억여원 상당 은행계좌)를 발견했다. 

최근 한화그룹 자금담당 임원 등을 차례로 소환해 비자금의 출처와 조성 경위, 사용처 등을 집중 조사했던 검찰은 이 자료를 토대로 김 회장의 비자금 의혹에 대한 조사에 추진력을 가할 전망이다. 

당초 해당 계좌에 대해 “10여년 전에 개설된 뒤 방치돼있던 계좌일 뿐”이라고 해명했던 한화증권측은 한화그룹 쪽에서 거의 동시에 “해당 계좌는 김승연 회장이 오래전부터 개인재산 및 상속재산을 가지고 있던 것으로 비자금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놓자 당황했다.

한화증권 관계자는 16일  “회장 관련 계좌 여부 등에 대해 증권 쪽에서는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그룹에서 관리하는 내용에 대해 우리는 알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한화그룹 관계자는 해당 계좌의 거래내역에 대해 “증권쪽에서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고 공을 다시 떠넘겼으며, 2004년 계좌해지 이후 해당 자금이 어떻게 관리되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알려지지 않은 자금이 다른 말로 비자금이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해당 계좌의 규모가 미미한 만큼 비자금 의혹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강변했다.

이와 관련 계좌의 존재는 물론 거래 내역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한화 관계자들의 주장과 달리 증권업계에서는 회장 일가 관련 계좌를 방치하는 일은 상식밖이라는 반응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계열사 대표이사 명의의 계좌는 물론이고 '회장'의 계좌는 특별관리를 하는 것이 관례”라며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된 계좌라면 계좌의 존재여부를 몰랐을 수도 있겠으나, 이 경우 금융실명제법 위반이 된다”고 지적했다.

금융실명제법 위반은 공소시효가 5년이다. 이번에 발견된 계좌의 경우 2004년에 이미 해지가 되었기 때문에 사법적 처분의 대상에서는 비껴나게 된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요즘 같은 상황에선 계좌의 잔고가 1억원만 되도 금융상품을 권하거나 다양한 투자를 권하고 있다”며 “수년간 수억원의 잔고를 유지하는 계좌를 방치하는 예는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한화그룹에 따르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14~15일 이틀간 텐진에서 열리는 하계 다보스포럼 참석차 중국 출장중으로 17일 귀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