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빛나는 샤인폰, 칙칙한 서비스?'

소비자도 모르는 새 버전 강제 조정 논란

2008-02-02     권민경 기자

LG전자의 야심작 '샤인폰'이 지난해 10월 18일 출시 이후 지금까지 20만 여대가 팔리며 인기품목으로 자리잡았다. 이런 여세를 몰아 지난 연말부터는 북미, 유럽 등 해외시장 공략에까지 나섰다. LG전자는 샤인을 '초콜릿폰'을 잇는 글로벌 히트 모델로 만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최근 국내 샤인폰 사용자들 사이에서 LG전자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출시 당시부터 샤인의 '자랑거리(?) 중 하나로 내세웠던 동영상 기능에서 심각한 오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상당 수 소비자들이 S/W(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받았지만 알고 보니 기능이 오히려 '다운그레이드' 됐다는 사실까지 알았다.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은 인터넷 상에서 모임을 결성해 LG전자에 대한 '항의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조직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서울에 사는 회사원 강모씨(28)는 지난해 12월 샤인폰을 구입했다. "통화 시 '지지직'하는 잡음이 생긴다는 불만이 많은 편"이라는 대리점 직원의 말에 망설이던 강씨는 독특한 디자인에 카메라 화질, 동영상 촬영 등에 끌려 결국 샤인을 구입했다. 다행히 개통 후 몇 일 동안 강씨는 통화품질에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문제는 전혀 다른 곳에서 터져 나왔다. 동영상 재생 시 화면이 번지면서 빨간 점 같은 것이 생기는 현상이 나타난 것. 강씨는 "화면을 재생시키는 데 이상한 점이 나타났다"며 "산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문제가 생기니까 왠지 속았다는 기분까지 들었다"며 불쾌해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을 뒤져본 강씨는 자신과 비슷한 현상을 겪고 있다는 샤인폰 사용자들이 꽤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들 대부분이 동영상 재생 시 빨간 점, 선 등이 생기고 소리와 영상이 일치하지 않는가 하면, 화면이 자주 끊기는 등 각종 '버그'를 호소하고 있었다. 네티즌들을 통해 S/W(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하면 빨간 점을 비롯한 동영상 오류가 해결된다는 정보를 얻은 강씨는 자신의 웹을 통해 해당 서비스를 받았다.

'동영상', 업그레이드 아니라 다운그레이드?

강씨처럼 일단 S/W업그레이드를 받은 소비자 대부분은 점, 선이 나타나거나 소리와 영상이 일치하지 않는 등의 동영상 오류가 일정 부분 해소됐다. 그러나 알고 보니 이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니었던 것. 즉 업그레이드를 하게 되면 오류는 어느 정도 없어지는 대신 동영상 프레임이 낮아지는 또 다른 문제가 생기게 됐다. 동영상 '프레임'은 초당 바뀌는 화면 수를 말하는 것으로 프레임이 높을수록 끊김이 없고 좀더 부드러운 영상을 제공할 수 있다.

'샤인'은 출시 당시부터 30프레임의 고화질과 매끄러운 동영상 화면 전환을 장점으로 내세웠던 모델이었다. 실제로 지난 2006년 11월에 발매된 LG전자 '싸이언스'라는 홍보책자에는 '샤인'의 다양한 기능을 설명해 놓았는데, 이에 따르면 "1초당 30프레임의 부드러운 동영상 촬영, 찍은 사진을 스타일에 맞게 저장하는....." 이라는 문구를 전면에 노출시켰다. 그러나 홍보내용이 무색하게도 부드러운 화면은 고사하고, 소비자들은 핸드폰 구입 후 얼마 되지 않아 동영상 오류로 불편을 겪어야 했고 해결 방안은 또 다른 '오류'에 불과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더욱이 초기에 업그레이드를 받은 소비자들은 이 서비스 후 프레임이 강제적으로 조정됐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 뒤늦게 20프레임으로 낮아졌음을 발견했다. 이에 샤인폰을 이용하고 있는 한 소비자는 "거금을 들여 장만한 핸드폰에 문제가 있다는 것도 화가 나는데,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서비스를 보니 정말 어이가 없다"고 토로했다.동영상 문제와 관련, 고객센터의 한 관계자는 "빨간 점이나 선이 나타나는 것은 현재 샤인폰이 개선해야 할 점으로, 이는 프레임이 높아서 생기는 현상"이라며 "업그레이드를 하면 문제는 해결되지만, 버전(프레임)은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에 '애초부터 오류의 문제를 안고 무리하게 프레임을 늘린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프레임이 높아서 오류가 생기는 것은 맞다"면서도 "이것이 제품 자체의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다"는 애매한 답변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LG전자 측은 "출시 전 테스트에서는 동영상에 빨간 점 등이 생기는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이후 소비자 불만이 제기돼 연구소 차원에서도 해결을 시도했지만, LG측에서 손을 댈 수 없는 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즉 '칩'의 문제로 인한 오류인데, 이 칩을 제조하는 회사는 따로 있기 때문에 LG전자에서 고칠 수 없었다는 것. 결국 프레임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동영상 오류를 개선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홍보실 관계자는 "LG측의 책임도 인정하지만, 중요한 것은 차후의 조치"라면서 "20프레임으로 낮춘 후 소비자 만족도를 고려해 '전자사전' 기능을 샤인폰에 추가로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가하면 사전 공지 없이 강제로 프레임을 낮춘 것에 대해 이 관계자는 "그 부분은 담당자가 미리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고 해명했다.

샤인폰 이용자들 "LG, 얄팍하고 파렴치한 처사"비난

한편 이와 관련해 최근 한 인터넷 포탈사이트에서는 '샤인폰, 소비자를 조롱하는 LG전자' 라는 항의글이 올라왔다. 수 천 명의 네티즌들이 이 글에 동조하며 "LG는 샤인폰 동영상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S/W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소비자들의 눈을 속이려는 얄팍하고 파렴치한 사후서비스로 대기업의 신뢰를 져버렸다"고 비난했다.

이어 "LG전자는 이 문제에 대해 근본적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면서 "원만한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리콜 및 환불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이와 관련 LG측에서는 "교환, 환불은 원칙적으로 구입 후 14일 이내에 가능하다"면서 "그러나 LG 내부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