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인당 준조세 부담금 30만원...10년간 4배 증가

2011-09-21     신재호 기자
[매일일보] 기업과 국민이 세금 외에 내는 준조세 성격의 부담금 징수액이 지난 10년간 4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조세연구원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부담금 수는 2000년 98개에서 2009년 99개로 수년째 비슷한 수준인 반면 같은 기간 부담금 징수액은 약 4조원에서 약 15조원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2000년 4조원에 불과하던 부담금 징수액은 2001년 7조2000억원, 2002년 7조9000억원, 2003년 9조3000억원, 2004년 10조2000억원으로 처음으로 10조를 넘어섰다. 그 후 2005년 11조6000억원, 2006년 12조1000억원, 2007년 14조5000억원, 2008년 15조3000억원, 2009년 14조8000억원 이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국민 한 명당 내는 부담금이 30만4000원에 달한 셈이다.

부담금은 정부가 공익사업에 필요한 경비를 조달하기 위해 개발사업 및 공공서비스 대가로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에게 부담시키는 준조세다. 여기에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 환경개선부담금, 물이용부담금, 과밀부담금 등이 포함된다.

국세 수입과 비교해서 부담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0년 4.5%에 불과했으나 2009년에는 9.9%로 2배 넘게 높아졌다. 사실상 세금이나 다름없는 준조세 부담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연도별 국세수입 대비 부담금 비율은 2001년 8.1%로 급증한 후 2002년 8.2%, 2003년 8.7%, 2004년 9.3%로 처음으로 9%대에 진입한 후 2005년 9.6%, 2006년 9.3%, 2007년 9.5%, 2008년 9.7%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같은 부담금의 기하급수적인 증가를 막기위해 2002년 부담금관리기본법을 도입했고 지난해부터 101개에 달하는 부담금을 85개로 통폐합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 방침에도 불구하고 부담금 규모는 금융위기 한파가 몰아닥친 지난해를 제외하고 매년 1조~2조원씩 늘었다. 부담금 개수도 지난해 기준으로 99개로 수년째 거의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문제는 기업 등 수혜자에게 직접 걷고 있는 성격의 부담금 규모가 매년 크게 늘어나고 있어 결국 국민들의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세금보다는 거부감은 덜하지만 기업들은 부담금이 늘어날 수록 그에 비례해 가격을 올리게 돼 물가 상승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세법에 근거하지 않는 부담금이 지나치게 많아 국민 경제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어 이를 체계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조세연구원 관계자는 "부담금 운용 및 평가체계를 개선해 투명하고 공정한 부담금 제도를 운영, 국민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의 부담금 징수 규모를 감안할 때 부담금 운용, 평가, 신설, 폐지 등에 관한 제도 및 실태 점검을 상례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