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변죽만 울린 스타트업 축제, ‘헤이 스타트업’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던’ 최대 규모 스타트업 행사
2018-06-18 이종무 기자
[매일일보 이종무 기자] 처음 만나는 세계는 두렵다. 두려움의 원인은 ‘무지(無知)’에 있다. ‘아는 게 전혀 없다’는 사실은 기자를 계속 미로 속으로 밀어 넣었다. ‘헤이 스타트업’은 기자에게 미로와 같은 공간이었다.여행·소셜, 패션·뷰티, 농업·푸드, 교육 콘텐츠, O2O·Tech, 새싹 등으로 분류된 구역에서 작은 스타트업 부스들이 길게 늘여 놓은 쇼윈도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가.’ 기자는 그렇게 ‘멘붕’이 됐다.헤이 스타트업은 서울산업진흥원(SBA)과 페이스북 커뮤니티 ‘스타트업, 식사는 하셨습니까?’(스밥)이 공동으로 국내 스타트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알리고 국내외 스타트업 간 교류를 통한 창업 생태계의 건강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민관합동으로 열렸다. 올해가 세 번째 행사다.주최 측에 따르면 이번 행사는 138개 스타트업이 참여해 150개 부스를 운영, 국내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행사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SETEC(세텍)에서 17~18일까지 양일간 운영됐다.하지만 최대 규모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행사 분위기는 초라했다. 무엇보다 이번 행사에서만 볼 수 있는 신기술은 없었다. 대부분 지난해, 그동안 선보였던 기술 재탕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쇼윈도식’ 전시에 불과해 스타트업 성과를 체감하기란 어려웠다. 심지어 주최 측은 300~400개 후보 스타트업 가운데 138개 스타트업으로 행사를 꾸렸다고 밝혔지만 행사장에서 기자가 맞닥뜨린 기술은 ‘마스크 팩’, ‘셰어 하우스’ 등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게 많았다.그나마 ‘사용자가 직접 제작하는 지도’, ‘종이로 만든 가구’, ‘인체 무해한 립스틱’ 등은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게다가 전시회 주요 공간은 이미 언론을 통해 수차례 알려진 스타트업들이 점유했고 이제 막 시작하는 스타트업들은 ‘새싹’으로 분류돼 한 쪽 구석만을 차지하고 있었을 뿐 소외 받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에 헤이 스타트업이 ‘그들만의 리그’라는 지적까지 나온다.행사를 참관한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이월 상품을 모아둔 백화점에 온 것 같다”면서 “사람은 많은데 선택지가 없었다”며 씁쓸한 마음을 애써 감춰보였다.이번 행사는 전시 이외에 스타트업 성과와 신기술을 공유하기 위한 ‘네트워킹 파티’와 전문가 포럼 등이 개최된다. 특히 스타트업의 신기술 투자 유치 활성화를 위해 국내외 벤처 캐피털(VC)을 상대로 한 ‘글로벌 데모데이’ 등을 개최했다. 하지만 이번 행사가 실제 스타트업들의 신기술 투자 유치에 얼마만큼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한편 이번 행사의 민관 공동 주최를 두고 민관이 서로 혼선을 빚는 모양새도 연출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또 다른 스타트업 관계자는 “이번 행사가 새로운 정부 출범에 맞춰 조급하게 추진된 면이 없지 않은 것 같다. 공동 주최한 서울시, SBA가 이번 행사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의문”이라면서 “국내 창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선 행사가 좀 더 면밀히 계획되고 설계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