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재난 수준의 양극화’ 진단, 장하성의 오판
2017-06-22 송영택 기자
[매일일보] 문재인 정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한 진단이 편견에 갇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며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전제되어야 한다. 심장 기능이 좋지 않은 환자에게 폐의 기능을 강화하는 처방을 내려선 곤란하다.장하성 정책실장은 최근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관련해 “재난에 가까운 현재의 실업상태와 분배 악화 상황에 대해서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대응만으로 방치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 실장은 통계청의 2016년 소득분배지표를 근거로 들었다. 2016년 소득5분위 중 최하위 20% 계층의 근로소득이 전년에 비해 무려 9.8% 감소했다는 것. 2017년 1분기에도 최하위 20% 계층의 소득이 전년동기대비 5.2% 감소하면서 5분기 연속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통계를 거론했다. 이는 소득분배지표를 대표하는 지니계수와 소득 5분위 배율(소득상위20% 평균소득/소득하위20% 평균소득), 상대적 빈곤율 등을 근거로 ‘재난 수준’이라고 규정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16년 지니계수는 0.304로 전년 0.295에 비해 0.009 악화에 그쳤다. 소득 5분위 배율 역시 5.45배로 전년(5.11배)보다 0.34배 증가했고, 상대적 빈곤율도 14.7%로 전년(13.8%)에 비해 0.9%포인트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이병태 KAIST 교수 분석에 따르면 지니계수, 소득 5분위 배율, 상대적 빈곤율 등은 노무현 정부시절부터 악화되다가 이명박 정부 초기 2009년부터 박근혜 정부 2015년까지 소득분배지표가 크게 개선됐다. 지니계수는 0.314에서 0.295, 소득 5분위 배율은 5.75에서 5.11, 상대적 빈곤율은 15.3%에서 13.8%로 각각 0.019, 0.64, 1.5%포인트 등으로 크게 개선됐다.또한 ‘더월드팩트’ 조사기관의 불평등지수를 살펴보면 대한민국은 149개국 중 25위로 좋은 나라에 포함돼 있다. OECD 국가와 단순비교해도 중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인구수가 비슷하거나 큰 나라들과 비교해보면 독일, 프랑스 다음으로 소득분배불평등이 가장 작다. 소위 지니계수가 작아서 소득불평등이 낮은 나라들은 슬로베니아(0.237), 덴마크(0.248), 스웨덴(0.249), 슬로바키아(0.260) 노르웨이(0.268) 등 인구수가 1000만명 이하인 나라가 많이 포함돼 있다.아울러 2007~2009년에 비해 2009~2014년 기간의 실질 임금 상승률에서 4위를 기록했다. 우리보다 실질임금이 상승한 나라는 일본, 헝가리, 이스라엘 밖에 없다. 경제 지표가 이런데 어떻게 ‘재난 수준’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소득1분위(하위 20%)의 가구주 평균연령은 61.3세, 가구원수 2.41명으로 핵가족화와 고령층 확대가 빈곤 확대 통계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이 교수는 “인구수가 많으면 지니계수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북유럽과 단순비교해서 우리나라가 불평등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소득수준이 아니라 소비수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2016년 일시적 통계를 악용해 재난 수준이라고 규정하고 노동시장 개입 명분으로 삼는 것은 사악하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