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KB금융 회장, 오세훈 서울시장 흉내내나

국민은행, 무능직원 재교육…인권침해 논란 서울시 공무원 퇴출 프로그램 연상

2010-09-29     김경탁 기자
[매일일보] KB국민은행이 실적이 부진한 직원 2000여명을 본부직할 신설부서에 별도로 배치해 재교육 시키겠다는 구조조정안을 제시해 파문이 일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열린 노사협의회에서 이같은 내용의 ‘성과향상추진본부’ 설립 방침을 노조에 전달했다.

국민은행은 영업점별로 실적이 부진한 직원들을 선별해 성과향상추진본부에 몰아넣은 후 해당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무수행 교육과 연수 등을 실시한 뒤 목표를 달성하는 경우 직무에 복귀시키고 그렇지 않으면 면직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노사협의회에서 안을 전달받은 노조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사측이 말을 뒤집고 강제적인 인력구조조정을 위한 사전정지작업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국민은행 노조는 국민은행의 3000명 인력구조정설이 보도된 한 달 전 “인력구조조정을 물밑에서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은 처음이 아니다”라며 어윤대 KB지주 회장과 민병덕 행장에게 “5분 먼저 가려다 한 방에 ‘훅’ 간다”고 경고한 바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직원 1인당 생산성이 경쟁은행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조사가 나온 이후 자발적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위해 사전 조사를 벌였지만 신청자가 목표치인 2000명에 크게 못 미치는 500여명 이하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되자 대책마련에 고심해왔다.

이와 관련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29일 “희망퇴직 신청접수와 ‘성과향상추진본부’는 시기가 겹칠 뿐이지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고 강변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성과향상추진본부’ 설립도 확정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의 ‘안’일 뿐”이라고 말했지만, ‘그 밖의 다른 대안이 제시된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며 답변을 하지 못했다.

한편 국민은행이 제시한 이러한 방식의 구조조정은 서울시(오세훈 시장)가 실시한 ‘현장시정추진단’을 연상시킨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07년 “무능·불성실 공무원을 공직에서 퇴출시키겠다”며 재교육 프로그램인 현장시정추진단을 도입했다.

이 제도는 시행 초기 현원의 3%를 전출대상자로 선발하도록 사실상 강제 할당, 인권침해 논란을 빚은 바 있으며, 특히 서울시 수도자재사업소에서 근무했던 A씨의 경우 재교육에서 우수한 성적을 얻고도 ‘조직 화합을 저해하는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위해제 및 면직 처분을 받은 사례는 서울시 ‘현장시정추진단’이 내세웠던 ‘부활 기회제공’이라는 명분이 허울에 불과했다는 지적을 낳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A씨는 면직처분이 부당하다며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27일 내려진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1․2․3심을 모두 내리 승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