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 대형엔진생산 1억 마력 달성…세계 선박 35%에 탑재
현대중공업은 29일 울산 엔진공장에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에 탑재될 4만 마력과 4만3천 마력 엔진 2기의 시동식을 성공적으로 마침으로써 대형엔진 생산 1억 313마력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지난 1979년 6월 첫 엔진을 생산한 지 31년 만의 기록으로 대형엔진 대수로는 3370대에 이른다.
이날 현대중공업은 1억 마력 달성을 기념하기 위해 엔진기계사업본부 본관 앞에 높이 3.1m의 현대 로고 조형물을 설치했으며, 민계식 회장, 이재성 사장을 비롯한 현대중공업 임직원 및 국내외 조선, 해운 관계자 3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막식을 가졌다.
1억 마력은 쏘나타급 중형차 약 60만 대가 내는 출력과 비슷한 힘으로 엔진 생산 역사가 100여 년에 이르는 유럽과 일본의 대형엔진 메이커들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며, 세계 2, 3위권 업체와 비교해도 3천만 마력 이상 많은 수치다.
현대중공업은 대형엔진 생산 13년 만인 1992년 1천만 마력을 돌파한 이래 2005년 세계 최초로 5천만 마력을 달성했으며, 이후 2006년 6천만, 2007년 7천만, 2008년 8천만, 2009년 9천만 마력을 달성하는 등 매년 세계 최초, 최대 기록 경신을 거듭해오며 큰 성장세를 보였다.
현재 세계 선박엔진 시장의 35%를 점유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지난 1987년부터 세계 1위를 지켜오고 있으며, 지속적인 공장 신축과 설비증설 투자로 연간 대형엔진 1400만 마력, 중형엔진 500만 마력 등 세계 최대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신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국제해사기구(IMO)의 새 기준을 만족하는 친환경 선박엔진 개발에 성공했고 5월에는 친환경 가스엔진을 독자 개발하는 등 기술 개발을 통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유승남 엔진기계사업본부장은 “현대중공업은 1970년대 말 수입에 의존하던 선박용 엔진을 국산화함으로써 우리나라 조선 산업이 세계 1위로 올라서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며, “1억 마력 달성은 하나의 기록을 넘어 그동안 크게 성장해 온 한국 조선의 역사와 함께 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엔진 분야에서만 12개의 세계일류상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력 사정이 열악한 중동, 중남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동식발전설비(PPS) 등 육상발전용 엔진 분야에서도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기계공업 불모지에서 일군 1억마력 엔진 신화
현대중공업이 처음 엔진을 생산했던 1979년에는 미쓰이, 미쓰비시, 히타치 등 일본 엔진 메이커들이 세계 선박용 대형엔진 시장을 주도하고 있었다. 당시 기계공업 불모지였던 우리나라는 엔진 생산을 엄두내지 못할 정도로 시설, 기술 등이 낙후돼 있었기 때문에 선박용 엔진은 전량 일본 경쟁사에서 수입했었다.
정주영 현대 창업자는 수입 엔진의 비싼 가격, 납기 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하자, 자체 엔진 제작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1978년 엔진공장을 준공하게 된다.
생산 초기 국내외 조선업체들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현대중공업 엔진 사용을 주저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이후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설비 확충을 통해 엔진 생산 10년 만에 세계 일류 엔진 업체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선두 엔진업체인 미쓰이가 대형엔진 생산 시작 80년 만인 지난 2008년에 6천만 마력을 달성한 것과 비교하면 31년 만에 현대중공업이 기록한 1억 마력은 신화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전세계 대형선박 3척 중 1척이 현대重 엔진 탑재
대형엔진은 선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선가의 10% 이상을 차지한다. 선박 주문 시 엔진 납기에 따라 선박의 납기가 정해지기 때문에 엔진은 선박 수주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데, 이런 이유로 조선업체가 우수한 품질의 선박 엔진을 원활히 공급받지 못하면 선주가 요구하는 납기를 지키기 매우 어렵게 된다.
한국 조선업체들은 세계 최대 선박엔진 메이커인 현대중공업이 우리나라에 있어 견적, 설계, A/S에 이르기까지 고객의 요구에 신속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선박엔진 생산하는 한국의 엔진 업체들이 결국 조선업의 경쟁력을 높여 우리나라가 조선 강국의 입지를 다지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선박용 엔진시장 점유율 35%로 전세계에서 운항 중인 대형 선박 3척 가운데 1척은 현대중공업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선주들은 선박 계약 시 엔진 메이커를 지정하게 되는데 많은 선주들이 현대중공업 엔진 장착을 명기할 정도로 현대중공업 엔진의 인기와 신뢰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