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통신비 인하, 과연 정당한 것인가?

2018-06-26     김형규 기자
[매일일보 김형규 기자]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통신비 인하 대책을 발표했다.노인과 저소득층에는 월 1만1000원 감면해 주고, 선택약정할인을 25%로 상향, 공공 WIFI 확대 설치, 보편요금제 도입 등을 담았다.이번 국정위의 대책발표에 시민단체 등은 기본료 폐지가 빠졌다고 반발했고, 이동통신업체는 정부가 민간기업을 지나치게 규제한다고 반발하고 나섰다.이동통신 소비자 입장에서 통신비를 인하하는 것은 두 손 들고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이 합당한가를 살펴보면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정부에서 통신비 개입의 정당성으로 내세우는 것은 우선 이동통신이 생활에 필수불가결한 공공재거나 대다수가 사용하는 보편재라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전기통신사업자는 국민에게 저렴한 통신을 공급해야 한다는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우선 이동통신사는 정부로부터 주파수를 경매로 구입한 후에 이를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민간서비스업체이며, 게임하고 영화보고 SNS 하는 것 또한 필수불가결한 것이 아니다.더불어 전기통신사업자법 제3조(역무의 제공의무) 3항을 살펴보면 전기통신역무의 요금은 전기통신사업이 원활하게 발전할 수 있고, 이용자가 편리하고 다양한 전기통신역무를 공평하고 저렴하게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결정돼야 한다.가격의 ‘가장 공평하고 합리적 결정’은 시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시장 실패의 증거가 없는 한 이를 정부가 더욱 합리적인 가격으로 개입해서는 안 된다.이동통신사가 3개사에 불과하다며 독과점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불공정행위가 없는 한 이는 불법이 아니다.이동통신 사업은 망을 사용하는 특성상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가 3개 미만 회사가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처럼 1위 업체가 과반 점유율을 갖는 나라도 스위스(60.3%), 노르웨이·뉴질랜드(각각 52.3%) 등 10여국에 이른다.미국의 경우에도 통신 사업체는 많지만 AT&T와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스 두 회사가 70%에 이르는 점유율을 차지한다. 이들은 물론 우리나라 시장 점유율 50%가 넘는 SK텔레콤 조차 시장에서는 독점적 지위를 갖지 못 한다. 전체 공급에 비해 전체 수요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가계에서 통신비 지출의 비중은 분명 10년 전보다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이 지출은 가계의 다른 지출을 낮출 수 있는 투자적인 지출을 포함하고 있다.△소득의 기회를 제공하는 투자적인 지출이고 △시간 절약 및 편의를 확대하는 효용적 지출이며 △자본적 지출의 절약이 될 수 있다.예컨대 통신비를 지출함으로써 우리는 대중교통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고, 낯선 곳에 단번에 찾아 갈 수 있게 됐으며, 카메라와 시계·전화·계산기·컴퓨터·MP3·내비게이션에 지출해야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이동통신은 분명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상품이다. 그렇다고 공공재나 보편재라는 명목으로 정부가 가격 결정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국민의 재산과 권리를 보호해야 할 대통령과 국정자문기획위는 통신비 문제를 두고 공익적 목적에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더불어 지난 대선 때 여기저기서 통신비 인하를 공약에 넣었던 것처럼 통신비 문제를 경제적 이슈가 아닌 정치적 이슈로 끌고 가서는 더더욱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