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합의 파기로, 임시국회 첫날부터 삐걱…

열린우리 "벌써부터 자리욕심", 민주당 "무책임한 한나라당"

2007-02-05     최봉석 기자
[매일일보닷컴] 새해 첫 임시국회가 ‘예상대로’ 파행으로 치달았다.5일 오전 10시 막을 올린 2월 임시국회에서 3번째 처리 안건으로 열린우리당 김한길 전 원내대표의 사퇴로 공석이 된 국회 운영위원장을 새로 선출할 예정이었으나 여.야간 합의 파괴로 의사일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것이다.한나라당은 당초 원내 수석부대표간 조율을 통해 우리당 장영달 신임 원내대표를 운영위원장으로 선출키로 하는 등 의사일정에 합의를 했으나, ‘여당의 탈당사태’를 지켜보자고 갑자기 ‘말바꾸기’를 함에 따라 산적한 민생문제 해결은 사실상 물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쏟아지고 있다.5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나라당은 원내대표단 회의와 최고위원 회의,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어 운영위원장 선출을 열린우리당 2.14 전당대회 이후로 미루는 것이 합당하다고 결론짓고 이 같은 방침을 우리당에 공식통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그러나 의원들의 집단탈당 움직임 속에서 원내 제1당의 위치가 한나라당으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열린우리당은 국회 운영위원장 선출 등 여야의 기존 합의대로 의사일정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어서 향후 정국 주도권을 둘러싼 팽팽한 힘겨루기가 예상되고 있다.장영달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의석수와 관계없이 집권 여당이 운영위원장을 맡아온 게 국회 관행”이라며 “한나라당이 벌써 타당의 내부사정을 보고 자리욕심을 부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말했다.민주당 이상열 대변인도 오후 1시께 국회 브리핑룸에서 “국회운영위원장은 여ㆍ야 의석수에 관계없이 관례적으로 집권여당에서 맡아왔음에도 불구하고 탈당사태 운운하는 것은 국정운영의 한 축인 한나라당이 제1야당으로서의 책무를 방기한 것으로 무책임의 전형”이라고 말했다.그러나 열린우리당의 충고와 민주당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 탈당사태로 원내 제1당으로 뛰어오를 수 있다는 현실적인 점을 고려, 내친 김에 상임위원장 및 상임위 정수조정 문제도 제기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여야간의 갈등이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열린우리당 탈당파들이 국회 교섭단체 등록을 한 뒤, ▲상임위 및 특위위원장 비율의 재협상 필요성이 제기되고 ▲상임위 정수도 변동이 올 수밖에 없어 국회내 정당별 의석비율에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게 한나라당 태도가 변화된 이유인 것.한나라당의 이 같은 태도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이 국회 운영위원장 선출을 여당의 탈당사태를 지켜보자며 합의를 깨고 태도를 바꾼 것은 누가보더라도 정치공세”라며 “여야는 조속히 원만한 합의를 통해 새해 첫 임시국회가 파행으로 치닫지 않고 민생국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그러나 국회 운영위원장 문제가 여야간 합의로 혹 해결된다 하더라도 열린우리당이 부동산관련법, 국민연금법, 노인수발보험법 등 민생법안 처리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과 달리, 한나라당은 사학법 재개정, 바다이야기 등 3대 권력형 비리 특검법, 국군포로 북송사건 국정조사 등을 강력히 추진할 방침이어서 2월 국회 역시 여야간 팽팽한 대치전선을 형성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한편 임채정 국회의장은 이날 2월 국회 개회사에서 “현재 국회는 사법개혁, 국민연금개혁, 한미 FTA 협상, 방송.통신융합, 부동산대책 등 해결해야 할 민생문제가 산적해있고, 국회에 계류 중인 법률안만 2,964건”이라며 국회가 입법적 역할에 충실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