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공 롯데, 부산 민심만 낚지 못하는 이유

360만 부산 시민, 롯데와 전면전?

2011-10-04     황동진 기자

[매일일보=황동진 기자] 국내 M&A시장에서 최강자로 우뚝 선 재계 5위 롯데그룹이 부산 지역에서만 유독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영업적인 측면은 아니다. 롯데는 부산 상권을 놓고 유통 라이벌 신세계와 격전을 치르고 있기는 하지만 굳건히 1위 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도 그럴 것이 부산 지역에서 롯데의 기업 이미지가 날이 갈수록 추락을 거듭하기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부산 지역 시민단체들은 부산의 대표적인 향토 기업인 대선주조 인수전에서 롯데의 참여를 보이콧하고 나서는 가하면 롯데의 부산 백양산 골프장 건설을 두고서도 연일 서슬퍼런 날을 세우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롯데가 민심을 계속해서 잃게 된다면 라이벌 신세계에 추월 당할 수도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M&A 최강자 롯데, 부산 향토기업 대선주조 인수전 참여했다 ‘몰매’
백양산 골프장 건설 놓고도 극심한 마찰, 롯데 기업이미지 추락 거듭

두산주류 BG부문을 인수하며 소주 시장에 발을 들여 놓은 롯데. 이 여세를 몰아 부산 소주 시장 장악까지 나섰다. 하지만 녹녹치가 않다. 부산 소주 시장은 향토기업인 대선주조가 80% 이상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주조의 장벽은 소주 업계의 강자인 진로 역시 허물어뜨리지 못할 만큼 높고 견고했다.그러던 중 롯데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대선주조가 M&A시장의 매물로 나오게 된 것.롯데의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해 인수전에 참여하게 된다면 ‘따 놓은 당상’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분석이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부산 지역 시민단체들이 롯데의 대선주조 인수전 참여를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부산지역 175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대선주조 향토기업 되살리기 시민연합(이하 시민연합)은 “롯데가 자사 소주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대선주조를 인수하려는 것은 부산 시민을 모독하는 일로 대선주조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롯데는 인수의향을 접어야 한다”며 반발했다. 

부산 지역 주민들, 롯데에 뿔난 까닭

이들 시민단체들이 롯데를 향해 이렇게 날 선 감정을 드러내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대선주조는 1930년 7월 대선양조(주)로 설립, 부산의 대표적인 주류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부산 소주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대선주조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그렇게 순탄하지만은 않았다.지난 1997년 11월 사업다각화 실패와 외환위기로 부도가 났으며, 최병석 회장은 계열사에서 빌린 돈 142억 원을 갚은 것처럼 속이다 검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2002년에는 경남 마산의 소주회사인 (주)무학이 M&A를 시도, 대선주조의 지분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무학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최 회장은 사돈인 푸르밀의 신준호 회장 일가를 동원, 2004년 대선주조 지분의 98% 이상을 확보해 경영권을 가까스로 방어했다.

신 회장은 롯데 신격호 회장의 막내 동생이며 푸르밀 역시 옛 롯데우유로서 롯데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기업이다. 하지만 대선주조의 경영권을 장악한 신 회장 일가는 2007년 11월 대선주조를 사모펀드에 매각, 3천억원 가량의 매매차익을 챙기며 ‘먹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부산지검 특수부는 신 회장 일가가 대선주조의 회사 자금 57억원을 이사회의 결의 없이 빼내 무학이 보유한 대선주조 주식을 매입하는데 사용하고, 이사들에게 7억9천만 원의 특별상여금을 지급한 뒤 바로 돌려받아 이를 비자금으로 조성한 혐의로 기소했다.하지만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8월 10일 부산지법 제6형사부는 신 회장에 대한 횡령과 배임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신 회장이 회사자금을 횡령한 부분에 대해 “이사회 결의절차 등의 일부 흠결은 있으나 적대적 M&A에 대항해 주식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회사 자금을 빌린 것이고, 이후 변제 계획을 마련해 이행하고 회계장부 기준을 준수해 처리한 점으로 미뤄 횡령이나 배임의 고의가 없었다고 봐야 한다”며 무죄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부산 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법원의 이같은 판결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했다. 법원이 기업사냥을 한 신 회장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맹비난 했다.   이런 가운데 M&A시장의 매물로 나온 대선주조를 롯데가 집어 삼키려고 하자 지역 주민들은 참아왔던 울분을 터트리게 된 것이다. 현재 대선주조 인수전은 부산 기업 컨소시엄과 비엔그룹, 롯데칠성음료의 3파전으로 압축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10월 1일 대선주조 매각 주관사인 대우증권 등에 따르면 입찰제안서 제출을 마감한 결과 부산 상공계 컨소시엄(대표회사 삼정)과 부산 기업인 비엔그룹(대표회사 비엔스텔라), 롯데칠성음료 등 3곳에서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 화가 날 때로 난 시민연합은 이날 긴급 성명을 통해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롯데에 ‘시민경고장’을 발표하는 등 시종 강경 모드로 일관했다. 시민연합은 “롯데가 부산시민의 경고와 부산시의 권고, 대선주조 직원들의 목소리를 외면한채 소탐대실의 어리석은 행동을 계속하고 있다”며 “360만 부산시민과 함께 롯데불매 및 퇴출 시민운동을 발족시켜 롯데와 전면전을 선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롯데가 대선주조 인수전에서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첩첩산중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민심 잃으면 신세계에 추월당할 수도

그러데 여기서 더욱 문제는 부산 지역 주민들이 롯데에 뿔난 이유가 비단 이 뿐만이 아니란 것이다.

롯데는 1999년부터 부산진구 당감동 백양산 34만평 부지에 골프장 건설을 추진해왔지만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의 반발에 부딪혀 아직까지 삽조차 뜨질 못하고 있다. 선심성 관광 등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고, 최근에는 관할구청의 특혜 의혹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부산진구청이 백양산 골프장 건설부지 내에 있는 나무를 지난해부터 1600그루 이상 베어냈는데, 주민들은 구청측이 고의적으로 임목축적률을 낮춰서 롯데의 골프장 건설을 도와주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롯데가 현재 부산 상권을 놓고 유통 라이벌인 신세계와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민심을 잃게 된다면 신세계에 추월 당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롯데그룹 홍보실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 통화에서 “푸르밀 신준호 회장이 신격호 회장의 막내 동생이기는 하지만 ‘먹튀’ 논란은 푸르밀에 관계있는 것이지 롯데와는 관계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짐짓 억울해 했다.

하지만 그는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다시 헤아려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과 조언에 대해서는 깊이 공감하고 있다"며 "앞으로 더욱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