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은행, 업계 공적(?)으로 전락한 사연

우리 만남은 인연이 아니야

2011-10-04     황동진 기자

[매일일보=황동진 기자] 신한금융지주의 자회사인 제주은행(은행장 허창기)이 민감한 시기에 부적절한 행위가 드러나 난감해하고 있다. 최근 제주은행은 감사 기간에 조사를 나온 금융감독원 직원들을 상대로 술자리 등 향응을 제공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구설에 올랐다. 더욱이 만남을 주선한 장본인이 금감원 고위 간부 출신의 신한은행 감사 A모씨여서 향후 파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관련업계에서는 그동안 금감원 출신 인사들이 금융회사로 자리를 옮긴 후 로비스트로 나서고 있다는 등의 소문이 공공연하게 나돌았었기 때문.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해 오는 11월에 있을 신한은행 감사 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신한지주 자회사 제주은행, 감사 기간 중 금감원 직원들 상대로 술자리 등 향응 제공 물의
금감원, 암행 감찰 강화 방침…업계, ‘오는 11월 신한은행 종합 감사 때 영향 미칠까’ 우려

제주은행이 가뜩이나 풍전등화 속에 있는 모기업에 누를 끼치는 행위를 저질러, 얼굴을 들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제주은행은 지방은행 종합감사 기간 중 조사를 나온 금감원 직원(검사역)들을 상대로 식사와 술자리를 갖는 등 향응을 제공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구설에 올랐다.

제주은행의 부적절한 행위는 금감원의 암행 감찰에서 드러났다. 

탄로 난 제주은행의 부적절한 행위

금감원은 지난 6월 말 제주은행이 감사 기간 중 조사를 나온 금감원 직원 14명 중 7명을 상대로 저녁 식사를 갖는 등 향응 제공한 사실을 적발했다.

금감원과 제주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1일 제주은행 K모 부행장과 금감원 고위 간부 출신인 신한은행 감사 A모씨 등 3명은 감사를 나온 금감원 검사역 7명을 상대로 제주도 모 횟집에서 저녁 식사를 대접했다. 또 식사를 마친 후에도 검사반장을 포함한 3명은 숙소 지하 1층의 가요주점에서 양주 세트 메뉴를 시켜 술자리를 이어 갔다. 이날 밥값 36만9000원과 술값 18만원은 모두 제주은행 쪽에서 지불했다.금감원은 암행 감찰에서 이같은 사실을 적발, 이달 초 인사위원회를 열어 검사반장에 견책, 2차에 합석한 2명의 검사역에 주의조치 등 3명을 징계했다.

금감원의 임직원 행동 강령 및 감사원 복무 수칙 등 내규에서는 피검기관으로부터 향응을 받은 경우는 최대 면직 처분까지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주은행의 항변…발뺌만하는 신한 

제주은행의 부적절한 행위가 알려지자 관련업계에서는 적잖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번 계기로 금감원이 암행 감찰을 강화하는 한편 공공연히 업계에 나돌던 소문에 대해서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그동안 업계에서는 금감원 출신 인사들이 금융회사로 자리를 옮긴 후 그 회사의 로비스트로 나서거나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등의 설들이 분분했다. 이번 제주은행 경우도 금감원 고위 간부 출신인 신한은행 감사 A모씨의 주선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대해 제주은행 홍보실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신한은행 감사 A씨가 때마침 제주도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 중이던 차에 평소 알고 지내던 금감원 직원들과 자리를 가지게 된 것 뿐”이라며 “그 이 외에 대해서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일축했다. 또 신한지주와 신한은행 홍보실 관계자 역시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제주은행 측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우리와 무관하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매일일보> 취재 결과, 접대를 받은 금감원 직원들이 문책을 받은 것과는 달리 접대를 한 제주은행 K모 부행장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은행 관계자는 “단순한 지인간의 만남이었을 뿐이고, 금감원 직원들이 문책을 받은 것과 우리와는 별개”라고 말했다. 

겉으론 ‘당당’ 속으론 ‘전전긍긍’

업계에서는 제주은행이나 신한은행 등이 이같은 당당한 모습과는 달리 속으로는 ‘전전긍긍’해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번 일이 자칫 오는 11월로 예정된 금감원의 신한은행 종합검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시각에서다. 더욱이 금감원이 이번 일을 계기로 금감원 출신 인사들을 이용해 부적절한 행위를 저지른 적이 있는 지 등 업계 전방위 조사에 착수하지지 않을까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여하튼 제주은행은 졸지에 업계의 공적이 되 버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