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KBO, ‘클린베이스볼’ 위해선 ‘적폐 스캔들’부터 도려내야

2017-07-05     김형규 기자

[매일일보 김형규 기자] 1990년 4개팀으로 출범한 대만프로야구는 5년 만에 관중 165만을 돌파하는 등 쾌속 질주를 했다. 97년에는 11개 구단 양대리그로 운영하는 대만의 국민스포츠로 자리 잡게 됐다.

하지만 1995년 10월 14일 ‘검은 타이거즈 스캔들’(삼상 타이거즈 투수가 볼넷을 남발해 고의로 팀을 패배로 몰고 간 사건)이 터지면서 출범 멤버였던 삼상타이거즈가 1999년 해체하게 됐다.

1997년에는 시보 이글스 선수들이 대부분 승부조작에 가담한 ‘검은 독수리 스캔들’이 터지면서 이듬해 시보 이글스도 해체를 맞게 된다.

거기에 1997년, 승부조작을 위해 조직폭력단 흑사회가 감독을 칼로 찌르고 선수를 납치한 ‘흑사회 스캔들’이 터지며 현재 대만 프로야구는 원년과 같은 4개팀만 운영되고 있다.

관중 800만 시대에 접어든 국내 프로야구에도 ‘스캔들’이 터졌다.

전직 심판 A씨와 김승영 두산 베어스 사장(7월3일 사퇴) 간 금전 거래가 있었던 것이다.

문제가 된 것은 2013년 플레이오프 1차전 구심으로 배정된 A씨가 경기 전날 두산 측에 돈을 요구, 김 전 사장이 300만원을 빌려준 것이 사건의 시작이다.

두산 측은 사실이 알려지자 김 전 사장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김 전 사장은 사과문을 통해 “A씨가 (교통사고로) 합의금이 급히 필요하다고 해 개인계좌에서 급히 인출해 빌려줬다”며 “당시 금전 대여는 대가를 바라지 않은 행동이었지만 사려 깊지 못했던 판단에 사과한다”고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KBO규정 위반이다.

야규규약 제15장 ‘이해관계의 금지’ 및 제155조 ‘금전거래 등 금지’ 조항에는 ‘리그 관계자들끼리 돈을 빌려주거나 보증을 서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명시돼 있다.

최근 한국프로야구에서는 승부조작과 선수 해외원정도박 등 파문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KBO는 승부조작이나 도박과 관련된 선수에게는 단호히 칼을 들었지만 유독 구단에게는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두산은 이 사건으로 김승영 사장이 옷을 벗었을 뿐 KBO로부터는 ‘경고’ 조치만 받았다.

이는 국내 다른 스포츠와도 차이를 보인다. 프로축구 전북 현대에서 심판 매수 사건이 터졌을 때는 승점 9점 삭감과 벌금 1억원의 징계를 내렸다. 또 경남 FC의 경우에는 승점 10점 삭감과 벌금 7000만원을 부과했다. 당시엔 이런 징계도 가볍다 했는데 이와 비교하면 KBO의 징계는 그야말로 ‘솜방망이’ 처벌이다.

장기적으로 한국 야구가 발전하려면 이런 ‘적폐’부터 없애야 한다.

대한민국도 ‘적폐’ 때문에 어수선한 정국에 촛불이 일어나고 정권이 바뀌기도 했다.

썩은 살은 더 퍼지기 전에 도려내야 한다. 이번 사태로 프로야구 흥행에 차질이 생기고 KBO의 위상이 떨어지고 암흑기가 도래한다 할지라도 정리할 것은 확실히 정리해야 한다. 썩은 살을 도려내지 않아 퍼질 땐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982년 두산(前OB)를 포함한 6개 구단으로 출범한 한국프로야구는 36년이 지난 현재 10개 팀으로 운영되고 있다. 항상 흥행할 것이라고만 생각되는 한국 프로야구가 대만과 같은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이 없다.

어쩌면 이번이 프로야구가 건강한 모습을 되찾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KBO와 두산은 반드시 시시비비를 가려 그들이 지향하는 ‘클린 베이스볼’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