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알콜중독, 엄마는 가출’ 버려진 3남매
2007-02-06 매일일보
【매일일보제휴사=뉴시스】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채 상상하기 조차 힘든 환경 속에서 생활하던 초등학생 3남매가 담임교사에 의해 뒤늦게 발견됐다. 충북 청주 S초등학교 6학년 담임인 남경님 교사는 겨울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했는데도 학교에 오지 않은 영미(가명.13)네 집을 찾았다가 숨이 멎을 뻔 했다.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아수라장인 단칸방에 영미와 두 동생(9, 7)이 방치돼 있었기 때문.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던 남 교사는 영미의 얘기를 듣고는 가슴이 더욱 아려 왔다. 알콜중독으로 가정을 돌보지 않는 아버지는 집을 나간지 오래돼 이미 주민등록이 말소됐고 식당일을 하며 영미 3남매를 돌보던 어머니마저 이미 7일전에 3남매만 남겨 놓은 채 가출했다는 것. 어머니가 가출한 후 3남매는 어느 누구의 돌봄도 없이 야생동물 같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 밥은 언제 해 먹었는지 모르고,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의 오물과 바퀴벌레, 쓰레기, 3남매가 아무렇게나 벗어 놓은 옷가지 등으로 방안은 차라리 쓰레기장 만도 못한 상황이었다. 보일러마저 이미 2년 전에 고장나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아 아이들의 몰골도 언제 씻었는지 모르는 실정이었다. 남 교사는 우선 동료 교사들과 함께 난장판 같은 방 정리와 밀린 빨래, 설거지 등을 해결했다. 또 학교운영위원회와 교장선생님, 동료 교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성금을 모금, 우선 당장 필요한 생필품과 밑반찬 등을 마련해 줬다. 이에 따라 쓰레기장 같던 생활환경은 어느정도 해결이 됐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였다. 영미의 부모가 살아 있는 상황이어서 기초생활보장수급권자로 지정받기도 현행법상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동사무소에서 급한대로 3남매를 긴급구호 및 차상위 계층으로 지원하고 있으나 큰 도움이 못되고 있다. 당장 살고 있는 단칸방의 월세도 수개월째 밀려 있는 형편이다. 남 교사는 “영미 어머니가 계실때도 사실상 방치돼 학교생활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했다”며 “이들 3남매를 위해 보호기관 위탁 등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이성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