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현실에 기반한 최저임금 결정 이뤄져야

2018-07-11     매일일보
[매일일보] 올해 최저임금 결정 과정은 여느 해보다 논쟁적으로 전개되고 있다.50%대 인상안을 내걸고 노동계가 밀어붙이는 데에는 해마다 급격한 수치인 15.7%의 임금인상안을 선제적으로 제시한 정부의 영향이 크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이용섭 위원장은 한 강연에서 “일자리 창출에 시장이 실패했다”며, “정부가 나설 수 밖에 없다”고 강조, 이 문제에 관한 정부의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근로자들의 소득 수준을 높여 내수 경기 활성화에 나서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은, 역대 정권하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초유의 시도임이 분명하다. 이 초유의 시도가 성공하려면, 우리나라 경제 주체 대부분의 관심과 성원을 얻는 것이 중요하며, 경제 주체들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사회적 합의의 폭을 늘려나가는 과정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그런면에서 볼 때,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한 논란은 사회적 합의가 충분치 못한데서 비롯된 난맥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소상공인들의 지불능력이다.
현재의 최저임금인 6,470원도 버거운 상태에서, 현실에 기반하지 않은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은 소상공인들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은 처사로, 이런 모습은 비단 노동계뿐만아니라, 대기업을 대변하는 사용자측과 정부 모두에게서 나타나고 있다.

최저임금의 몇 배이상의 고연봉을 지급할뿐더러, 임금인상분을 제품가격이나 다른 항목으로 어떻게든 돌릴 수 있는 대기업 및 일반기업의 처지와 생존 경쟁에 내몰려 가격과 서비스로만 승부할 수 밖에 소상공인들의 처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사상 최대 실적을 논하는 대기업들과 면세사업자로 근근히 생활비를 벌어가는 생계형 소상공인들의 처지가 근본적으로 다른데도, 똑같은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소상공인들에게는 가혹한 처사임에 분명하다. 

고용의 질과 형태도 다르고, 근로자들 또한 근로에 임하는 강도와 자세도 다를 수 밖에 없다. 
많은 아르바이트생들이 가계에 도움을 주고 용돈을 벌기 위해 소상공인업종에 임시로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 생계형 일자리들과는 달리, 근본적으로 유연한 구조를 가진 소상공인업종의 일자리의 노동강도와 형태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그에 걸맞은 차등화를 통해 최저임금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같은 경제의 원리를 무시한채 진행되는 현재의 최저임금 논의는 일방적으로 소상공인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소상공인들에게 이같은 희생을 강요한다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종업원을 줄이고, 휴일없는 밤샘 근무로 온가족이 떠밀려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일자리 대책은커녕, 고용감소와 서비스질의 하락, 나아가 폐업사태로 인한 경기둔화로 우리 경제의 큰 후폭풍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소상공인들도 이 시대 가장 큰 문제인 경제적 양극화의 피해자로, ‘늘 사장’들인 대기업, 일반기업 사장들과 달리 양질의 일자리에서 밀려나 ‘어쩌다 사장’이 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소상공인업종의 특성상, 적은 급여와 열악한 근무환경, 동종의 넘쳐나는 일자리속에 어렵게 구한 종업원을 붙들기 위해 종업원들을 한 식구처럼 대해줘야만 그나마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처지다. 소상공인 공히 그러한 상황에서,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합리적 임금 수준이 결정된다면, 그에 따라 고용을 유지하고 생업을 이어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인 수준을 벗어나는 수치로 소상공인들을 몰아 붙인다면, 생계가 걸린 문제기에, 고용 축소와 제품 가격 상승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오늘날 소상공인들의 현실이다.최근 미국 미주리주의 경우, "최저임금을 급속도로 올리면 고소득 근로자의 임금과 고용은 늘지만 실제 도움이 필요한 취약 계층은 위협을 받게 된다"며, 최저임금을 10달러에서 7.7달러로 오히려 낮췄다.최저임금의 역설이 드러난 사례로, 우리나라도 이처럼 소상공인들의 지불능력 등을 감안하여 현실에 기반한 최저임금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 소상공인들의 현실을 무시한채 획일적으로 하나의 잣대만을 들이댄다면, 소득 주도 성장론의 그 토대마저 흔들릴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최저임금 결정에 임하는 당사자들과 정부당국은 깊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