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 CEO들 국정감사 증인으로 줄줄이 출동
2010-10-10 허영주 기자
저마다 사유는 다르지만 시공능력 상위 3개 건설사 대표들이 연이어 국감 현장에 나서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0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 따르면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과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은 오는 11일 국토해양부 감사에, 정연주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은 14일 코레일 및 18일 서울시 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국토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들 건설사의 CEO에 대한 증인채택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지만 한나라당의 거부로 번번히 불발됐다.
그러나 지난 4일 국토부 산하기관 감사에서 민주당이 이를 강력히 요구, 여야간 합의를 이끌어 내면서 빅3 건설사의 '사장님'들을 국감 증인대에 세우게 됐다.
◇현대건설·대우건설 '사망재해' 최다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과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은 사망재해 사고가 많다는 이유로 국감 증인대에 서게 됐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대재해 사업장 가운데 사망자수가 가장 많은 기업은 현대건설로 6명이 사망했으며 2위는 대우건설로 5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다.
이들 건설사는 지난 4년간 10대 건설사 가운데 현장 사망자가 가장 많은 업체 1·2위에도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2007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사망자수는 현대건설의 경우 33명, 대우건설은 28명이었다.
지난해 15명의 사망자를 내 '재해 건설사' 1위로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 불려 나갔던 GS건설은 올 상반기 재해사망자 순위가 3위로 밀려(?) 불명예를 피했다.
민주당은 김 사장과 서 사장을 상대로 빈번한 사망사고의 발생 원인과 재발방지 대책을 따져 물을 계획이다. 또 국토부의 건설안전 관리감독 체계에 문제가 없었는지도 살펴볼 예정이다.
특히 지난 6일 GS건설의 서울 마포구 합정동 '서교자이'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전복사고로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터라 민주당의 집중 추궁이 예상된다.
한편 민주당은 김 사장에 대해 재해사망 사고 외에도 4대강 사업과 인천공항철도 부실시공 의혹 등을 따질 예정이다.
◇삼성물산, 용산역세권사업 책임 추궁
정연주 삼성물산 사장은 지급보증 등을 둘러싼 출자사간 마찰로 난항을 겪은 용산국제업무지구(용산역세권) 개발사업 때문에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다.
당초 삼성물산은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의 수익성 저하 등을 이유로 토지매입비(8조 원) 가운데 중도금 전액(4조7000억 원)의 준공시 납부와 분납이자 면제 등 계약변경을 요구했지만 코레일 측은 이를 거부했다.
거꾸로 코레일은 자금조달 방안 마련 등 대표 주관사로서의 역할을 요구하며 삼성물산을 압박했다.
결국 삼성물산이 사업을 실질적으로 추진해 오던 자산관리위탁회사(AMC) 용산역세권개발의 경영권을 내놓으며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적지 않은 후유증을 남긴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사업무산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는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을 둘러싼 코레일과 삼성물산의 책임소재를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또 이 과정에서 서울시가 제 역할을 다했는지에 대해서도 따질 방침이다.
◇실제 출석 여부는 '불투명'
그러나 실제 국감 현장에서 이들의 모습을 모두 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민주당에 따르면 김 사장과 정 사장은 각각 13일, 22일까지의 해외출장을 이유로 국감 출석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해 왔다.
삼성물산은 14일(코레일)과 18일(서울시) 국감 모두 참석이 불가능한 정 사장 대신 이경택 전무가 출석하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김 사장도 11일 국토부 국감 때 출석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22일 국토부 종합감사에 다시 증인으로 채택할지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형업체 CEO들은 국감에 불려가지 않기 위해 일부러 해외출장을 떠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그 사유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경찰고발까지 갈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대우건설은 서 사장의 출석 여부를 현재까지 통보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