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LG전자, 구원투수로 나선 구본준 부회장

“LG는 구씨가 이끌어야만 제대로”?

2011-10-11     김시은 기자

[매일일보=김시은 기자] 창립이후 최대의 위기에 빠진 LG전자가 결국엔 오너경영체제로 돌아섰다. LG전자가 새 수장자리에 LG그룹 구본무 부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을 선임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2003년 10월 구본무 회장 당숙인 구자홍 현 LS그룹 회장이 LG전자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난 지 7년 만이다.

특히 구 부회장은 LG상사에서 대표로 있는 동안 실적을 올려온 터라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듯 취임 전 파격적인 구조조정을 예고하는 등 슬슬 시동을 걸고 있다. 하지만 지난 2분기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이후에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위기의 LG전자를 그가 잘 구해낼 수 있을지는 물음표다.

벌써부터 3, 4분기 실적 역시 저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LG전자의 수장 교체는 그동안의 오너경영을 그대로 답습하는 ‘세습경영’이라는 비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매일일보>은 LG전자의 새 수장 구본준 부회장이 위기의 LG를 구해낼 수 있을지 전망해봤다. 

창립 이래 최악의 실적부진, 3·4분기 전망도 먹구름, 7년 만에 오너경영체제
새 수장 교체는 예정된 수순, 기업 물려주기 선호하는 LG家, 세습경영 비난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남용 전 부회장. 새 수장으로의 교체는 어찌 보면 예정된 수순이었다. 남 부회장이 이끌던 LG전자는 창사이래 최악의 실적부진으로 허덕이고 있던 터. 경영체제의 변화는 물론, 현재의 어려운 국면을 타개할 말한 수장이 필요했다.

그런 면에서 구 부회장은 적임자였다. 구 부회장은 LG상사에서 입지를 넓히며 오너경영인이면서도 전문경영인으로 평가받아 왔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교체는 LG의 2대 주주인 구 부회장을 LG전자의 수장으로 내세워 구본무 회장과 함께 ‘형제 투 톱’ 체제로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오너 시스템의 최대 장점인 스피드와 과감한 투자로 LG전자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는 얘기. 그만큼 LG전자가 새 수장인 구 부회장에게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세습경영 못 벗어나는 LG?

구 부회장은 지난 2007년 취임 후 LG상사의 영업이익을 지난해 3배 가까이 끌어올리는 등 그룹내 위상 또한 함께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자원 강국인 신흥국가들의 SOC 사업 등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마련하는데 주력, 해외법인과 투자회사의 이익을 증가시켜 전문경영인으로서 역량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그는 구자경 LG명예회장의 친족들이 모두 경영일선에서 물러서는 와중에도 오너경영인이면서 전문경영인으로서 그룹 내에서 입지를 구축,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해온 LG필립스LCD를 맡아 당시 LCD업계 5위였던 LG필립스를 3년 만에 세계 1위로 끌어올려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이 때문인지, 구 부회장 승계설은 지난해부터 스멀스멀 기어올라 왔다. <매일일보>은 지난 7월29일 ‘LG전자 남용 부회장 교체설’을 통해 구본준 부회장의 차기 승계를 전망한바있다. 당시 LG전자 관계자는 구 부회장 승계설에 대해 “그러한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다” 고 대답했지만, 불과 2개월여만에 소문은 사실로 드러났다.   표면적으로 보면 남 전 부회장이 실적부진으로 전격 교체된 것은 맞지만, 그렇지 않아도 예견된 일이라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다만 예정보다 앞당겨진 인사라는 것뿐. LG전자는 LG가의 적통성대로 언젠가는 전문경영인이 아닌 오너경영체제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위기를 맞아’ 예정된 날짜보다 빠르게 실현된 셈이다.  이를 증명하듯 구본준 부회장은 정기 이사회도 거치지 않고 수장자리에 앉았다. 물론 LG가 전문경영인 대신 오너 경영체제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 LG전자의 절박한 현실을 보여주는 인사이기는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구 부회장의 복귀를 세습경영에 견주고 있다. 그동안 LG는 가족 중심의 문화를 유독 강조하며 자녀에게 사실상 기업 물려주기를 선호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일예로 LG는 분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풍’을 의식한 것처럼 분가해나간 형제들, 2세들 심지어 3세들에게까지 지분을 주는 등 기업 물려주기를 자행했다.그래서 최근 영국의 한 경제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는 구 부회장의 LG전자 복귀를 세습경영에 견주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LG전자의 오너경영에 대해 ‘북한만큼은 아니지만 권력승계라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면서 구 부회장을 ‘무능하지는 않지만 참신한 인재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위상추락, 갈 곳 잃은 LG?

그렇다면 새 수장으로 선임된 구 부회장이 위기의 LG를 구할 수 있을까. 알려졌다시피 업계 2위인 LG전자의 위상은 많이 떨어졌다. 하다못해 지난 1년간 휴대전화시장에서 LG의 이름은 별로 나오지도 않았다. 애플 아이폰의 대항마로 삼성전자의 갤럭시만 주목받았을 뿐이다. 아이폰과 갤럭시의 양자구도 속에서 LG의 옵티머스는 갈 곳을 잃었다.구 부회장은 취임사에서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하는 휴대폰 사업에서 LG의 위상은 불과 1년 전 성과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위기의식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하이닉스의 인수주체로 LG전자가 계속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고 구 회장과 구 부회장이 서로 독대를 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상황의 반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일각에선 “아무리 구 부회장이 전문경영능력을 이미 여러 차례 입증 받았다고는 해도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위기의 LG를 구해내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더구나 구 부회장이 취임하면서 일정부분 전략을 다시 짠다고 해도 1년 정도는 지나야 그 결과를 볼 수 있다. LG전자의 주 캐시카우인 휴대폰 사업부분에서 스마트폰을 밀고 나가야하는데 대체로 2년 약정을 걸고 스마트폰을 사는 만큼 그때 가서 얼마나 수요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LG는 LG전자의 휴대전화나 가전제품 사업 부문은 물론이고 LG유플러스(옛 LG텔레콤)의 통신 사업 부문 등 어느 한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5%에 그쳤고 전략 상품인 옵티머스 원에 대한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LCD 판매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만년 3위인 LG유플러스의 입지도 계속 좁아지고 있다.실제 LG전자의 경우 지난 2·4분기 영업이익이 1,26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90%나 급감했다. 3·4분기에도 영업이익이 2·4분기보다 못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예측이다. 스마트폰 초기 대응 실패만을 실적부진의 주된 이유로 보기 어려운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게다가 구 부회장 역시 과거 실적악화의 아픔은 있었다. 구 부회장은 지난 2007년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실적악화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상대적으로 그룹 내 비중이 떨어지는 LG상사의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긴바 있다.한편, 구 부회장이 LG전자를 이끌게 된 것을 그룹 경영권 구도와 연결 짓는 시각도 있다. 구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 LG전자 과장의 경우 1978년생으로 아직 나이가 어리다. 2세들이 성장하기 전까지 형제경영체제로 그룹 경영권을 관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구 부회장은 이달 중순께 업무보고를 모두 마치고 새로 임명한 사업본부장 등과 함께 본격적 전략 수립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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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구본준 부회장 약력

▲ 1951년 生
▲ 경복고, 서울대 계산통계학과, 美 시카고 대학원 경영학 석사
▲ 주요경력
- 1978년~80년 한국개발연구원
- 1982년~85년 美 AT&T(Project Manager/Product Planning)
- 1986년~86년 금성반도체 부장 (컴퓨터 기획관리)
- 1987년~89년 LG전자 부장 (PC/모니터 기획관리)
- 1989년~89년 LG전자 이사 (정보기기 관리담당)
- 1990년~90년 LG전자 이사 (C&C 전략기획담당)
- 1991년~93년 LG전자 이사 (동경사무소 정보기기담당)
- 1994년~94년 LG전자 상무 (모니터 OBU장)
- 1995년~95년 LG전자 상무 (비디오 SBU장)
- 1996년~96년 LG화학 전무 (세계화추진담당)
- 1997년~97년 LG반도체 전무 (경영지원/영업 SECTOR장)
- 1998년~99년 LG반도체 대표이사
- 1999년~03년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 2004년~07년 LG필립스LCD 대표이사 부회장
- 2007년~10년 LG상사 대표이사 부회장
- 2010년~현재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