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추적]진로 소주, 유해성 아스파탐 사용 논란 국감서 제기

2011-10-13     김시은 기자

[매일일보=김시은 기자] 국내 대표 소주 업체인 진로가 유해물질 표기 은폐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의혹의 핵심은 진로가 유해성 논란이 있는 아스파탐(감미료)을 사용하고도 첨가물 표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추미애(민주당) 의원에 의해 처음 주장됐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진로는 이를 부정하고 있어 사실여부에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만약 추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진로의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진로는 유해성 논란을 빚은 아스파탐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수차례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매일일보>은 국내 대표 소주 업체인 진로가 유해물질 표기 은폐 의혹에 휩싸인 경위를 취재해 봤다.

추미애의원측 “업체는 부정하고 있지만, 식약청 서류는 사실이다”
진로측 “93년이후 아스파탐 사용 안 해, 민·형사상 소송 제기할 것”

진로가 유해물질 표기 은폐 의혹에 휩싸이게 된 것은 지난 7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 국정감사에서다. 추 의원은 “지난 2009년 2월 우리나라 식약청과 같은 조직인 호주 검역청(AQIS)이 우리나라에서 수출한 소주를 검사한 결과, 호주에서 허용하지 않는 아스파탐이 검출돼 제품을 반송한다는 문서가 있다”며 사본을 공개했다.그런데 사본과 함께 제시된 판넬에는 진로(비록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있긴 했지만)의 로고가 박힌 소주병 사진이 ‘떡’하니 붙어있었던 것. 이후 진로는 유해물질 표기 은폐 의혹에 휩싸이게 됐다.추 의원측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인터뷰에서 “업체를 명확히 밝힐 수 없다”고 말했지만, 식약청 관계자는 추 의원이 언급한 서류가 진로를 말하는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서류상 오류 VS 일부 품목의 문제?

유해성 논란이 일은 아스파탐은 단맛이 설탕의 200배나 되는 아미노산계 감미료다. 식약청에 의해 식품 첨가물로 허가를 받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두통, 근육경련, 불면증부터 뇌종양 등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쏟아지면서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 주세법 시행령에도 아스파탐은 사용표기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추 의원이 문제를 제기한 것도 이러한 부분이다. 진로가 표기를 원칙으로 하는 아스파탐을 표기하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식약청이 이를 모르고 넘어갔다는 것도 문제라는 것. 이를 증명하기 위해 추 의원은 자료를 제시했다. 자료는 S주류 도매상이 지난 2007년 11월 국내에 유통 중인 진로의 제품을 호주에 수출했다가 반송돼 다음해 2월 부산식약청에 제출한 서류다. 국정감사에서 추 의원은 “해당 소주가 아스파탐의 사용으로 수출길이 막혀 이를 다시 국내에 들여오기 위해 수입제품 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부산식약청에 제출한 서류”라며 “이 제품 어디에도 아스파탐의 표기가 되어 있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진로의 소주가 모두 반송됐던 것은 아니다. S주류는 진로(참이슬 프레시) 700카톤(1카톤 20병) 중 절반(350카톤)만 반송이 되고 나머지는 수출이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식약청 관계자는 “일부 제품만 허용되지 않은 ‘아스파탐’ 등이 들어있다는 이유로 반송이 되고 나머지는 수출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계속 조사를 해봐야겠지만 호주 주세법상 아스파탐이 허용되는 감미료이고 진로가 아스파탐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서류 자체에 오류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추적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하지만 그의 말대로라면 일부 진로의 소주에서 아스파탐이 발견됐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추 의원측은 “서류가 잘못됐을 리는 없다. 업체에게 직접 받은 자료”라고 말했다.  

‘스테비오사이드’라 괜찮아?

하지만 진로는 이를 부정하고 있다. 진로는 “93년 이후 아스파탐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추 의원이 제시한 사진은 유해성 표기를 하지 않은 소주 업체 사진이 아니라 일반 소주 업체 사진을 제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추 의원은 업체를 명시하지 않았다. 우리업체가 아니다”며 “더 이상 논의가 되면 민·형사상 소송 제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로는 아스파탐이 아닌 스테비오사이드를 사용하고 있으며 아스파탐을 사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용하지도 않는 아스파탐을 표기할 의무가 없다는 설명이다.이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스테비오사이드를 사용하고 있지만 표기 의무가 없기 때문에 표기를 하지 않았다는 얘기. 하지만 스테비오사이드 아스파탐 못지않게 유해성 논란이 있던 물질이다. 추 의원이 이번 국감에서 아스파탐 말고도 스테비오사이드를 표기해야 된다는 주장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추 의원은 “두 물질의 인체 유해성에 대해서는 과학적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지만 식품에서는 그 사용을 제한하거나 사용을 허용하더라도 소비자의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 그 사용의 표시를 의무화하고 있다”며 “식품에서는 극소량으로 사용하더라도 표기가 의무화되어 있는 스테비오사이드가 우리나라 소주에는 사용표시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아스파탐의 경우 스테비오사이드와 달리 식품첨가물 표시 의무화에 따라 이를 표기하게 되어 있어 업체가 이를 표시하지 않을 경우엔 문제가 된다. 소량 섭취했을 경우에만 안전성이 입증될 뿐 장기 복용에 따른 위험성은 확인된 적이 없어 소비자들의 경계심 또한 높다. 진로가 아스파탐이 주세법상 허용되는 물질임에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강경하게 부정하는 것도 이 때문. 심지어 진로는 올 3월께 제기된 막걸리 아스파탐 유해성 논란에서도 아스파탐을 쓰지 않는다는 것을 줄기차게 강조해왔다. 진로는 “소주의 쓴맛을 없애기 위해 아스파탐을 사용해왔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색이 혼탁해지고 침전물이 생기는 등 문제가 많아 아스파탐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진로가 아스파탐을 사용했음에도 표기를 한 것이 사실이라면 도덕성 문제에서도 어긋난다”며 “실망을 주지 않았으면 한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추의원측은 “어느 업체라고 정확히 말해줄 순 업지만 업체가 그 사실을 부정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식약청이 알아보겠다고 했으니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