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대대적 인사개편 예고···직원들 초긴장 상태

2011-10-14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LG전자가 연말 정기인사를 앞두고 초긴장 상태다. 인사폭을 최소화해 온 최근 관행이 깨질 것이 확실하다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14일 재계 등에 따르면 남용 전 부회장 시절 대거 영입된 LG전자의 'C(chief)레벨' 외국인 경영진은 사실상 업무에서 손을 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본사 외국인 경영진은 더모트 보든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부사장, 토머스 린튼 최고구매책임자(CPO) 부사장, 디디에 쉐네보 최고공급망책임자(CSCO) 부사장, 피터 스티클러 최고인사책임자(CHO) 부사장, 브래들리 갬빌 최고전략책임자(CSO) 부사장 등 5명이다.

우선 다음 달이면 계약이 만료되는 보든 부사장의 퇴진이 예상된다. 구본준 부회장이 취임 첫날 기존 HE사업본부장이었던 강신익 사장을 글로벌마케팅총괄에 임명하자 이 같은 전망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내년 초에 계약이 만료되는 린튼 부사장과 쉐네보 부사장 역시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6년과 7월에 각각 영입된 스티클러 부사장과 갬빌 부사장의 업무 역시 축소·통합되는 등 사실상 손을 뗄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본부장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미 교체된 TV와 휴대폰 외에도 HA사업본부, AC사업본부, BS사업본부의 수장이 교체될 것이라는 설(說)이 업계에 파다하다.

구 부회장이 취임 첫날부터 위기의 '몸통'으로 지목했던 TV와 휴대폰 수장을 교체하며 '군기잡기'에 나섰다면, 앞으로는 나머지 사업본부를 정리하며 조직개편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LG전자의 상징과도 같은 주요 가전 및 에어컨의 경우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경쟁업체에 사실상 따라잡힌 상황이다. 휴대폰과 TV에서 사실상 전자업계의 주도권을 내준 LG전자가 무색무취의 '평범한' 업체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같은 내부 긴장감을 반영하듯, 12일부터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한국전자산업대전'에는 LG전자의 사업본부장이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김영기 부사장만 잠시 들렀다.

특히 삼성전자와 거의 비슷한 크기의 넓은 전시공간을 마련해 놓고도, 단 한명의 사업본부장도 참석하지 않아 빈축을 샀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비상사태이긴 하지만, 최고의 제품이라고 자평해놓고 경영진이 아무도 나오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행태"라며 "화려한 제품과 모델들만 북적거린다고 해서 내실까지 챙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에서는 윤부근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 권오현 반도체사업부장 사장, 장원기 LCD사업부장 사장, 윤주화 경영기획실잘 사장 등이 총출동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윤부근 사장은 이날 기자들과 30분 가까이 별도로 대화를 나누며 '소통'을 강화하기도 했다. 이밖에 권오현 하이닉스반도체 사장,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도 방문했다.

하부조직에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남용 전 부회장 시절 실적이 한창 좋지않을 당시 업계에는 LG전자의 구조조정설이 파다했다. 당시 남 부회장이 적극 부인하며 일단락된 듯 보였지만, 그 여진은 아직도 유효하다는 게 일각의 분석이다.

더구나 증권가는 LG전자가 올해 하반기 내내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내부에서는 다 아는 '사실'이지만, 막상 '어닝쇼크'가 현실로 다가올 경우 조직에 가해지는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LG전자에는 연말 정기인사 전까지 고위 임원은 물론이고 일선 직원들사이에 까지 살얼음을 걷는 듯한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구본무 LG 회장이 12일 열린 임원세미나에서 "지금까지의 실적을 점검해 보니 몇몇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해, 이번 달 말께로 예정된 컨센서스미팅에서 긴장감은 극에 달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LG전자의 위기가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로 평가되고 있을 만큼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라며 "유례없는 큰 폭의 인사가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특히 휴대폰과 TV 등에서 주력으로 내놓은 제품들이 어떤 성과를 거두느냐에 따라 LG전자를 흔들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까지도 뚜렷한 개선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면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질 가능성도 농후하며, CEO로서 확실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던 구본준 부회장 역시 곤경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