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헤어누드, 여성의 고통?

2007-02-11     매일일보

【매일일보제휴사=뉴시스】음성적인 털이라 음모요, 수치스러운 털이라서 치모다. 치모, 음모는 왜 돋나. 2가지 이론이 있다.

먼저, 진화설. 자신이 번식 준비를 갖췄다는 사실을 맘에 드는 이성에게 음모라는 상징기호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치모가 사향과 유혹내음 등 성적인 냄새를 풍기는 이유 역시 이성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라는 이론이다.

다음, 보온과 피부보호. 음모가 아랫도리를 따뜻하게 지켜준다는 설이다. 머리카락이 머리통을 감싸주고, 눈썹은 눈알을 방어하며, 겨드랑이털이 피부쓸림 완충제 노릇을 하듯, 치모 역시 과열 방지용이라는 짐작도 있다.

치모는 왜 꼬불꼬불한가. 첫번째 이유는 털주머니(모낭)에서 찾을 수 있다. 털의 형태는 모낭이 결정한다. 모낭이 납작할수록 털은 구불구불해진다. 사춘기를 지나면서 성호르몬(안드로겐)이 성기 주변의 모든 모낭을 평평하게 만들어버린다. 그러니 음모가 고수머리처럼 돼버릴 수 밖에 없다.

두번째는 환경적 요인이다. 대개 팬티가 치모를 억압하는 형국이라 지속적인 마찰 탓에 털이 고개를 들 수 없다는 것이다.

백인 여성의 90%, 우리나라 여성의 64%는 음모 상연의 모양이 수평을 이루는 역삼각형이다. 역삼각형 다음으로 한국 여성에게 흔한 형태는 다이아몬드형(마름모꼴)이다. 복부의 중앙선을 따라 배꼽을 향해 있는 직선형도 있다. 비키니 라인 바깥쪽을 제거하는 여성 대부분은 일정한 형태가 없는 분산형이다.

빈모와 무모는 형태가 있을 수 없다. 빈모·무모증은 사춘기가 지나면서 여타 2차 성징은 정상이건만 유독 음모만 없거나 적은 경우다. 성인 남성에게는 무모증이 없다. 한국 여성의 10~12% 정도가 빈모·무모증으로 추정된다. 어머니가 무모·빈모증이면 딸도 같은 증세인 경우가 많다.털이 없거나 드문 여성의 50%는 상염색체 유전 등 가족력이 적용된 모전여전이다. 의학적 음부 빈모·무모증은 음부의 모발 성숙도와 조밀도를 가리키는 지표인 치부 모발 성숙지수가 1∼3에 그친 케이스다.정상 여성의 치부 모발 성숙지수는 5.

가족력과 별도로 위염, 알레르기성 비염, 갑상선 질환, 고혈압, 자궁근종, 난소낭종, 후두결절, 골다공증, 우울증, 관절염, 변비, 아토피 피부염 등 각종 질환 때문에 후천적으로 무모·빈모증이 된 여자들도 22.6%에 달한다.

생식기능이나 성생활에는 장애가 없다. 그러나 정신적 열등감과 수치심 탓에 목욕탕, 수영장, 에어로빅장, 사우나, 온천, 찜질방 등 옷을 벗어야 하는 장소를 꺼리게 마련이다. 무모증으로 인한 부부불화가 심심찮게 빚어질 만큼 사회적 편견도 강한 편이다.

무모·빈모증은 모발이식으로 치료한다. 환자의 후두부에서 10×1.2㎝ 크기로 두피를 잘라낸 후 머리털을 한 가닥씩 분리, 음부로 옮겨 심는다. 1회 시술 시 머리카락 800~1200개를 이식한다. 당사자가 원하는 모양과 크기를 참고해 모발의 방향과 이식 높이, 분포형태 등을 조절해야 자연스러운 음모를 얻을 수 있다.

수술 후 2주가 지나면 이식된 모발은 모근만 남긴 채 빠지기 시작해 한 달쯤 흐르면 거의 다 빠진다. 그러다 3개월이 지나면서부터 새 모발이 하나씩 올라오며 완전한 미용적 효과를 기대하려면 6개월 가량이 걸린다. 꽂을 때는 직모지만, 싹 빠졌다 다시 솟는 새 털은 파마라도 한 듯 특유의 음모형태로 휘어진다.

우리나라의 무모·빈모증 개선술은 세계적인 관심사다. 한올한올 털을 심어주는 수술이 성행하는 국가는 모름직이 대한민국 뿐이다. 자신의 음모 이식작업 경과를 논문으로 작성한 한국의 성형외과나 피부과 전문의가 국제학술대회에 나가 각국 의사들에게 데이터를 공개할 정도다.

이처럼 음모 권하는 사회는 치모를 출산력(퍼틸러티)으로 받아들이는 풍토에, ‘털 없는 여자랑 관계하면 3년간 재수없다’는 어처구니 없는 속설이 보태진 결과다. 어떻게든 음모를 없애려고 면도기까지 동원하는 서양 여자들과는 딴판이다. 한국여성은 조림, 식림에 열중하고 백인녀들은 벌초, 제초작업에 시간을 보낸다. / 신동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