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폭행.화재’…인권침해 ‘천국(?)’, 출입국관리소

2007-02-11     매일일보
【매일일보제휴사=뉴시스】11일 새벽 발생한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화재 참사로 외국인 수용시설에 대한 인권침해 논란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그동안 인권.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외국인 수용시설의 인권침해 사례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지만, ‘사후 약방문’ 수준의 대응에 그쳐 당국의 인권 불감 수준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2005년 1월 부산출입국관리소에 수용됐던 우즈베키스탄인 A씨는 출입국관리소 직원으로부터 수갑을 찬 채 폭행을 당해 늑골이 골절됐다. A씨의 진정을 접수한 국가인권위원회는 A씨가 폭행당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가해자인 공익요원 박모씨를 검찰에 고발하고, 해당 출입국관리소장에게 재발방지 대책을 조속히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같은 시기 중국 한족인 Y씨는 단속 과정에서 전자충격과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고, 역시 인권위는 단속 과정에서 일부 문제점이 있었다고 보고 담당 직원들에 대한 징계조치를 법무부에 의뢰했다. 인권위가 지난달 공개한 ‘미등록 외국인 단속 및 보호시설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보호수감 중인 미등록 외국인의 20.8%가 단속 및 강제연행 과정에서 출입국 관리 공무원에 의해 구타를 당했고, 39.6%는 폭언이나 욕설을 들었으며, 15.0%는 상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용시설도 인권침해 논란을 비껴갈 수 없다. 참사가 발생한 여수출입국관리소는 작년 가을 10명 기준 보호실에 최대 18명의 외국인을 입실시킨 사례가 지적됐다.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수용자 운동 관리에도 미온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는 "외국인 여성노동자에 대한 24시간 CCTV(폐쇄회로) 감시를 여성직원이 하라"고 여수출입국관리소에 권고하기도 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외국인 여성의 18.3%가 남성 공무원에 의해 몸검사를 받았으며, 입소하면서 규정에도 없는 알몸검사를 받은 경우도 34.1%에 달했다. 통역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인권단체는 입을 모은다. 보호수감 중인 외국인 중 26.9%는 통역인이 없어 의사소통이 불가능했다고 응답했고 10.2%는 통역인이 있어도 원활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더구나 보호수감 중인 미등록 외국인의 81.3%는 자신의 조서를 본 적조차 없으며, 무슨 내용인지 이해 할 수 없는 문서에 강제로 서명할 것을 요구받은 사례도 35.8%에 이른다고 보고서를 밝혔다. 특히 남성의 29.7%와 여성의 12.7%는 31일 이상 장기간 구금된 것으로 조사됐고, 본국에 소환될 때까지 무려 10개월 이상 구금된 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이다 보니, 탈출을 시도하다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2월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불법 체류 혐의로 조사를 받던 터키인 K씨가 6층 보호실 유리창문으로 뛰어내리다 사망했고, 2005년 10월에는 같은 장소에서 40대 중국인이 뛰어내리다 숨졌다. 역시 ‘토끼몰이’식 단속 과정의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농촌에서 배추를 나르던 중국인 여모씨는 지난달 광주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 20여명이 들이닥치자 단속을 피하려 무리하게 달리다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인도네시아인 불법체류노동자 P씨는 지난해 4월 쫓아오는 인천출입국관리소 직원 10여명을 따돌리려다 창문에서 떨어져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튿날 새벽 숨졌다. 인권.시민단체는 실제 모든 외국인의 단속 과정에 적용되고 있는 긴급보호가 ‘사전고지’와 ‘영장주의’의 원칙 위배된다고 지적한다. 관계 당국이 현행 규정을 무리하게 악용하고 있다는 것. 현 출입국관리법은 강제퇴거 조치가 내려지기 전에 실시되는 강제단속에 대해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예외적으로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 발동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출입국관리사무소는 1970년 8월 대통령령에 의해 설립됐으며, 전국에 14개 사무소와 14개 출장(분)소를 두고 있다. 외국인 등록과 증명서 발급, 출입국 심사 등 내.외국인의 출입국과 관련된 전반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 허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