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루, 세계 최초 전기線 대체하는 ‘필름히터’ 상용화…삼성전자 냉장고 적용

10% 이상 소비전력 절감…4차 산업혁명 ‘인쇄전자기술’ 확보
대형 선박, 전기자동차 등 유망업종 각광

2017-07-26     나기호 기자
[매일일보 나기호 기자] 국내 중소기업 파루가 세계 최초 은나노잉크로 제작한 필름히터를 냉장고에 적용하는 신기술 상용화에 성공해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간다.26일 파루[043200]에 따르면 냉장고 도어에 자사의 은나노 필름히터를 적용하는 테스트를 마치고, 삼성전자[005930]에 공급을 시작했다.글로벌 친환경 기술기업인 파루가 개발한 필름히터는 전류가 열에너지로 바뀌는 특징을 이용한 제품이다. 소량의 은이 포함된 전도성 물질을 잉크로 제조한 후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 합성수지에 인쇄해 만든 면(面) 형태의 전기발열체다. 전압이 공급되면 필름에 인쇄된 은나노 잉크 패턴을 타고 흐르는 전류가 열에너지로 변환되면서 열이 발생한다.냉장고 도어부는 특성상 내·외부의 온도차로 인해 성에나 이슬맺힘(결로) 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제조사들은 도어프레임(문틀) 안에 열선히터를 설치하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나 열선히터는 선 사이로 열이 빠져 나가는 구조여서 냉장고 업계에서는 열선히터를 대체할 제품을 찾아왔다.◇10% 이상 소비전력 절감…과열시 스스로 단선돼 ‘안전’‘고성능·저전력·친환경’을 3대 특성으로 하는 파루의 필름히터는 기존 제품보다 10% 이상 소비전력이 절감된다. 또 원하는 부위에 열을 고르게 발생시키고(균일한 발열), 전자파가 생기지 않는 장점이 있다. 과열시 필름에 인쇄된 얇고 가는 선이 손상되면서 전기가 자동 차단되는 ‘셀프 퓨즈’ 기능이 적용돼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파루는 프린트 제조공정을 통해 필름에 잉크를 인쇄해 히터, 태양전지, 터치스위치, LED 회로기판 등을 만드는 인쇄전자(Printed Electronics) 기술 개발에 2005년부터 뛰어들었다. 현재 보유 중인 국내외 특허만 100여개에 달한다.인쇄전자 기술은 ‘저가·대면적·고속생산’을 특징으로 하는 인쇄기술(PT)에 ‘고해상도·고정밀·친환경’의 나노기술(NT)이 접목된 융합기술로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되면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대표적인 미래기술로 꼽힌다.◇가전 히터 부품 시장 수십조 원 규모… 냉장고만 5~6조원 추산독일 시장조사기관 GfK에 의하면 가정용 냉장고는 2014년 전 세계에서 1억3000만대가 팔렸다. 오는 2019년에는 1억4000만대의 판매가 전망됐다.가정용 냉장고의 대형 프리미엄화가 지속되면서 관련 부품 시장도 커지고 있는데, 가정용 냉장고에 사용되는 히터 시장만 5~6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냉장고를 포함한 전체 가전의 히터 부품 시장 규모는 수십조 원에 달한다.◇가전제품 외 대형 선박, 전기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 가능파루의 필름히터 기술은 가전제품 외에 선박, 전기차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 적용할 수 있다.대형 선박은 겨울철 통행로와 계단 등에 얼음이 어는 것을 막기 위해 바닥 등에 열선히터를 까는데, 1척당 약 25억원에 달하는 다양한 형태의 열선히터가 사용될 만큼 시장규모가 크다.전기자동차 시장도 유망하다. 전기자동차는 겨울에 기존 자동차에 비해 발열에 취약하다. 내연기관에서 발생하는 열을 사용하는 기존 자동차와 달리, 전기자동차는 겨울에 발열하는데 에너지 소모가 커서 주행거리가 짧아지는 문제가 있다. 이 때 에너지 효율이 좋은 필름히터를 사용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필름히터 외에도, 파루는 △터치스크린패널(TSP)용 연성회로기판(FPCB) △무선인식(RFID) 스마트태그 △차폐필름 등 다양한 은나노잉크 기반 인쇄전자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12년간 인쇄전자 집중 투자…나노잉크에서 응용제품 이르는 토탈 솔루션 확보1993년 7월 전라남도 순천에서 설립된 지역기반 기술기업인 파루는 태양광·인쇄전자·생물환경 등이 주력사업이다. 파루의 태양광 추적장치(트랙커)는 축구장 1600개 면적의 미국 텍사스주 태양광 발전소에 공급될 정도로 기술력을 자랑한다.파루는 2005년 인쇄전자연구소를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2008년부터는 순천대학교와 산학협력체제를 구축하고 대학에 인쇄전자공학 전공과정을 개설해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등 지난 12년간 인쇄전자 기술 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왔다. 네이처(Nature), 사이언스(Science) 등 세계적인 학술지에 관련 연구논문이 게재되기도 했다.이런 노력을 통해 파루는 인쇄전자 응용소재인 은나노잉크의 제조부터 필름히터 등 각종 응용제품의 양산에 이르는 토탈 솔루션을 보유한 글로벌 인쇄전자 기술기업으로 거듭났으며, 2015년에는 국내 인쇄전자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나노산업기술상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2000년 코스닥에 등록한 파루는 전남 지역기업 중 1호 상장기업이다. 2015년 ‘월드클래스 300’ 선정, 2016년 ‘1억 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미국과 중국에 해외법인을 운영 중이며, 전 세계 30여개 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020억원이다.강문식 파루 대표는 “냉장고용 필름히터 상용화는 글로벌 가전기업과 기술혁신 중소기업이 1년간 공동개발한 상생협력의 결과”라며 “도어 적용을 시작으로 하반기엔 냉장고의 급수관, 제빙기 등으로 필름히터 적용 분야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