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막내아들 김정은이 조선 인민군 대장 겸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및 중앙위원장으로 선임되면서 북한의 공식후계자로 대내외에 등장한지 보름여가 지났다. 군 경험도 없는 26세 젊은이가 인민군 대장 칭호를 받은 데 이어 곧바로 당의 군사노선을 총괄하는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까지 맡은 것에 대해 북한 내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몇몇 대북전문매체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김정일의 건강이 유지되는 한 이러한 내부 불만이 공론화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단언하지만 내부의 불만이 드러나지 않는 것과 ‘후계자 김정은’의 앞날이 순탄할지 여부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는 지적이다. 김정일 후계자 데뷔까지 6년 과정, 단 열흘 만에 속도전으로 해치워
김영환 “김정은 후계체제, 순조롭게 구축될 가능성 10% 미만” 분석
김정은, 두 번째 김정남 암살시도 실패…中 “우리 땅에선 안 돼”
북․중 접경지역선 “中, 김정남 앞세워 북한 접수할 것” 소문 파다
북한에서 후계자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것은 김정일의 건강이 급속히 악화된 2007년~2008년이며, 3남 김정은이 김정일의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처음 나온 것은 2008년 말~2009년 초경이다. 김정은이 두 명의 형을 제치고 후계자로 낙점된 것은 사실상 ‘대안’이 없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북한 내에서 김정일의 세 아들 중 가장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차남 김정철의 경우, 김일성을 빼 닮은 외모로 인해 군부와 인민들은 보기만 해도 절대적인 수령 김일성을 연상할 정도라는 점이 큰 강점이었지만 온순하고 내성적인 성격이 걸림돌이었다. 김정일의 요리사로 활동했던 일본인 후지모리 겐지에 따르면 김정일은 종종 “그 애는 여자아이 같아서 안 돼”라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고 하며, 여기에 더해 진위여부는 알 수 없으나 2006년엔 ‘여성호르몬 과다분비증’을 앓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이에 따라, 그동안 후계구도에서 이미 제외된 것으로 관측됐던 김정남의 재등극 가능성이 거론되기 시작했으나, 이번에는 당사자인 김정남의 완강한 거부가 문제였다. 김정은 후계론이 본격 거론되기 직전인 2008년 중후반, 북한의 권력서열 2위이자 김정일의 처남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김정남을 데리고 아프리카를 돌아다니면서 후계자가 되어야 한다는 설득작업을 벌였지만 김정남은 끝내 자신의 생각을 꺾지 않은 것이다. 결국, 두 형이 이러저러한 이유로 후계자 자리를 맡지 않게 됨에 따라 그 이전까지 관심의 영역밖에 있었던 3남 김정은이 자리를 떠맡게 된 셈이다. 어려서부터 권력욕과 야심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던 김정은으로서는 스스로 권력을 거부했다고는 하지만 ‘장남’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있는 김정남과 ‘김일성의 환생’으로 인민들에게 추앙받는 김정철은 분명 ‘목 안의 가시’ 같은 존재일 수 밖에 없다.특히 지난해 초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북한경제를 최악의 위기로 몰아갔던 화폐개혁 실패가 사실상 김정은의 우상화작업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일이라는 사실이 북한 인민들 사이에 이미 퍼져나가 있다는 점은 두 형의 존재와 함께 북한이 진행하고 있는 ‘후계자 김정은’ 우상화작업에 최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6년 과정을 열흘 사이에…”
최근 『후계자 김정은』이라는 책을 낸 이영종 <중앙일보> 기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74년에 후계자로 내정돼 1980년 10월 6차 당대회에서 ‘친애하는 지도자’라는 명칭을 얻으면서 후계자로 공식 등극한 바 있는데, 김정은의 경우 그 6년 간의 과정을 최근 한 열흘 사이에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종 기자는 “무자비한 숙청으로 대변되는 김정일 위원장의 강력한 통치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북한 권력층들이 김정은 후계체제에 대해 반대하거나 불만을 나타내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결국 변수는 김 위원장의 건강이 언제까지 유지되느냐가 최대 변수”라고 밝혔다. 이 기자는 “아버지가 통치활동을 정상적으로 하는 상황, 그리고 또 후계수업시간을 충분히 줄 수 있다면 김정은이 후계자로서 자리를 잡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건강이 심상치 않아지거나 여러 변고가 생길 경우 김정일 체제에 도전하는 세력들이 많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12일 열린 ‘북한의 3대 세습 전망과 우리의 대북정책’ 정책세미나에서는 “김정은 후계체제가 순조롭게 구축될 가능성은 10% 미만”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과거 ‘강철서신’이라는 필명과 함께 주사파의 대부로 이름을 떨쳤던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 겸 <시대정신> 편집위원은 “후계구축 과정에서 김정은의 나이와 경험, 그리고 여러 가지 예측할 수 없는 문제점들이 많이 발생할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김영환 위원은 “이런저런 심각한 어려움에 부딪히면서 후계자의 근간 자체가 유지될 가능성이 20~30%, 후계체제 자체 혹은 후계체제를 포함한 북한체제 자체가 위기로 치달을 가능성이 60~70% 정도”라고 전망했다.
김정남 향한 두 번의 암살 시도
2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무너져 가는 왕국’ 북한의 차기 권력자로 낙점된 ‘후계자 김정은’에게 당면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김정은의 이복형이자, 김정일 위원장의 맏아들인 김정남의 ‘존재감’을 뛰어넘는 것이다.
김정남은 2001년 가짜여권을 들고 일본에 입국하다 망신당한 해프닝 때문에 일반에 희화되는 측면이 있고, 그동안 알려진 성격 역시 권력에 관심이 있다기보다는 자유로운 생활을 즐기는 자유분방한 캐릭터로 세계에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김정남이 현 북한체제의 거의 유일한 후견자인 중국에 풍부한 인맥을 가지고 있고, 북한이 사활을 걸고 있는 외화벌이사업에 깊이 관여해오는 등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김정은은 자신의 후계자 낙점 훨씬 전인 2004년 11월경 노동당 작전부 공작원을 동원해 오스트리아에서 김정남 암살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러한 암살시도는 지난해 6월 마카오에서도 있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김정남과 가까운 중국정부 관계자는 14일 <KBS>와 인터뷰에서 “다급해진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해 8월 후진타오 주석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 김정남의 안전에 대해 부탁하고 약속을 받았다”며 이같이 전했다. 김정일의 부탁을 받은 중국정부는 이후 김정은 측에 ‘김정남을 건드리지 말라, 특히 우리 땅에선 절대 안 된다’는 메시지를 준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후 김정남의 동선은 홍콩과 마카오, 베이징 등 중국영토 안으로 제한됐다는 관측이다. 김정남 중심의 ‘中朝합병시나리오’
지금으로부터 4개월 전인 지난 6월, 정부 모 고위관계자는 한 국내 언론매체를 통해 “김정남이 중국 정부의 비호 아래 활동반경을 넓히고 있다는 정보가 중국 쪽에서 접수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김정남을 지지하는 전직 북한군 고위 인사 200여명이 중국정부의 보호 하에 중국에 체류하고 있는데, 유사시 이들이 북한에 들어가 군에 기반이 없는 김정남을 보위할 수 있다는 것으로, 북한 급변 사태시 김정남파와 김정은파의 충돌은 물론 중국과의 사이에도 미묘한 갈등이 빚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고위관계자가 언급한 ‘정보’의 출처를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 이전부터 비슷한 이야기는 중국과 북한의 접경지역인 연변지역 조선족 사이에 널리 퍼져왔다. 지난 9월초 한 재미교포 언론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던 중국의 중조(中朝) 합병 시나리오가 바로 그것이다. 소문의 골자는 이렇다. 북한이 김정은을 후계자로 세우기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가면서 그 첫 번째 조치로 김정남의 측근들을 숙청․제거했고, 궁극적으로는 김정남 본인을 제거하기 위해 두 번 째 암살 지령을 내렸는데, 사전에 첩보를 입수한 중국이 김정남 보호에 나섰다. 김정남은 그동안 해외로 떠돌아다니며 중국의 정치인들과 친분관계를 맺고 있으며, 특히 중국 고위층 자제들의 모임인 ‘태자당(王太子黨)’과도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중국이 ‘형제국가’라고 부르는 북한 측의 의도와 달리 김정남 보호에 나선 것은 비단 그의 중국내 인맥 때문만은 아니다. 즉, 중국은 중단기적으로 김정일의 유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고, ‘후계자 김정은’이 김정일의 권력을 이양하는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 하에 북한 내 급변사태가 일어날 경우 김정남을 내세워 북한을 접수한다는 시나리오를 짜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2~2003년 이후 우리나라와 사이에 외교갈등 이슈로 떠올랐던 중국의 동북공정도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정치적 과정을 통해 북한을 자국의 성(省)으로 예속시키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일환이라는 것이 이 소문의 결론이다.
김정남 “개인적으로는 세습 반대” 발언 파문
반체제 인사 낙인 가능성…北, ‘특단의 조치’ 취할까?
최근에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이 ‘북한의 3대 세습에 반대하고 있다’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일본 <아사히TV>는 12일 후계자 경쟁에서 동생 김정은에게 밀린 김정남이 북한 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 군사 퍼레이드가 벌어지기 하루 전인 지난 9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3대 세습에 대해 위화감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인터뷰에서 김정남은 동생이 후계자가 된 것에 대해 “아무래도 부친(김정일)의 결단에 따른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후계 문제에 대해서는)나는 유감도 없고 관심도 없었기 때문에 마음에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동생(김정은)에게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 또 북한 주민들의 윤택한 생활을 위해 최선을 다해줄 것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정남은 자신이 비록 외국에 머물고 있지만 김정은이 필요로 한다면 도와줄 용의가 있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3대 세습에 반대한다. 그러나 그럴만한 내부적 요인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내부적 요인이 있었다면 그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정남의 이번 발언에 대해 일각에서는 ‘준망명상태에 들어갔다는 증거’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북한문제전문가로 알려진 장성민 전 의원은 13일 라디오인터뷰에서 김정남의 발언에 대해 “상당히 도발적이고 위험수위를 넘어가고 있는 발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장 전 의원은 “사석에서는 동생일지 모르지만, 이미 65주년 노동당 창건 기념식 식장을 통해서 전세계에 북한을 이끌어 갈 차기 통치자로 등극했다”며, “자칫 반체제인사로 비춰질수 있고, 조만간 북측에서 굉장히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여서 특단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장 전 의원은 특히 “해외에서 돕겠다고 하는 발언의 진서를 보면 북한을 들어가기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 된 것 같다”며, “북한 밖에서 김정은을 돕겠다는 발언을 종합해 볼 때에 이미 중국에 일종의 준망명상태에 들어간 것이 아닌가하는 느낌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정부가 김정남을 이미 보호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생각되고, 김정남이 중국에서 생활 보호를 하는데 많은 신경을 중국정부가 곤두세울 것"이라며, ”중국이 이 문제를 잘못 다루면 중국과 북한과의 외교관계 뿐만 아니라 국가 관계에도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 발생될 수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