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한국 '환율조작국' 파상공세…G20의장국 위상 추락
2010-10-15 이황윤 기자
우리 정부는 당초 G20(주요 20개국)회의 의장국으로서 '환율전쟁'의 중재자 역할을 맡았으나, 오히려 여기에 휘말리는 양상을 보이며 위상이 크게 실추된 상황이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 아시아판은 14일 "원화는 리먼사태 이후 달러대비 평가절하된 유일한 아시아 통화"라며 "한국 정부는 최근 석달 동안은 G20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 8% 정도의 절상을 용인하기도 했지만, G20 회의에 앞서 제기되는 비판으로부터 보호받기에는 불충분하다"고 비판했다.
앞서 뉴욕타임스도 13일 한국을 태국, 브라질과 마찬가지로 주요 외환시장 개입국가로 지목했다.
그러나 한국을 향해 제일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일본이었다. 일본의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와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상은 13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해 작심한듯 한국과 중국의 외환정책을 비난했다.
간 총리는 "특정국이 자기 나라의 통화가치만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도하는 것은 G20의 협력정신에 어긋난다. 한국과 중국도 공통의 룰 속에서 책임 있는 행동을 취했으면 좋겠다"며 한국의 환율정책을 비판했다.
노다 재무상도 "한국은 원화 환율에 수시로 개입하고 있다"며 "한국은 G20회의 의장국으로서 그 역할을 엄하게 추궁당하게 될 것"이라고 힐난했다.
국제관례상 공식 석상에서 특정국의 환율정책을 문제삼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물론 약 2조엔 규모의 시장개입을 단행한 전력이 있는 일본의 이 같은 발언은 '적반하장'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실제 일본 정부의 이 같은 행위는 외환정책의 실패에 대한 국내 비난 여론을 한국으로 돌리기 위한 포석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김중수 한은 총재도 14일 기자회견에서 "특정 나라(일본)가 일방적으로 (다른 나라의 환율문제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당장 이달 말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 다음 달 서울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있는 우리 정부로서는 국제사회의 여론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환율 조작국'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한다면 미국과 중국의 환율 갈등 속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임한 우리 정부의 입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G20회의에서 환율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제시되기는 어렵겠지만 과거 대공황 시대의 보호무역주의와 같은 극단적인 형태로 가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국이 의장국으로서 입지가 줄어든 측면이 있지만 환율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본이 외환시장에 다시 개입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귀추가 각국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다우존스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14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상이 오전 각의 후 기자들과 만나 "과도한 외환시장의 변동을 억제한다는 기본관점은 변하지 않았으며 필요시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