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하' 두고 셈법 갈리는 민주-한국당

한국 "잘못된 정책 바로잡기"…정부여당 '부자증세'에 맞불
민주 "자가당착" 비판서 무대응…담뱃세, 중요세원으로 부상

2017-07-30     조아라 기자
[매일일보 조아라 기자] 담뱃세 인하 문제를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양당의 셈법이 갈리는 모습이다.자유한국당은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인상했던 담뱃세를 2000원 인하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들은 일단 담뱃세 인상 정책의 금연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인정하고, 박 전 대통령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는다는 데서 '혁신'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홍문표 한국당 사무총장은 "국민건강 증진 차원에서 (담뱃세 인상은) 맞지 않았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한다"고 사과했다.여기에 홍준표 대표의 대선후보 시절 공약을 지킨다는 명분까지 합쳐졌다. '자가당착'이라고 비판에 나선 정부여당에 정태옥 한국당 대변인은 "민주당도 2015년 당시 야당이었을 때 담뱃값 인상이 서민증세라고 강하게 반대했고 지난 대선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이기도 했으며 책자에까지 인쇄해 널리 홍보까지 했기 때문에 크게 반대할 명분도 없다"고 반박했다.그러나 이면에는 정부여당의 초대기업·초고소득자에 대한 '부자증세'에 대한 대립각을 세우려는 의도로 보인다. 국민여론의 80% 이상이 '부자증세'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자 '서민감세'로 맞불작전을 놓은 것이다. 이를 반대하는 정부여당을 향해선 '말 바꾸기'라고 몰아붙이기에도 좋은 카드다.한국당의 계속되는 담뱃세 인하 주장에 민주당은 당혹스러운 모습이다.추미애 대표는 지난 25일 "한국당이 자신들이 올렸던 담뱃세를 이제와서 내리자는 발상은 자신들이 내세웠던 담뱃세 인상 명분이 모두 거짓말이었음을 실토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고 우원식 원내대표도 "담뱃값 인상으로 2년 동안 22조원의 담뱃세 폭탄을 서민에게 떠안긴 한국당이 세금폭탄을 운운할 수 있냐"고 따졌다.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민주당은 대응 자체를 멈췄다. 연이어 나왔던 비판일색 논평도 더 이상 나오지 않고있다. 민주당의 원내 관계자는 "포퓰리즘적 의도가 명백하다"며 "발언을 시작하면 오히려 한국당이 원하는 바에 말려들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이같은 전략선회의 이유는 서민감세에 따른 세수감소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가 발표한 100대 국정개혁과제의 취약점으로 재원조달 실현성이 꼽히고 있는 가운데 담뱃세가 포기하기 어려운 중요 세원이 되기 때문이다.실제로 담뱃세가 국내 총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인상 후 매년 증가하고 있고, 당장 올해 담뱃세 세수는 1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국납세자연맹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법인세 인상 증세보다 담뱃세 인상에 따른 증세가 1조2000억원 가량 더 걷힐 것이라고 한다.여기다가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대담집에서 "담뱃값을 이렇게 한꺼번에 인상한 건 서민경제로 보면 있을 수 없는 굉장한 횡포"라며 "담뱃값은 물론이거니와 서민들에게 부담을 주는 간접세는 내리고 직접세를 적절하게 올려야 한다"고 밝힌 바 있어 오히려 말바꾸기 지적을 피할 수 없다.정치권에서는 양당의 세금전쟁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주당이 증세 포퓰리즘을 부추기니 한국당은 담뱃세 인하를 들고 감세 포퓰리즘을 선동한다"며 "마치 치킨게임을 하는 듯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