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 카이스트 교수 “국민 통신비로 고통, 감정적인 주장”

“정부, 통신시장 개입 안 돼… 시장 알아서 경쟁할 것”

2017-08-01     박효길 기자
[매일일보 박효길 기자] 최근 정부에서 통신 요금 인하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이에 통신업계가 반발하면서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 전기통신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시장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보편요금제 시행에 대해 발표했다. 이와 함께 요금 인가제를 신고제로 전환해 통신사 간 자율 경쟁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이에 대해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정부가 요금제를 강제하면서 신고제로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한다면 나머지 사업자가 반대할 명분이 없기 때문에 정부가 갈라치기를 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이 교수는 “신고제가 된다고 해도 SK텔레콤이 더 좋아할 이유가 사실상 없다”며 “인가제는 올리는 것을 승인 받는 것이고 내리는 것은 제재가 없었는데 다른 나라를 봐도 통신사가 요금을 올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또한 정부는 완전자급제 도입으로 단말 가격경쟁을 통해 통신비 인하 효과를 노린다는 방침이다.이 교수는 완전자급제로 인해 오히려 소비자 혜택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통신사가 단말 가격 협상을 하면 통신사가 협상력이 좋아 유리하다”며 “완전자급제가 되면 소비자가 훨씬 불리해진다”고 말했다.아울러 “단말 유통을 롯데하이마트 등이 하게 되는데 작은 판매점의 영업권을 뺏어서 재벌 대기업에 주는 것이 과연 합당한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다른 이슈로 제4이동통신사 도입이 있다. 정부는 제4이통사의 진입을 쉽게 해 기존 이통3사와 경쟁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이 교수는 정부 개입 없이 완전 경쟁이라면 찬성하지만 정부가 그럴리가 없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과거 통신시장에서 3위를 살리느라 소비자들의 피해가 있었다”며 “예전에 LG유플러스가 망할까봐 비대칭규제를 했는데, 예를 들어 생산원가가 SK텔레콤이 60원, KT가 80원, LG유플러스가 100원이라면 정부에서 100원 이하로 팔지 말라는 규제를 했었다”고 말했다.이 교수는 통신시장은 시장경제 원칙에 맡기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한국의 통신시장은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라며 “단지 통신비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많이 쓰기 때문이지 단가가 높은 게 절대로 아니다”라고 말했다.이어 “통신 3사가 담합을 해서 단가를 낮추지 않고 있다는 증거가 있으면 공정거래위원회나 방송통신위원회가 나서서 처벌을 하면 되는 것”이라며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끝으로 그는 “요금 인하를 주장하는 분들은 국민들이 통신비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아주 감정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며 “가계 지출 대비 통신비가 높다는 것은 단말기를 최고급품으로 매년 바꾸는 과소비 패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