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집단 탈당,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국정운영 차질 빚게 될 우리당…통합작업 속도낸 뒤 한나라 압박할까?

2007-02-15     최봉석 기자

[131호 정치] 열린우리당 김한길 전 원내대표와 강봉균 전 정책위의장이 주도하는 집단탈당파 23명이 지난 6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을 결행했다.
‘관망파’ 의원들은 오는 14일 열리는 전당대회를 전후로 탈당을 결행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돼, 당은 지도부와 사수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분당(分黨)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견해다.
그러나 당이 만일 전당대회 직후 와해되는 길로 접어든다 치더라도 이는 한동안 ‘주춤했던’ 범여권의 통합신당 추진 움직임에 가속도가 붙는다는 밑그림이 다시 그려질 수 있어, 정치권에 한바탕 소용돌이가 예상된다.

이 같은 전망을 가능케 한 데는 집단탈당으로 인해 열린우리당이 갖고 있는 원내 제1당의 지위가 3년 만에 한나라당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당분간 한나라당이 정국 주도권을 쥔 상태로 움직이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로 열린우리당의 집단탈당이 예고된 상황에서, 지난 5일 열린 임시국회에서 통상 여당 원내대표가 맡아온 국회 운영위원장을 본회의에서 선출할 예정이었지만 한나라당은 여야간 약속된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여당이 갈라지면 한나라당 몫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응하지 않았다.

열린우리당의 입장으로서는 의원수 부족으로 제2당이 됨에 따라, 앞으로 법안 처리 등에 있어 새 교섭단체나 민주당 등 군소정당들과의 협력이 불가피한 만큼 향후 국정운영에 있어서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당, 시련 계속 이어지나

국민적 지지도가 낮은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새로운 ‘시련’이 시작된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전당대회에서 ‘비전’과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그동안 탈당을 ‘삼고초려’하던 의원들의 당 탈출 행렬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것으로 보이고, 이는 열린우리당의 사실상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전당대회 이후 탈당한 의원들은 기존의 탈당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대통합신당쪽으로 몸을 옮길 가능성이 크다.

이는 ‘탈당파’가 ‘기획탈당’이라는 정치권의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오히려 향후 정국 주도권을 거머쥘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돼, 대권 문턱에 거의 올라선 한나라당의 입장에선 초긴장 상태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실제로 탈당파들이 한나라당의 정책노선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감안하면 교섭단체가 현실화 경우 외부 연대, 즉 범여권 통합신당을 만들기 위해 민주당 및 국민중심당 등과의 통합작업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고 이후 대선구도에서 한나라당을 다양하게 압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야권과 통합작업 속도 낼까?

일단 탈당파들은 새 교섭단체의 정책기조를 한나라당 정책노선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중도개혁’으로 잡았고 원내대표는 원내교섭단체 등록을 마친 뒤 선출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탈당파 한 초선의원은 “교섭단체 구성 단계에서 (타 정당과) 연대가 이뤄질지, 교섭단체 구성 이후 창당 준비위 구성단계에서 (연대가) 이뤄질 것인지는 아직 모른다”면서 “하지만 올 상반기 중 연대의 틀이 짜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탈당파는 교섭단체의 정체성과 관련 ▲경제정책은 진보적으로 ▲외교안보정책은 보수적 색채를 강화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