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한화·태광·C&그룹 수사는 전초전일 뿐”…‘불똥 튈라’ 긴장
2010-10-21 이황윤 기자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가 태광과 한화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에 대해 수사를 벌이는데 이어 21일 검찰이 C&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가면서 재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검찰은 C&그룹 이외에 재계순위 10위권 안팎의 대기업 1~2곳에 대해서도 비자금 조성과 관련, 수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권력형 비리수사'의 최 정예부대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가 나섰다는 점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선 중수부가 C&그룹 외에도 재계 서열 10위권 내 2~3개 대기업의 계열사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이들 기업이 불법적으로 조성한 비자금을 해외로 빼돌리거나 정·관계 로비에 사용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현재 수사 대상 기업을 압축하고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내달 초에는 본격 수사에 나설 전망이다.
재계는 최근 정부당국의 이 같은 행보에 긴장과 함께 불만도 터뜨리고 있다.
특히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르내리고 있는 기업들의 안테나는 곤두 서 있다. 공정사회 화두와 관련해 검찰 외에도 국세청의 세무조사, 공정위의 담합 조사가 강화될 것이라는 시각돼 대두되는 것도 재계를 노심초사하게 만드는 배경이 되고 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투명경영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대기업 압박 수위가 지나친 면이 있다”며 “내년 사업계획 수립에도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최근 사회분위기는 대기업을 더욱 위축시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화, 태광그룹 수사는 2, 3위전일 뿐, 검찰의 기업수사 하이라이트는 이제 곧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 정권과 마찬가지로 정권 후반기에 레임덕 방지를 위해 대기업 비리 수사가 집중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의 불·탑법 행위에 대해 사정당국의 엄정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이 시기에 대기업들의 비리에 관한 수사가 연이어 이어지는 까닭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올 하반기부터 정부 고위층에서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도덕성을 강조하면서 대기업에 대한 압박수위가 높아질 것은 예견했지만 사정당국까지 총동원되고 있어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이날 서울 장교동 C&그룹 본사와 대구에 있는 이 그룹 계열사 C&우방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각종 회계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한 뒤 곧바로 압수물 분석에 착수했다.
C&그룹은 2006년 말 20억 달러의 매출액을 기록했으며 한 때 재계 서열 60위권에 오른 대기업이다. 이 그룹은 C&해운과 C&상선, C&우방 등 41개 계열사를 거느리며 참여정부 시절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크게 불렸다.
하지만 2008년 11월 핵심 계열사인 C&중공업이 조선업계 경기침체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C&우방과 함께 워크아웃 절차에 들어갔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투입된 대규모 공적자금 중 일부를 경영진이 횡령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