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일 마라톤 재판 결심까지 마무리…25일 선고공판 예정 이 부회장, 최후진술서 “사익 위해 朴에 부탁한 적 없어” 호소
2017-08-07 이한듬 기자
[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경영권 승계 도움을 대가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433억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의 결심공판을 끝으로 지난 160일간의 긴 법정공방이 모두 마무리됐다. 남은 절차는 재판부가 이달 말 선고공판에서 어떤 판결을 내리느냐 뿐이다.박영수 특별검사팀은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의 결심 공판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전형적인 정경유착에 따른 부패범죄로 국민 주권의 원칙과 경제 민주화라는 헌법적 가치를 크게 훼손했다”고 규정하며 이 부회장에 징역 12년을 구형했다.이 부회장과 함께 기소된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 전 실장(부회장), 장충기 전 차장(사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에게 각각 징역 10년, 황성수 전 전무에게는 징역 7년을 구형했다.구형 배경에 대해 특검은 “피고인들의 범행 중 재산국외도피죄의 법정형이 징역 10년 이상인 점, 피고인들이 범행을 부인하며 그룹 총수인 이재용 피고인을 위해 조직적으로 허위 진술을 하며 대응하는 등 피고인들에게 법정형보다 낮은 구형을 할 사정을 찾기 어려운 점 등 참작할 만한 정상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이어 “이들을 공정하게 평가하고 처벌해야만 국격을 높이고 경제 성장과 국민 화합의 든든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반면 삼성 측 변호인은 특검의 주장은 ‘견강부회’(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억지로 끌어 붙여 자기에게 유리하게 한다는 의미)라고 맞섰다.지난 53회에 걸친 재판과정에서 특검 측이 혐의를 입증할만한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점을 지적하면서, 무리한 짜맞추기 수사라는 기존의 입장을 역설한 것이다.삼성 변호인단은 “정황증거와 간접사실을 모조리 모아봐도 공소사실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며 “이런 것들이 헌법상의 무죄추정 원칙을 넘어설 수 없다”고 지적했다.이어 “정유라 승마지원은 최순실의 강요였으며, 뇌물이 아니었다”며 “특검은 이번 사건에 있어 국정농단 특검 아니라 삼성 특검이라 불릴 정도로 강도 높은 수사를 했지만, 공판 과정에서 사실로 확인된 것이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또한 특검은 “이 부회장은 편법으로 경영권 승계를 한 적이 없다”며 “승계 작업은 존재하지도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이 부회장 역시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최후진술에서 눈물을 흘리며 “모든 게 다 제 부덕의 소치”라면서도 “공소사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이어 “제가 사익을 위해서나 개인을 위해서 대통령에게 뭘 부탁한다거나 기대를 한적이 결코 없다”고 토로했다.특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치고 이 부회장이 막대한 이익을 취했다는 특검의 주장에 대해선 “제가 아무리 부족하고 못난 놈이라도 우리 국민들의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치겠는가”라며 “너무 심한 오해”라고 항변했다.그러면서 그는 “오해와 불신이 풀리지 않는다면 저는 앞으로 삼성을 대표하는 경영인이 될 수 없다”며 “이 오해만은 꼭 풀어달라”고 거듭 호소했다.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구속 만기일인 27일을 이틀 앞둔 25일 오후 2시30분 선고공판을 열 예정이다.선고공판에서 재판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항소는 진행될 전망이다. 재판부가 유죄 판결을 내릴 경우 삼성 측의, 무죄 판결을 내릴 경우엔 특검 측의 즉각적인 항소가 예상된다.